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 보존과 활용 어떻게 할 것인가/국내외 유적 정비현장을 가다](4)센다이시 치테이노모리뮤지엄

[유적 보존과 활용 어떻게 할 것인가/국내외 유적 정비현장을 가다](4)센다이시 치테이노모리뮤지엄
2만년 전 빙하기 자연환경ㆍ인간 생활흔적 되살려
  • 입력 : 2011. 02.16(수)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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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원형 구조로 지어진 치테이노모리뮤지엄. /사진=이윤형기자

특수설계로 바닥 없는 지하 전시공간 건축 눈길
저습지 유적 보존·활용… 종달리유적 참고할 만

치테이노모리뮤지엄은 숲과 관련된 지하 박물관이다. 이름부터가 지하의 숲 박물관이다. 그것도 빙하기의 숲을 위주로 하고 있는 테마박물관이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치테이노모리뮤지엄은 2만 년 전 후기 구석기시대 자연환경과 숲을 무대로 살았던 인간의 생활흔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도미자와유적으로부터 발굴된 빙하기의 숲의 흔적과 생활유적을 현장에 그대로 보존ㆍ전시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대부분 선사시대 유적지나 박물관이 석기나 토기 등 유물중심과 생활상을 보여주는 것과는 차별성을 보여준다.

치테이노모리뮤지엄을 있게 한 도미자와유적은 센다이시(仙台市)에 위치하고 있다. 센다이시는 미야기현(宮城縣)의 현청 소재지이자 일본 동북지방 최대의 도시로 알려진 곳이다. 이 유적은 센다이시 동남부에 면적이 약 90ha에 이를 정도로 광범위한 분포범위를 보여준다.

이 유적이 알려진 것은 1982년에 시작된 발굴조사부터다. 조사 결과 야요이시대부터 메이지시대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벼농사유적(水田跡)이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어 1987년과 1988년 초등학교를 짓기 위해 30차 발굴조사가 실시됐다. 이 발굴을 통해 표고 7m 전후의 지층 안에서 처음으로 구석기시대 생활유적이 나타났다. 여기서 2만 년 전 원시식생의 흔적과 사슴 및 사람들이 모여서 모닥불을 피우던 흔적, 각종 석기류 등이 양호한 상태로 확인됐다.

▲전시관 내부에서 바라본 야외 빙하기의 숲의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당시 환경을 말해주는 수목이나 구과(球果), 잎ㆍ종자 등의 식물화석, 곤충화석, 사슴 등 동물의 무덤 등이 발굴됐다. 원시 자연식생 유물이 잘 남아있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유적이 저습지에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도미자와유적은 2만 년 전 부터 시작됐음이 밝혀지게 됐다.

박물관의 와타나베 히로미(渡部 弘美) 학예실장은 "2만 년 전 빙하기의 숲과 사슴 등 동물흔적, 구석기시대인들의 흔적이 한꺼번에 발굴된 것은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자랑했다.

이처럼 구석기시대의 식생과 인간활동과 관련된 세계적인 유적임이 밝혀지면서 초등학교 신축은 중단되고 발굴현장은 그대로 보존하기로 결정, 1996년 치테이노모리뮤지엄이 개관됐다.

박물관 지하 상설전시실에는 2만 년 전의 나무뿌리 등이 뒤엉킨 채 노출된 모습을 볼 수 있다. 타원형으로 조성된 전시공간은 바닥이 없는 독특한 구조를 하고 있다. 바닥이 없기 때문에 비가 오면 지하수가 그대로 올라온다고 한다.

박물관 건물은 지하수 대책을 감안한 특수설계로 지어졌으며, 발굴현장 보존을 위해 습도는 항상 80%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건물 설계단계에서부터 지하에 있는 2만 년 전의 숲을 발굴현장 그대로 보존하고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고심한 점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저습지 유적임을 감안한 발굴과 보존 및 공개가 인상적이다.

▲치테이노모리뮤지엄 전시관 내부에 전시중인 2만년 전의 식물화석.

▲발굴현장을 그대로 보존해 관람객들에게 공개하고 있는 지하 상설전시실인데, 빙하기의 나무뿌리가 뒤엉켜 있다.

제주도의 경우 저습지 유적은 지금까지 드물게 확인되고 있다. 그나마 종달리 저습지 유적인 경우는 일부만 국립제주박물관에 의해 발굴된 뒤 방치되고 있다. 이 유적에서는 기원 전후 시기의 나뭇잎 등의 자연유물과 토기, 석기 등이 다양하게 출토돼 관심을 모았다. 또한 중국 신대에 발행된 화폐로 기원후 14년에 주조되기 시작하여 기원후 40년까지 유통된 화천(貨泉)이 출토되기도 했다. 유적의 중심년대는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2세기 사이로 밝혀졌다. 기원 전후의 고환경과 중국대륙과 한반도와 제주, 일본사이의 대외교류의 상호연관성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된 종달리 저습지 유적의 경우도 보존과 활용방안 마련을 고심해야 할 때다.

치테이노모리뮤지엄의 야외는 빙하기의 숲이 재현돼 있다. 빙하기 당시에 센다이 지역의 기후가 홋카이도 날씨와 비슷할 정도로 낮았다는 점을 감안해서 숲을 복원해 놓은 것이다. 나무들 역시 홋카이도 산을 심었다. 관람객들은 야외공원으로 조성된 빙하기의 숲을 거닐며 2만 년 전의 환경과 인류를 생각하게 된다.

[ 발굴에서 보존까지… ] 8년간 발굴 보존과정 거쳐 박물관 개관

치테이노모리뮤지엄은 1988년 이후 8년간 발굴과 보존과정을 거쳐 1996년 11월 개관했다. 발굴 후에 흙을 덮었다가 건물 건축 후에 다시 흙을 걷어내서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지금은 연 3만6000명 정도 관람객이 방문한다.

도미자와유적은 저습지에 형성됐기 때문에 발굴현장은 비가 오면 지하수가 그대로 올라와 박물관 건물은 지하수 대책을 감안한 특수 건물로 건축됐다. 박물관 외부는 전시공간의 연계성을 고려해서 빙하기의 숲과 잔디광장을 조성해 놓았다.

박물관 측은 계절별로 다양한 주제의 기획전과 특별기획전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기획전 관련 강좌와 기념 강연회 및 고고학강좌 등이 마련된다. 체험교실로는 석기 만들기를 비롯 도미자와유적이 논농사 유적인 점을 감안해서 여름방학 부자ㆍ모자가 함께 만드는 고대의 쌀 체험행사를 마련한다. 고대의 쌀 체험행사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모내기와 제초 및 토기만들기, 토기굽기, 벼베기, 탈곡, 수확제 등이 7회에 걸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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