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좋다]사라봉 해송숲

[주말이좋다]사라봉 해송숲
들어선 사람마저 어느새 하나되고…
제1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시민의 숲 부문 어울림상 수상
  • 입력 : 2010. 10.16(토) 00:00
  • 이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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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철 초록빛 선사
사봉낙조·봉수대 등 역사문화적 가치 높아


도심속 시민공원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사라봉 해송숲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 으로 선정됐다.

(사)생명의 숲 국민운동본부와 유한킴벌리, 산림청이 공동주최한 제1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사라봉 해송 숲이 아름다운 시민의 숲 부문에서 어울림상(장려상)을 수상한 것이다.

제주시 도심 속에 자리해 있으면서 서울의 남산에 비교되곤 하는 사라봉(고도 148m)의 경관적 아름다움이 전국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사봉낙조, 봉수대 등 역사 문화적 가치가 뛰어나고 바다와 인접한 지역으로 독특한 자연경관과 생태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수상 이유다. 또한 지역주민의 숲에 대한 관심과 보호노력이 높은 평가를 받아 올해의 아름다운 숲에 선정됐다.

사라봉 해송 숲은 면적이 30h에 이른다. 50여년 된 해송으로 숲이 우거져 있어 사시사철 쾌적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그래서 사라봉과 별도봉 산책로를 즐기는 마니아들도 많다. 접근성이 좋은데다 산과 바다를 한꺼번에 조망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오르기 시작해 10분이 채 안돼서 정상부에 다다르면 탁 트인 바다와 남쪽의 한라산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정상부에 있는 팔각정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다보면 일상에 지친 심신의 피로가 어느새 사라진다. 사라봉은 그렇게 시민들의 벗으로 늘 함께 한다.

사라봉은 경관적 아름다움 뿐 아니라 역사문화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또다른 매력이 있다. 사라봉에서 바라보는 해가 지는 광경은 예부터 영주십경(瀛州十景)의 하나인 사봉낙조(紗峰落照)라 표현했을 정도로 매우 아름답다. 오름 정상부에는 망양정(望洋亭)이란 현판이 달린 팔각정이 있으며, 제주도기념물 제23호인 사라봉수가 정비돼 있다. 사라봉수는 국가사적 제380호인 제주목관아와 가장 가까운 봉수대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사라봉 북쪽 기슭에는 1916년에 세워진 산지등대가 가을의 호젓함을 더해 준다.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제주칠머리당 공연장이 위치한데다, 조선시대 거상인 의녀반수 김만덕과 의병항쟁기념탑 등이 있어 제주역사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라봉에는 또한 태평양전쟁 시기 일제가 구축한 갱도진지 8곳이 있다. 갱도의 총 길이는 약 500m에 이르며 현재 국가 등록문화재 306호로 등록돼 있다. 이처럼 사라봉은 곧 제주역사 그 자체이기도 하다.

계절마다 색깔을 달리하는 사라봉은 그렇게 늘 사람들과 호흡을 함께 한다. 회색빛 콘크리트 일색인 도심 속의 오아시스와 같다고나 할까.

별도봉이 함께 있어 더 빛나는 가치

사라봉은 별도봉이 있어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사라봉과 별도봉은 현재 장수산책로로 연결돼 있다. 한시간 남짓이면 두 오름과 바닷가까지 둘러볼 수 있다. 별도봉 역시 주변에 풍부한 역사자원이 있다.

정상부에 서면 조선시대 제주의 관문이었던 화북포구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제주에 부임한 관리는 화북포구에서 옛 화북남문을 통해 큰길(현 삼사석로)을 거쳐 제주목관아가 있는 제주동문에 이르렀다. 일반인의 경우는 화북포구에서 북서쪽으로 난 곤을동~화북비석거리를 통해 제주동문에 다다랐다.

1976년 제주도기념물로 지정된 화북비석거리에는 조선시대 제주에 파견된 목사나 판관들의 치적 등을 담은 비석 11기가 있다. 4·3 당시 마을전체가 불탄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은 지금도 집터 등이 온전히 남아있어 다크투어리즘의 명소 가운데 하나가 됐다. 산책로를 따라가다보면 태평양전쟁 시기 일제가 파놓은 갱도진지(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 별도봉은 봉건왕조시대의 역사뿐만 아니라 제주의 아픈 역사까지도 온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조금만 여유를 갖고 선사시대부터 근현대 제주고고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국립제주박물관까지 둘러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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