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옥의 식물이야기](9)제주에 자생했던 감귤, 얼마나 될까?

[문명옥의 식물이야기](9)제주에 자생했던 감귤, 얼마나 될까?
역사적 기록상 제주 재래감귤명 40여종 달해
이름도 제대로 몰라… 식물주권시대 보존 시급
  • 입력 : 2011. 03.19(토) 00:00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섶섬의 절벽 면과 숲 내에 홍귤 노거수 7그루가 자라고 있다.

감귤류는 동아시아가 원산지로 추정되며, 식용 및 약용으로의 유용성 때문에 전 세계에 널리 재배되고 있는 식물이다.

제주 감귤류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고려사기, 세종실록, 재물보, 남명소승, 남사록, 탐라지 등 많은 문헌에 남아있으며 1500년이 훌쩍 넘는 오랜 재배 역사를 갖고 있다. 여기에 드러난 제주 재래감귤명은 무려 40여 종류에 달한다. 물론 시기나 기록자에 따라 같은 식물이 다른 이름으로 칭해졌을 경우도 있으나, 많은 종류의 귤이 재배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과연 이 많은 종류가 모두 도입된 것이었을까?

이웃 국가인 중국과 일본의 식물지를 보면 각각 11종(교잡종, 야생화 된 종 포함)과 3종의 감귤류가 분포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분류학적 측면에서는 다소 혼란이 있는 실정이다. 한편, 다소 놀라운 점은 일본식물지에는 우리가 제주 재래귤로 알고 있는 홍귤과 청귤이 일본과 제주에 분포하는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빈귤과 병귤도 명확히 원산지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혹시 이런 종들이 제주에 분포했던 것은 아닐까?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홍귤의 자생이다. 홍귤은 섶섬에 절벽 면과 숲 내에 노거수 7그루가 자라고 있다. 청귤, 진귤(산물), 빈귤 등 다른 재래귤도 충분히 자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재래종은 지역 기후 풍토에 뛰어난 환경 적응성을 지니고 있어 토착 유전자원으로 매우 중요하다. 일본 과수연구소에서는 이미 2007년에 노거수 25본 등 제주 재래감귤 대한 조사와 시료 채취를 마쳤다. 이 보고서에는 제주 재래감귤이 내한성, 내동성, 내병성 등이 뛰어난 형질을 가진 유전자원일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제주의 재래감귤 이름이 어떤 식물을 칭하는지 조차 모르고 있다. 지금 전 세계는 식물유전자원의 확보와 식물주권 전쟁이 치열하다. 지금이 재래 감귤종을 찬찬히 되살펴서 우리의 것을 찾고 보존해야할 때이다. 만약 더 늦는다면 영원히 감귤 품종의 식민지가 될 지도 모른다. <이학박사·제주대 기초과학연구소>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811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