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이야기](2)제주 노지 블루베리 선구자 박훈 씨

[귀농 이야기](2)제주 노지 블루베리 선구자 박훈 씨
거듭된 시행착오 끝 성공 예감
  • 입력 : 2011. 01.13(목) 00:00
  • 백금탁 기자 gtbaik@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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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의 엔지니어 생활을 끝내고 4년전 귀농한 박 훈씨. 박씨는 감귤밭을 과감히 폐원해 블루베리를 심었다.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지금은 법인대표로 제주 블루베리 농사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사진=강희만기자

17년 엔지니어 생활 청산하고 4년전 귀농
감귤원 접은뒤 반대 불구 블루베리로 전환
출하시기 조정전략 적중하며 부농 꿈 키워

신묘년, 토끼의 해다. '토끼의 눈'이라는 블루베리의 한 종류인 '래빗 아이'에 여생을 건 귀농인 박훈(46)씨. 제주에서 블루베리를 심은 선두주자로 2007년부터 수많은 종류의 블루베리를 심고 뽑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오늘도 '도전'이 한창이다.

12일 눈이 오는 궂은 날씨에도 그는 서귀포시 안덕면 덕수리 소재 블루베리 농장에 출근했다. 수확이 끝났지만 농장 이곳저곳을 누빈다.

전남 해남 출신인 그는 제주와 인연이 깊다. 2살때 부모가 제주에 정착했고 이 곳에서 중·고교를 졸업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서울에 있는 중소기업에서 17년간 몸을 담으며 잘나가는 간부급까지 올라갔다.

"1990년 당시 분당, 수서, 일산 등 신도시 개발 당시 발전소 보일러 관련 기계를 제어하는 시스템 개발을 담당했다. 이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기술영업을 맡았다. 하지만 2005년 부친이 작고하고 구조조정 바람도 불었다. 인생에 있어 뭔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 즈음 TV에서 국내 유명한 대학병원에서 임상실험하는 것을 보고 블루베리와 인연을 시작했다."

2007년 귀농을 결심한 그는 모친의 감귤원을 과감히 폐원하고 블루베리를 심기 시작했다. 반대도 심했다. 처음부터 고가의 4년생 묘목을 들여와 심었다. 기술 부족으로 실패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감귤보다 블루베리가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하지만 초창기 시행착오가 많아 마음 고생도 심했다. 특히 타지역과 다른 제주 기후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다. 강한 바람과 높은 기온, 굼벵이가 많아 뿌리를 갉아 먹어버려 애지중지 키우던 묘목을 뽑아내야 했다. 농사를 몰랐던터라 타지역 재배농가를 전전하며 기술을 배우고 익혔다. 지금은 제주블루베리영농조합법인 대표로 있지만 지난 4년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그는 계속된 시행착오에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다른 지역과 달리 출하시기를 조정하면 된다는 강한 의지가 결실을 봤다. 제주의 기후가 따뜻해 타지역의 6~7월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7월부터 10월까지 노지에서 출하할 수 있다는 판단이 맞아 떨어졌다. 하우스(9900㎡)와 노지(2310㎡) 등을 통해 출하시기를 조정하고 있다.

"하우스 블루베리는 1kg당 10만원을 호가한다. 특히 부유층 고객들은 수입산이나 타지역의 냉동과 보다는 생과를 선호한다. 공급이 달리는 실정이다. 출하시기를 조정한 영농전략이 적중했다. 지난해 2.5톤을 수확, 8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묘목도 판매하고 있다. 가능성을 보게 된 것이다. 앞으로 블루베리 재배농가가 늘어나면 이를 대처할 수 있는 품종 개량을 서두르고 있다. 다만 타지역과는 달리 귀농인 정착에 있어 행정지원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

그는 하얗게 덮힌 눈속에서도 붉은 자태로 내년 봄을 기약하는 블루베리를 정성스럽게 관리하며 부농의 꿈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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