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 명소]창천·감산·화순/창고천

[우리마을 명소]창천·감산·화순/창고천
원시자연·선인 발자취 그대로 간직한 '보물창고'
  • 입력 : 2011. 01.22(토) 00:0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서귀포시 안덕계곡에 있는 창고천에는 상록활엽수림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고 계곡 상류에서는 원시적인 형태의 도수로 흔적을 곳곳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사진=백금탁기자 haru@ihalla.com

계곡상류 원시적인 형태 도수로 흔적 곳곳 산재
안덕계곡 상록수 울창… 천연기념물 377호 지정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처음 생기거나 시작된 곳'. '고향'의 사전적 의미다.

20일 찾은 창고천은 원시 그 자체이자 제주사람들의 고향이다. 겨울인데도 푸른 숲과 쉴새 없이 흐르는 맑은 물은 제주사람들이 마음에 품은 고향임에 충분하다. 추사 김정희와 동계 정온 선생도 이 곳을 찾아 절경을 즐기곤 했단다. 이들에게도 고향과 같은 존재다.

누구나 수학여행 때 한번쯤 들렸던 안덕계곡. 요즘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줄었다. 그래서일까. 고즈넉함을 넘어 적막감마저 흐른다. 길게 난 목책시설에는 지난 가을 떨어져 쌓인 낙엽과 솔잎들이 양탄자처럼 펼쳐있다. 도토리들도 데굴데굴 구르며 재잘거린다. 작은 카메라 셔터소리에도 숲속 보금자리에 숨었던 이름 모를 철새가 화들짝 달아난다. 해송이 수문장처럼 계곡 입구를 지켜서고 커다란 바위 위엔 느릅나무과의 푸조나무(검북낭)가 가부좌를 틀고 허리를 세운 채 수도중이다.

위태롭게 절벽에 자신들의 몸을 맡긴 나무들도 세월을 견뎌내고 있다. 사람의 얼굴 모습을 한 갖가지 기암들도 경이롭다. 바위그늘집자리, 샘물터, 커다란 연자매도 길에서 만날 수 있다. 야자나무과인 당종려는 커다란 손바닥을 활짝펴들고 탐방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키작은 돌토끼고사리와 긴잎도깨비고비, 참꽃나무 등도 추운 날씨에 제법이다. 암수 딴그루인 예덕나무도 서로를 그리워하며 마주한다. 이끼류와 콩난도 푸른 빛을 잃지 않았다.

▲창고천 탐방로에 설치된 데크시설.

육박나무, 물푸레나무과의 광나무, 종가시나무, 녹나무과의 참식나무, 차나무과의 사스레피나무, 산유자나무, 고추나무과의 말오줌때 등등 상록활엽수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뭇잎 사이로 바람의 노래도 들린다. 제주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구실잣밤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감탕나무, 담팔수 등도 많다. 보리밥나무·보리장나무·후피향나무 등의 귀중한 수종도 만날 수 있다.창고천 구간중 하류인 안덕계곡은 독특한 식물상을 보여준다. 상록활엽수림이 울창하게 우거져 국가지정 천연기념물 377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곳이다. 이 일대에는 구실잣밤나무를 비롯한 조록나무와 녹나무 등 300여종의 수종과 솔잎란 등 희귀 난대성 양치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창고천은 역사·문화유적과 많은 전설이 깃든 공간이기도 하다. 계곡의 물을 이용하기 위해 제주 선인들은 수로를 놓는 등 대역사를 써갔다. 20여년전만 해도 이 일대 수만여㎡의 계단식 논농사가 이뤄졌던 곳이다. 민물참게도 서식한단다.계곡 상류에는 원시적인 형태의 도수로 흔적도 있다. 하류 곳곳에는 바위그늘 집자리가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길게 늘어선 산책로를 따라 창고천을 거슬러 오르다보면 어느새, 이방인은 한그루의 잡목이 된다.

▲매서운 겨울한파에도 안덕계곡을 따라 우거진 원시상록수림은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고향의 강' 창고천, 국토부 정비사업 대상지 선정

2013년까지 자연친화적 정비…드라마 '추노' 촬영지로 유명

창고천이 최근 국토해양부의 '고향의 강' 정비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예산 50억원이 투입되며 향후 총 사업비는 85억원에 이른다.

서귀포시는 '고향의 강' 사업을 통해 안덕계곡 일대 5.0km 구간에 대한 하천정비를 비롯한 산책로, 녹지공간, 자연학습장, 소규모광장 등을 만들 계획이다. 단순한 하천기능을 탈피하고 신개념의 강 문화를 창출해 지역의 역사, 문화, 관광 등을 어우르는 새로운 문화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오는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자연친화적인 하천정비에 나선다. 내달 실시설계용역을 시행할 계획이다.

창고천은 1100도로변 삼형제오름 일대에 드넒게 펼쳐진 고산습원의 발원지다. 특히 하천은 상창리 병악오름을 거쳐 남류하다 하류의 군산에까지 닿는다. 또 다시 방향을 서쪽으로 바꿔 월라봉 옆의 하구 '황개천'에 이른다.

하류의 지질구조도 특이하다. 주상절리를 연상케하는 수직절리와 수중화산활동의 결과물인 대규모 수성퇴적층이 확연히 드러나 있다. 퇴적층은 인근 군산에까지 광범위하게 분포해 있으며 그 비경이 압권이다. 일부 구간이 붕괴위험으로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안덕계곡은 먼 옛날 하늘이 울고 땅이 진동하고 구름과 안개가 낀지 7일만에 큰 신들이 일어서고 시냇물이 암벽 사이를 굽이굽이 흘러 '치안치덕(治安治德)'한 곳에서 유래됐다. 드라마 '추노'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12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