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도시 서귀포 비전과 전략](5)새로운 교육모델을 찾아라

[교육도시 서귀포 비전과 전략](5)새로운 교육모델을 찾아라
꿈에 부푼 교육도시 앞날에 전문계고는 없나
  • 입력 : 2011. 03.09(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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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보건·의료계열 특성화고로 새롭게 출발한 중문고등학교 신입생들이 교사의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강희만기자

특성화고 변화 노력 맞춰 교육청-서귀포시 동행해야
'서귀포형 혁신학교' 등 교육환경 탈바꿈 노력도 필요


새봄 새학기를 맞아 문패를 바꿔 단 학교가 몇몇 있지만 중문고등학교는 남달라보였다. 1966년 4월 중문원예고등학교로 개교한 이래 교명을 바꾼 것은 이번이 네번째. 1972년 중문종합고등학교로, 1990년 중문상업고등학교로 교명이 변경되었고 20여년만에 다시 새옷을 갈아입었다. 보건·의료계열 특성화 고등학교로 변신하면서 중문고등학교가 됐다.

▶일반계고 지원 예산 10분의 1에 그쳐="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여러명 입학했습니다. 졸업후 아이들의 진로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김성익 중문고 교장은 들뜬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의료 기초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중문고로 이름을 바꾸고 신입생을 맞은 날이 지난 2일. 교문으로 들어서는 신입생들의 얼굴에서 희망을 보는 듯 김 교장은 "학교가 달라지고 있다"고 몇차례 강조했다.

최근 몇년간 중문고는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했던 해가 많았다. 이번은 달랐다. 보건간호과, 의료정보과, 의료관광과 등 3개의 특성화학과를 개설했더니 최고 1.8대 1 등 평균 1.3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신입생들의 평균 내신 성적도 눈에 띄게 올랐다.

중문고는 2009년 외부 용역과 내부 검토를 거쳐 보건의료계열 특성화고로 체제 개편을 실시했다. 성공적인 출발을 보여주는 여러 수치에 고무된 학교측은 지역사회의 적극적 관심이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비쳤다. 서귀포시가 특성화고를 통한 '명품 교육도시' 조성에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계 고등학교의 상위 10%에 포함되는 학생을 위한 수업을 지원한다고 명품 교육도시가 되는 겁니까. 특화된 교육활동으로 아이들의 소질과 적성을 키우는 학교에도 똑같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김성익 교장은 서귀포시가 당초 교육도시 사업과 관련 일반계고 지원액의 10분의 1에 불과한 예산을 특성화고에 편성했던 일을 꺼내놓으며 "그래선 안된다"고 말했다. 서귀포시는 결국 특성화고 지원 예산을 학교당 10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올렸다.

▲직업교육과 인문교육이 통합된 스웨덴 스톡홀름 상뜨 에릭스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미술수업 시간에 공동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한라일보 DB

▶학교 체제 개편·학과 개발 공동 노력을='교육도시 서귀포시'의 밑그림에 새로운 학교 모델을 그리려는 노력이 필요해보인다. 수월한 일은 아닐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제주도교육청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일선 학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귀포의 자연적·인문적 환경과 연계한 특성화학과 개발이나 특성화고 개편, 제주형 자율학교와 같은 '교육도시 서귀포 혁신학교' 운영 등 실현가능한 목표를 세워볼 만 하다. 특별법에 따른 제주형 자율학교의 권한처럼 서귀포에서 가동되는 새로운 학교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 이곳에 있는 상뜨 에릭스 김나지움은 인문교육과 직업교육이 통합된 고등학교다. 학생들은 전기, 예술, 수공예, 자연과학, 기술 프로그램을 배운다. 이들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관련 분야 대학에 진학하거나 직업을 가질 때 필요한 기본 지식과 능력을 키운다. 상뜨 에릭스는 직업과 대학을 택하는 학생 비율이 반반씩 된다. 직업 과정을 익히는 학생들이 그보다 더 많은 70%에 이르는 통합학교도 적지 않다.

양성언 교육감 등 도교육청 관계자들은 지난 1월 스웨덴, 핀란드 교육 현장을 방문했다. 도교육청은 스웨덴 스톡홀름 등에 있는 몇몇 교육시설 방문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고등학교처럼 학생들이 인문계고를 고집하지 않는다"며 "일반계고와 전문계고 진학률이 비슷하고, 전문계고 졸업후 진학보다는 직업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썼다.

중문고만이 아니라 최근 서귀포 지역 특성화고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직업보다 대학을 선택하는 게 다수인 현실이지만 경쟁력을 갖춘 학교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귀포시의 동행이 기다려진다.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 교육도시에 바란다 ] 새로운 비전 위한 3가지 제안

우리나라 최남단의 아름다운 도시 서귀포가 교육도시가 되려 한다는 소식은 참으로 신선하고 상큼하다. 서귀포에서 교육을 혁신하려 한다면 어떤 점에 중점을 두어야 할까? 필자가 우리 교육의 혁신을 꿈꾸며 스웨덴에 2년간 머물면서 꼭 이루어졌으면 하고 생각했던 사업을 3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서귀포 시장과 교육계 안팎의 지도자들은 물론 시민들까지 서귀포 교육 발전을 위한 큰 합의를 만들어 실행하겠다는 꿈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서귀포 교육 발전을 위한 혁신적인 개념의 '포럼과 비전 워크숍'을 개최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이다. 이미 창립되어 있는 '서귀포 교육포럼'이 기획하는 충실한 내용의 포럼과 비전 워크숍을 통해 교육도시 사업의 비전과 목표를 함께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과 강사진을 혁신적으로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21세기 교육 혁신의 큰 방향과 흐름, 직업세계의 변화 등을 읽어내고 새로이 다가오는 시대를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할 참다운 역량이 무엇인지를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워크숍이어야 한다. 미래를 내다보는 관점을 혁신하지 않고 진정한 교육 혁신은 불가능하다.

다음으로 학교교육의 혁신은, 교사들이 혁신의 주체로 서고 새로운 교육을 위한 역량으로 무장할 때 가능해진다. 따라서 되도록 많은 예산이 교사들의 새로운 교육을 실천할 역량을 강화시키는 데 과감하게 투자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21세기 교육을 실천하는 (가칭)'혁신 교사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학교당 일정 수의 교사들을 공모하여 특별한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귀포시내 학교의 교사들 가운데 '교육도시 서귀포' 프로젝트에 적극 공감하는 교사들을 학교당 최소 3명 이상 모집해 새로운 교육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은 물론 철학과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로 학생들을 학교 혁신의 주체이자 학습의 주체로 세우는 것이다. 학생들을 주체로 세우는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핀란드 '헬싱키 청소년의 목소리' 프로젝트가 좋은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는 매년 3월에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헬싱키 시장과 초중고학교 학생 대표들이 참여하는 '청소년의 목소리 회의(the Voice of the Young Mayor's meeting)'가 열린다. 각 학교에서 2명씩 참가한 학생 대표들은 미리 준비해온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토론을 거쳐 학교별 예산 배당을 투표로 확정한다. 학생들만이 아니라 시의원들이나 시민단체, 언론사 대표나 기자들도 초대되어 방청할 수 있다.

2008년의 경우 청소년의 목소리 회의를 통해서 사용했던 예산이 60만 유로(약 9억8천만 원)다. 이 예산은 헬싱키시 전체 예산 가운데 학교 기초시설 개선 예산의 일부를 할애한 것이다. 시장과 학생들이 함께 한 이 회의에서 배분하기로 결정된 예산은 별도의 의결 과정이 없이 곧바로 확정된다.

위와 같은 프로젝트 즉 ▷서귀포 시민들의 교육에 대한 큰 합의 ▷교사들의 역량을 크게 강화시키기 위한 체계적인 준비 ▷학생들의 기를 살려주고, 그들이 변화와 혁신의 주체가 되게 하는 것 등 세가지만 확실히 해도 서귀포시의 모든 학교에 생명력과 활기가 넘칠 수 있게 되리라고 믿는다. <안승문 21세기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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