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로마트에서 근무하던 중 숨진 고(故) 김영균씨의 유가족이 22일 간담회를 열고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장태봉기자
[한라일보] "비 오는 날, 면허도 없는 영균이가 왜 지게차를 몰아야 했나요. 우리 사위의 죽음이 억울하지 않도록 진실을 밝혀주십시오."
하나로마트에서 근무하던 중 지게차 전복 사고로 숨진 20대 노동자 고(故) 김영균씨의 장인어른은 먹먹한 목소리로 이같이 호소했다.
김씨의 유가족은 22일 오후 민주노총 제주본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망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유족은 김씨를 떠올리며 "주말에도 일이 생기면 마트에 나갈 정도로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었다"며 "곧 태어날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연차도 아껴가며 다친 몸으로 출근을 했다"고 말했다. 숨진 김씨는 넉 달 전 결혼을 한 새신랑으로, 그의 아내는 2주 뒤 출산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와 관련해 유족은 "고인은 지게차 면허가 없을뿐더러 안전교육 이수도 없었다"며 "회사에 업무가 힘들다고 의사표현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주변의 걱정과 만류에는 "이 업무를 하지 않으면 회사에서 일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유족은 전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사고 당시 김씨가 운전한 지게차는 3t 미만으로 파악됐다. 3t 미만 지게차의 경우 전문 자격증이 필요하진 않지만 1종 보통 운전면허증을 소유한 상태에서 지정 교육기관에서 실습과 이론을 포함해 12시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유족은 김씨가 운전면허는 있었으나 중장비 교육 등은 이수한 적 없다고 했다.

지난 19일 제주시 모 농협 하나로마트 지하주차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지게차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주소방안전본부 제공
또 사고 당시 김씨는 인대 파열로 다리 깁스를 한 상황이었다. 김씨는 감귤 유통센터에서 약 1년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지난해 8월쯤 1년 계약직으로 전환돼 하나로마트로 근무지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와 같은 하나로마트에서 근무한 A씨는 "면허 여부와 관계 없이 계약직들은 대부분 지게차를 모는 것으로 안다"며 "고인이 정규직 전환을 바라며 시험을 준비하고 있어 업무를 거부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은 또 "이번 사고는 개인의 억울한 희생으로만 그칠 게 아니라 청년들이 불안정하고 위험한 일자리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며 "관리자 처벌만 강조할 게 아니라 열악한 청년 노동자들의 현실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 19일 오후 3시 30분쯤 제주시 소재 모 농협 하나로마트 지하주차장에서 지게차 작업을 하던 중 잠시 정차한 지게차가 미끄러지며 깔려 숨졌다.
제주경찰청은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를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게차 운전 자격 여부와 안전조치 등을 중점으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되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사고가 난 지역농협은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고로 큰 슬픔을 겪고 계신 유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현재 관계기관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경위나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유족 피해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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