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투기 아닌 주거 대상무리한 투자로 집 가진 하류층 전락
하우스 푸어는 비싼 집에 살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말하는 신조어다. 무리하게 집을 사지 않았다면 저축을 하며 충분히 중산층 수준의 삶을 누릴 수 있는 이들이 집 없는 중산층에서 집 가진 하류층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들에게 집은 더 이상 돈 덩이가 아닌 빚덩이일 뿐, 삶의 질을 떨어 뜨리는 족쇄가 되어버렸다.
작년 이맘때쯤 지인 H는 자신이 사려고 하는 집이 있는데 이 정도 가격이면 적정한 가격인지 물었었다. H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임차료가 너무 비싸 차라리 빚을 내서라도 집을 구입하는 편이 이자비용이 적게 들어갈 것 같다는 논리였다. 그때 그 집의 적정가격을 계산해 보았는데 30~40% 고평가 되어 있었다. 나 같으면 구입하지 않을 것 같았지만 H에게 그렇게 말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H는 집이 없는 상태였고 나는 집이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또한 빚을 내서라도 자기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은 여자 입장에서 최우선 조건이었다. 그러나 나는 빚을 내서 집을 사는 것은 극구 말렸다.
그리고 1년이 지난 달 H는 다시 나에게 말했다. 집값이 너무 오르고 있어서 아내가 지금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너무 조급해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작년보다 더 강하게 말렸다. H는 당장 집값이 무섭게 오르니 더 오르기 전에 사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가격은 수요와 공급원리인데 몇 년간 주택경기가 좋지 않아 공급물량이 없었다. 게다가 원자재 가격이 올라서 아파트 원가가 올라갈 수 밖에 없었는데 이것을 두고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였다. 앞으로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주택 수요는 인구증가와 정확히 비례하는데 우리나라 인구 증가율이 세계 최하위다.
주택가격이 언제 떨어질지에 대해 묻는다면 정확하게 대답해줄 사람이 없겠지만, 장기적인 방향성에 대해 묻는다면 하락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인구구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 정책이 집값에 호의적이지 않다. 지난주에 시중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한시적으로 금지시켰다는 뉴스를 보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너무 급증하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소득증가율 정도로 집값 상승률을 규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이상 신호가 오면서 급하게 강수를 둔 것이었다. 이 규제가 문제는 있지만 사실 앞으로 계속해서 나올 가계부채 규제의 신호탄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 주에 H로부터 다시 문자가 왔다. 8월 들어 주가가 폭락하는 것을 보고 무서워서 집 사는 것을 보류했다고 하였다. 자기 집은 꼭 있어야 한다는 마음에는 충분히 공감하면서 주거라는 것을 명분으로 그 뒤에서 투자수단으로 삼는 것에는 반대한다. 그러니 집을 사려는 사람에게 어느 쪽의 집값이 오를 것인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며, 우리 집이 얼마 올랐다는 식의 말도 정말 자랑거리가 아니다. 집은 투자나 투기 대상이 아니라 주거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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