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마케팅이 경쟁력이다]4. 불모지에 희망 심은 장소마케팅/<br>강원 남이섬·오스트리아 바트블루마우

[지역마케팅이 경쟁력이다]4. 불모지에 희망 심은 장소마케팅/<br>강원 남이섬·오스트리아 바트블루마우
아이디어에 영감을 더하니 새로운 세상이 '활짝'
  • 입력 : 2010. 11.19(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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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 없이 곡선으로만 이루어진 오스트리아 로그너 바트블루마우 온천리조트 건물. /사진=공동취재단

바트블루마우 - 매립장에 세계적 온천리조트 건설
남이섬 - 재활용 생활화로 나미나라공화국 선포


쓰레기를 재활용해 예술작품을 만들어내고, 쓰레기장을 예술의 전당으로 활용하는 곳들이 있다. CEO의 아이디어와 예술가의 영감이 조화를 이루면 쓰레기도 훌륭한 문화상품과 예술작품으로 변모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바트 블루마우와 강원도 춘천 남이섬은 상상력을 통한 문화콘텐츠로 세계인을 불러들이고 있다.

▶로그너 바트 블루마우=오스트리아 제2의 도시인 그라츠 북쪽에서 60㎞ 떨어진 작은 마을 블루마우(Blumau). 오스트리아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인 훈더트 바서(Hundert wasser)의 친환경 건축을 통한 온천시설로 명성을 떨치는 이곳은 사실 과거 쓰레기매립장 예정지였다. 지난 1970년대말 오스트리아 굴지의 정유회사인 OMV는 이곳에서 석유를 시추하기 위해 굴착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나온 것은 석유가 아닌 온천. OMV는 온천수가 나오는 지점을 콘크리트로 막은 뒤 발굴작업을 중단했다.

이후 지자체와 지역의회가 이 지역에 대한 개발을 주정부에 건의하게 되고, 투자자를 찾던 중 기업가 로그너(Rogner)를 만나게 됐다. 로그너는 훈더트 바서에게 의뢰해 온천시설로 건립하자는 구상을 얻어낸다. 이어 찬반논란이 제기된 지역주민들에게 우선 고용 보장 등 비전을 제시한 뒤 온천시설 건립에 대한 주민 동의를 이끌어냈다. 세계적 온천리조트인 '로그너 바트 블루마우(Rogner Bad Blumau)'는 그렇게 시작됐다.

▲내부 바닥도 울퉁불퉁 특색있어 이용객들이 마치 예술작품 안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동화의 나라로 불리는 이 리조트는 독특한 디자인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넘쳐난다. 인간은 이 땅의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살아가야 한다는 훈더트 바서의 철학을 바탕으로 지어진 건물은 한결같이 예술작품이다. 지붕은 잔디밭이고 2400여개의 창문은 똑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다. 복도는 울퉁불퉁하고, 모든 건물이 땅에서 방금 솟아난 듯 재미있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이곳에서의 휴식은 자연의 일부가 되는 순간이다. 자체 지열 시스템으로부터 그린에너지를 얻어 실외온도가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져도 전체 단지는 따뜻한 상태로 유지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400㎏ 감축시킨다. 아마존우림을 기후변화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세계자연보호기금(WWF)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숙박료 중 0.6유로는 이 기금으로 들어간다.

온천시설은 312개의 객실을 갖추고, 700명이 투숙할 수 있다. 직원 330명은 대부분 인근 주민들로 고용했으며,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로 식사를 제공한다. 지역주민들이 로그너 바트블루마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리조트 투숙객은 자전거를 타고 주변 마을 농장에 들러 직접 만든 치즈와 소시지, 빵, 와인을 곁들인 소박하고 푸짐한 농가의 점심도 맛볼 수 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건물 안에서 몸과 마음을 씻어내고 친환경 농업마을의 정취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예술가가 만들어낸 상상력의 산물은 도심에서 지친 심신을 치유하기 위한 전 세계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모래밭에 불과한 황무지였던 남이섬은 현재 자연·문학·재활용을 통해 특화된 문화콘텐츠를 구축, 과거의 명성을 뛰어넘었다. 없어서 재활용한 것이 지금은 생활화돼 상상과 예술로 남이섬을 디자인하는 원동력이 됐다. 사진은 남이섬 메타쉐콰이어길.

▶나미나라공화국=1944년 청평댐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섬이 된 남이섬은 그전만 해도 모래밭에 불과한 황무지였다. 한국은행 총재 출신의 수재 민병도 선생이 1965년 토지를 매입한 뒤 다양한 수종의 나무를 심어 66년부터 유원지로 각광을 받아왔다. 그러나 90년대 말 금융위기로 부도 위기를 맞게 되자 2000년 4월 주식회사 남이섬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매출액 20억원에 부채는 60억원에 달하던 2001년 9월.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 강우현 대표가 CEO로 투입된다.

섬을 바꾸고 싶지만 예산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눈을 돌린 것이 재활용이었다. 폐목재로 테이블을 만들고, 공예원에서 도자기를 구워 쓰레기통을 디자인했다. 없어서 재활용한 것이 지금은 생활화돼 상상과 예술로 남이섬을 디자인하는 원동력이 됐다. 남이섬 환경문화학교를 만들어 예술가들을 끌어들이고, 유리공예와 도자공예, 목공예 등 남이섬에 있는 모든 예술작품을 자체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주식회사 남이섬은 2006년 독립을 선포했다. 국기와 국가를 마련하고, 자연과 사람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함께 숨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법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이들을 위한 무법천지법으로 헌법을 정했다. 상상 속의 동화나라 나미나라공화국은 이곳에서만 통용할 수 있는 여권과 화폐(남이통보), 자체우표, 전화카드를 발행한다. 여권은 본인에 한해 자유이용권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 1년과 평생여권으로 구분돼 가족단위 방문객에게 인기다. 원화와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폐는 그 자체가 훌륭한 기념품이다.

▲종신고용자로 선정된 직원들의 사진.

▲환경학교.

▲남이섬의 자연친화적인 각종 조형물.

자연, 문화, 재활용을 통해 특화된 문화콘텐츠를 구축한 남이섬의 현재는 과거의 명성을 뛰어넘는다. 지난해 190만명이 방문했는데 그 중 외국인이 24만명에 달했다. 가을 단풍과 겨울 눈을 보기 위한 동남아 관광객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북미와 유럽, 중동 관광객은 물론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가장 찾고 싶어하는 곳으로 손꼽히는 것을 보면 '겨울연가'를 통한 한류 효과라고만 할 수는 없다.

남이섬에 가면 눈에 띄는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직원 140명 중 종신고용에 채택된 6명의 노인들 사진이다. 젊어서부터 밭을 갈거나 식당일을 보고, 여객선을 운전했던 이들이다. 이곳엔 두 번의 정년이 있는데 1차는 55세, 2차는 80세. 70세가 넘은 6명의 노인들은 80세가 넘어서 사망할 때까지 매달 80만원이 지원된다. 손님들의 마음을 훔쳐야 한다는 CEO의 기업가 정신을 전 직원들이 체화할 수 있는 이유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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