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은 제도 순응의 다른 이름
부조리한 현대인의 '관계의 고리'
작년에 소설가 최인호가 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것을 듣고 크게 상심했었다. 최인호의 책은 모두 읽었을 만큼 나는 그의 팬이었다. 또 역사학자보다 더 많이 공부한다는 그는 항상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런 그가 이 책을 통해 30여 년 동안 몰두했던 역사·종교소설 스타일(마라톤 주법)을 과감히 버리고, '최인호'라는 이름 석 자를 세상에 알린 현대소설(단거리 주법)로의 회귀를 선언했다.
작가는 자신이 믿고 있던 모든 실재(實在)에 배신을 당한 주인공 K가 또 다른 실재를 찾아 방황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현대인이 맺은 수많은 '관계의 고리'의 부조리함을 묘파한다. K는 자신의 배역과 역할에 충실한 동안 정작 자신의 시간을 누리지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한다. 도덕적이고 합법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제도에 순응함으로써 갖게 된 스스로의 착각일 뿐이다. 일상에 금이 가면서 K는 자신을 의심한다. 그리고 그 균열 속에서 그는 자신의 계획과는 다르게 진행된 또 다른 삶을 목격하는 것이다.
수년 전 내가 한창 다이어트에서 재미를 보고 있을 때였다. 나는 칼로리를 소모하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찾아다니고 있었고 집안일도 30분을 하면 100칼로리가 소모된다는 것을 들었다. 그 후로 나는 집에만 오면 내가 할 수 있는 집안일을 찾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목욕시키는 것부터 설거지, 걸레질 등 칼로리 소모가 많은 것은 내가 맡아서 했다. 그전에는 이런 집안일을 하는 것은 남편과 아내의 관계 때문에 아내를 위해 내가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당연히 아주 하기 싫고 귀찮은 것이었다. 그러나 내 다이어트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주 재미있는 나의 일부가 되었다.
다른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아내를 보면 아이들에게 갖는 기대치가 높다.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면서 그로 인해 높은 결과를 기대하기도 하고, 또 아이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도 한다. 그러니 아이들 키우는 것이 힘들다고 느끼고 그런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허무해지고 실망이 크다. 나는 아이들에 대한 기대치를 완전히 없애라고 말한다. 아이들을 키워서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욕심이 아이들로 하여금 스트레스를 받게 하고 부모 또한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커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내가 아이들을 키우는 게 아니라, 키워서 어떤 사람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커나가는 것 자체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이것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가족들을 위한 것이기도 한다. 그러면 아이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일이 적어지고 아이들도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간다.
작가는 남에게 읽히기 위한 문학이 아닌 오직 나만을 위한 문학으로 당당하고 씩씩하게 나아갈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런데 내가 글을 써보니 나 자신을 위한 글이 남에게도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공인회계사 : @seomcpa, sbse-jejutax.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