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제주교향악단의 도전

[편집국 25시]제주교향악단의 도전
  • 입력 : 2011. 04.14(목) 00:00
  • 문미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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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저녁. 제주시민복지타운에서 왕벚꽃잔치가 개막돼 들썩거리는 그 시간 제주아트센터 무대에는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이 번졌다. 무대와 지척에서 펼쳐지는 왕벚꽃잔치 탓에 객석이 허전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잔잔한 장송행진곡으로 시작해 격정적이고 웅장한 5악장까지 한 편의 인생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말러 교향곡 5번을 연주하는 데는 75분이 걸렸다.

연주회가 끝나고 얼굴을 마주한 제주교향악단의 이동호 상임지휘자는 "긴 시간 객석을 지키느라 수고하셨다"고 했다. 말러의 교향곡으로 관객과 만나기까지가 쉬운 여정이 아니었음을 얘기하는 것처럼 들렸다. 말러 교향곡 5번은 69명의 제주교향악단원 외에 추가로 30명의 연주자를 수혈해 빚어낸 작품이었다.

제주교향악단은 지난해부터 말러 교향곡 9곡 등 모두 11곡 전곡 연주의 대장정을 4년 계획으로 진행중이다.

제주교향악단이 한 음악가의 전곡 연주 도전은 말러가 처음이 아니다. 안톤 브루크너가 남긴 열한곡의 교향곡 전곡을 2004년 11월부터 2008년 4월까지 연주한 전력이 있다. 지방 교향악단이, 그것도 클래식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제주에서 국내 처음으로 이뤄낸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연주와 녹음 완성은 국내외 음악계에서 두루 회자됐고, 한국 브루크너 연주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브루크너를 마무리한 제주교향악단이 다시 까다롭기로 알려진 말러의 곡에 도전하는 것은 중앙에 견줘 인적자원이 부족한데다 음악 애호가층도 얇은 제주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정명훈씨가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KBS교향악단 등 한국을 대표하는 교향악단이 지난해부터 올해 서거 100주년을 맞은 말러 연주에 불을 지피고 있어 부담은 더 크다.

브루크너 연주 초기만 해도 고단한 도전에 단원들은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며 볼멘 소리를 쏟아냈다. 작품 해석이 어렵고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쉽지 않은 까다로운 곡을 11곡이나 연주해야 하는 장거리 마라톤에 단원들은 피눈물(?)을 흘렸다. 여기에다 지난해 말러를 꺼내들자 "지휘자에게 제발 말러를 말려달라"는 농담섞인 얘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공립예술단으로서의 일련의 도전은 당연한 책무가 아닐까? 완벽한 준비란 어렵다. 완벽을 위해 달려가면서 성장의 발판이 자연스레 마련된다. 말러를 찾아 떠난 수 년의 대장정이 마무리될 즈음이면 제주교향악단이 어느만큼 더 성장해 있을지가 궁금하다.

<문미숙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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