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허접스러운 선거전략

[편집국 25시]허접스러운 선거전략
  • 입력 : 2010. 05.20(목) 00:00
  • 표성준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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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산남지역에서 6·2지방선거와 관련된 '사건'들이 속출하고 있다. 민감한 사안인지라 사법기관도 선거가 끝난 이후에나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전해진다. 그러나 사건들의 여파가 심상치 않고, 또 다른 사건을 촉발시킬 조짐이 산남지역에서 소문의 형태로 다시 나타나고 있다.

최근 퍼지는 소문 가운데 백미는 모 도지사 후보의 성추행사건이다. 술에 취한 이 후보가 서귀포지역 모 호텔에서 호텔 여직원이 성적으로 수치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호텔은 이달 7일 다른 도지사 후보의 동생이 금품을 살포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로 그곳이다. 금품 사건 바로 이틀 후에 같은 장소에서 다른 후보에 의한 성추행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인데 이야기 구성이 절묘하다.

이 소문이 퍼지던 시기에 서귀포지역 모 도의원 후보에 대해서도 비슷한 소문이 날개를 달아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어느 호텔에서 어느 여성과 나오던 장면이 목격됐다는 소문이다. 기자에게 이 소문을 전해준 이는 정황이 아주 구체적이고, 상대 여성의 신원까지 알려졌다고 전해왔다. 사실 확인차 전화를 걸었더니 도지사 후보나 도의원 후보측 모두 "어이없다"거나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선거기간에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후보들이 그처럼 엽기행각을 벌일 리 만무하지만 사실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후보들 역시 흑색선전 행위로 규정하면서도 이에 대해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하지 않고 있다. 수사가 진행되면 진위와 무관하게 소문이 공론화될 것이며 결국 피해는 자신들이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분석해보니 이같은 소문이 퍼지는 것은 상대후보에 의해 자행된 고도의 선거전략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성과 관련된 사건은 사법기관도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고, 사건 피해자도 밝혀지기를 원치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확인이 힘들고 '발 없는 말'의 진원지를 찾을 수도 없으니 딴에는 선거전략으로 어느 정도 주효한 듯도 하다. 우리 속담처럼 나쁜 소문은 더 빨리 퍼진다는 점을 이용했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앞서 언급한 성추행사건은 제주지방경찰청 수사2계에 여성 피해자의 진정서가 접수됐다는 소문도 함께 퍼졌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수사에 도가 텄다고 정평이 난 그 수사2계 관계자의 말을 소개해야겠다. "그런 야비한 짓(흑색선전)을 하는 인간은 신고 안해도 경찰이 찾아나서 구속을 시키겠다." 소문의 잔상을 이용하려는 행위는 인간이 얼마나 허접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유권자들은 기억할 것이다.<표성준 제2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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