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옥의 식물이야기](27)'숨은물뱅듸'의 습지식물과 가치

[문명옥의 식물이야기](27)'숨은물뱅듸'의 습지식물과 가치
  • 입력 : 2011. 07.23(토)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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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물뱅뒤 습지와 자주땅귀개.

보호야생식물 '자주땅귀개' 자생 학술적 주목
식물구계학적 중요성 높은 분류군도 다수 분포

한라산 해발 980m. 삼형제오름, 노로오름, 살핀오름으로 둘러싸인 곳에 넓은 벌판이 펼쳐져 있다. 바로 '숨은물뱅듸'다. '뱅듸'(뱅디)는 널따란 벌판을 의미하는 제주어이다. 최근에는 보호야생식물인 식충식물 자주땅귀개가 대규모로 자생하고 있는 것이 밝혀져 학술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지역은 개방형 평탄지형으로, 완만하며 주변에서 유입된 강우 등의 물에 의해 산지 습지가 유지되고 있다. 이곳엔 과연 어떤 식물들이 자라고 있을까? 그리고 숨은물뱅듸의 진정한 가치는 뭘까?

한라산에 나타나는 산지 습지는 매우 드물다. 왜냐하면 한라산의 지질은 투수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한라산 산지 습지는 불투수층이 있는 오름 산정화구와 오름에 둘러싸인 와지(窪地) 형태의 완사면에서 매우 드물게 발달하는 습지뿐이다. 숨은물뱅듸가 후자에 속하는 산지습지이다.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숨은물뱅듸 일대에 분포하는 관속식물은 총 190종류로 다양한 식물이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다. 이러한 이유는 물웅덩이, 양지바른 습초지, 나지, 단편화된 수목식생섬, 낙엽활엽수림대 등의 다양한 환경을 갖고 있어 종다양성이 매우 높아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게다가 고지대인 주변 오름에 분포하는 고산성 식물의 유입으로 인해 식물구계학적 중요성이 높은 분류군도 다수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화산섬의 지질 특성상 지표수가 흔하지 않아 한라산 산록 완사면에 형성된 산지 습지는 특히 중요하다. 더구나 숨은물뱅듸는 오름에 둘러싸인, 웅덩이형태의 완사면에 발달하는 습지로는 한라산 최대 규모이다. 게다가 이런 산지 습지의 생물상은 매우 독특하고 가치가 매우 높다. 숨은물뱅듸가 람사르(Ramsar) 습지로 등록된 물영아리나 물장오리 화구호보다 부족한 점은 무엇인가?

<이학박사·제주대 기초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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