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상담활동이 뿌리내리는 데 큰 역할을 해온 박태수 제주대 교수는 최근 제주시 명도암에 들어설 제주국제명상센터 건립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사진=이승철기자
○…20여년 지역상담 기반 다져○…"날 온전히 비워야 상담 가능"○…명도암에 명상센터 건립 추진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맨 먼저 마주친 게 바닥에 깔린 양탄자였다. 서가는 단출했다. 학교 공사때 실내를 바꾸면서 꼭 필요한 책만 서가에 꽂아두고 나머지는 주변에 나눠줬다. 탁자가 있던 자리에는 양탄자를 놓았다.
제주대 교육대학원 교육학과 박태수(64) 교수. 연구실은 주인을 닮아있었다. 그는 점심과 저녁 식사전 공복기에 양탄자에 앉아 명상에 젖어든다.
박 교수를 추천한 이는 제주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허철수(65) 제주대 교수. 허철수 교수는 그에 대해 "청소년, 학부모, 교사 등 각 영역에 걸쳐 제주지역에 상담 활동을 뿌리내리게 한 분"이라고 소개했다.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초등 교사로 근무하던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공부에 뜻을 두고 교직을 떠나 중앙대 교육학과로 편입했다. 그때가 1974년이다. 둘은 거기서 처음 만났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으로 있던 박 교수를 제주대로 이끈 것은 허 교수였다. 박 교수는 10년간의 연구원 생활을 접고 1988년 제주대 학생생활연구소 상담부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그동안 제주상담심리연구회장, 제주상담센터장, 한국상담학회 회장, 제주상담학회장, 한국상담학회 초월영성상담학회장을 거쳤다. 연구모임을 꾸리고 제주대 교육대학원을 통해 전문 상담인력을 배출하는 등 상담 분야에서 한 길을 걸어왔다. 지금도 그의 수첩엔 상담 일정이 빼곡하다.
"삶 자체가 끊임없는 갈등이죠. 그것을 극복하며 성장해가는 겁니다. 상담자는 갈등을 안은 내담자가 스스로 원인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고기를 잡아주기 보다 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주는 셈입니다."
상담 활동을 해온 지 20여년. 이 과정에서 그는 이론적·기술적 경험은 쌓여가지만 정작 내담자의 내면 세계를 다루기는 점점 어렵다는 걸 느꼈다. 나이 60에 명상에 눈을 돌렸다. 2006년 인도에서 요가명상 공부를 한 박 교수는 이듬해 제주국제명상센터를 창립했다. 마음을 비워내는 상담자의 변화 없이는 내담자를 온전히 도와줄 수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허철수 소장
"엄청나게 쏟아지는 정보속에서 너나없이 조급해지고, 경쟁적으로 변해가고 있어요. 이런 현실에서 '나는 행복한가'란 물음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마음을 잘 다스리면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속에서도 여유있게 살 수 있습니다."
명상을 하며 평화롭게 사는 제주사람들을 생각할 때마다 미소짓게 된다는 박 교수. 그는 '나를 위한 명상공간'을 지을 생각으로 어렵사리 구입했던 제주시 봉개동 명도암의 부지를 최근 사단법인체인 제주국제명상센터에 내놓았다. '세상을 위한 명상공간'으로 더 많은 이들과 '내면의 평화'를 나누기 위해서다. 현재 명상센터 건립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십시일반 모금이 이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