[우리마을 명소] 사계리 / 체험어장

[우리마을 명소] 사계리 / 체험어장
산방산 아래 풍광 좋은 그 곳서 바릇 잡아볼까
  • 입력 : 2010. 04.24(토) 00:00
  • 표성준 기자 sjpyo@hallailbo.co.kr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형제섬과 산방산, 송악산과 용머리해안에 둘러싸인 사계리 해안가에 조성된 체험어장.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에 출렁이는 파도와 부서지는 하얀 포말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는 이 곳에서 바릇잡이 체험을 할 수 있다. /사진=강희만기자

홍해삼·소라 등 풍부해 맨손잡이 체험에 그만
물질·구멍낚시 후 시식도 가능해 또다른 재미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산 아랫마을 사계리. 곱고 깨끗한 모래와 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는 조용한 어촌이다. 그중에서도 사계리포구 옆으로 넓고 긴 해안선이 펼쳐진 곳에 '납데기'라 불리는 '여'가 있다. 바위도 아니고 모래도 아닌 사암이라 불리는 것인데 널찍한 이곳에 서면 사계리의 진면목을 실감할 수 있다. 가끔은 묘사보다 사례가 나은 경우가 있다. 옛 소련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차 제주를 찾았을 때, 지금은 고인이 된 영부인 라이사 여사가 경관에 반해 사진을 찍고 간 바로 그곳이다.

납데기를 가운데 놓고 양쪽 해안가에 체험어장이 만들어졌다. 요즘 연일 풍랑주의보가 일어 물속 체험은 못했지만 출렁이는 파도에 부서지는 하얀 포말은 그 자체로 체험어장의 아름다움이다. 이 땅에 이렇게 아름다운 해안선이 있었던가 싶다. 태평양을 향하니 그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이 장관인 형제섬, 한라산쪽으로는 옥황상제가 한라산 봉우리를 뽑아 던져 생겼다는 산방산이 하늘로 치솟듯 고개를 쳐들고 있다. 좌우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용머리해안과 송악산이 바라다 보이고, 그 너머로 마라도가 수줍은 듯 얼굴을 비춘다.

▲어촌체험관광센터 식당에선 직접 요리해 먹을 수도 있다.



천혜의 관광조건을 갖춘 이 해안선에 최근 체험어장이 조성돼 미모에 지성까지 갖춘 '엄친딸'처럼 마음을 설레게 한다. 참여정부 때부터 시작된 어촌체험마을 조성사업에 이곳이 적격지로 선정된 이유는 분명하다. 사계리 체험어장이 들어선 바다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양 생태계의 보고로 손꼽힌다. 한 수산 전문가는 제주 바다 어디에서도 이곳처럼 미역과 감태 등 해초가 풍부한 곳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해초가 많으니 이를 먹이로 삼는 어패류와 고기들이 풍부한 것은 당연지사. 그래서 체험어장으로서 완벽한 조건을 갖추게 됐다.

한 달에 간조시기가 8~9일정도 되는데 이 때 체험어장을 찾아오면 홍해삼과 소라, 오분자기, 전복, 문어, 보말 등 수산물을 맨손으로 잡을 수 있다. 물론 자원 보호를 위해 해삼과 전복은 각 1개씩, 소라는 3개로 제한하되 제주말로 '보말(고동)'은 무한정 거둬들일 수 있다.

이것에 그치면 체험어장이라 할 수 없다. 물질과 숨비소리 등 해녀체험이 가능하고, 노젓기와 함께 바닷속을 구경하면서 '고망(구멍)낚시'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테우체험이 있다. 선상방어낚시체험과 수중촬영이 가능한 스킨스쿠버체험도 준비가 됐다. 이렇게 잡은 수산물을 어촌체험관광센터 2층 식당에서 직접 요리해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사계리 체험어장만의 묘미다.

이 모든 체험어장 사업을 사계리어촌계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다. 김봉익 어촌계장의 말이다. "사계리 바다는 제주에서도 홍해삼이 가장 많이 나는 곳인데 1년만 되어도 상품이고 2년이 지나면 아주 커버려요. 바로 형제섬 때문인데요. 오염이 안된 청정한 어장인데다 모래와 암반 위에서 짠물과 민물이 만나고, 90년대 중반부터 뿌려놓은 어패류와 해초류용 돌집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춰 자원이 풍부하지요." 요즘 사계리어촌계 체험어장엔 다른 지역 어촌계와 행정기관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배우고 싶다는 것이다.

[어촌체험마을은]

어민이 직접 어장관리 어패류 채취시기 정해


참여정부는 마을어장 관리를 법을 떠나 마을 스스로 관리하도록 하는 사업을 마련했다. 바로 자율관리사업이다. 그 전까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타율적으로 어업을 관리한 결과 자원의 경쟁조업을 심화시키고 남획을 막지 못했기 때문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민 스스로 어장을 관리하고 그 결과를 책임지라는 이른바 민주적 어업인 셈이다.

그래서 당시부터 소라포획금지기간을 설정하고, 전복채포휴식년제를 실시하는가 하면 어패류의 먹이가 되는 해조류 채취를 금지시켰다. 제주의 대표 어종인 방어와 자리돔 역시 주어획시기를 운영하거나 어획금지기간을 자체적으로 설정한 것도 이때부터고 폐윤활유 수거와 어장청소 및 폐어구 수거 등의 청정어장 조성을 위한 활동도 시작됐다.

사계리 체험어장은 이와 연계된 어촌체험마을 조성사업의 결과다. 어촌의 자연환경과 생활문화 등을 관광기반시설로 만들어 어업인의 어업 외 소득을 높이고 어촌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도시인에게 어촌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자연과 공생하는 휴식과 여가공간을 제공하게 된 것도 그런 까닭이다.

서귀포지역의 유일한 어촌체험마을인 사계리에는 5억원이 투입돼 해안생태관찰시설인 산책로와 어촌체험관광센터 등의 기반시설을 갖추게 됐다. 어촌계 해녀들이 직접 운영하는 민박시설도 새단장해 체험어장을 찾는 관광객을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수산물을 맨손으로 잡을 수 있는 바릇잡이체험과 해녀체험, 테우체험, 선상낚시체험, 스킨스쿠버체험을 할 수 있다. 물론 소중한 자원을 잡아들이는 것이니 소정의 이용료를 내야 하고 물량도 제한된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중문고속화도로 버스를 타면 40분이면 도착한다. 문의는 사계리 어촌계(☎ 792-3090)로 하면 된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265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