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안 640리를 가다(15)]제2부-해양개발 현장을 가다(6)신천리· 하천리 마을어장

[제주해안 640리를 가다(15)]제2부-해양개발 현장을 가다(6)신천리· 하천리 마을어장
천미천 경계로 나눠진 마을어장 해양생태 극과 극
  • 입력 : 2011. 09.16(금)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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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표선면 하천리와 성산읍 신천리는 제주에서 가장 긴 하천인 천미천을 경계로 나눠져 있다. 사진 오른쪽은 신천마을어장, 왼쪽으로 가면 하천마을어장이다. 두 마을어장의 생태계가 극과 극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에대한 조사 연구가 요구되고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신천리 19개 양식장… 마을어장 갯녹음 심각
하천리 육상 오염원 적어… 해조류 서식 양호
양식장 배출수 생태계 미치는 영향 연구 시급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19일, 해양탐사대는 서귀포시 표선면 하천리와 성산읍 신천리 마을어장을 찾았다.

표선면 하천리와 성산읍 신천리는 제주에서 가장 긴 하천인 천미천을 경계로 나눠져 있다.

천미천은 성판악 인근 돌오름에서 발원해 상류지역인 조천읍 교래리와 중류지역인 표선면 성읍리를 거쳐 하천리에서 바다와 만난다.

제주도 동남쪽지역에 내린 비는 천미천 줄기를 따라 이곳 마을어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신천리 마을어장은 육상에 있는 19개 양식장에서 쉴새없이 바닷물 유입과 배출이 이뤄지고 있었고 하천리 마을어장으로 유입되는 양식장 배출수는 전무했다.

천미천을 경계로 나눠져 있는 두 마을의 어장은 어떤 생태계를 간직하고 있을까.

탐사대는 하천·신천 마을어장의 각 2개 라인을 선정한 후 수심 15m, 10m, 5m에서 수중탐사를 진행했다.

▶하천마을어장=표선 해수욕장 앞에 위치한 하천리 마을어장은 평암반이나 높지 않은 암반대가 분포하고 있었고 전수심대에 걸쳐 감태가 군락을 이뤄 생육을 하는 등 전반적으로 매우 양호한 해조류 분포를 보이고 있었다.

수심 5m 이하의 낮은 수심대에도 감태(E. cava)와 큰열매모자반(S. macrocarpum), 큰잎모자반(S. coreanum), 톱니모자반(S. serratifolium)과 같은 모자반류가 관찰됐고 수심 8~11m 부근에서 감태군락이 높은 밀도를 보였다.

▲하천리 마을어장은 전 수심대에 걸쳐 감태가 군락을 이뤄 생육하는 등 전반적으로 매우 양호한 해조류 분포를 보이고 있다. 사진 위부터 수심 5m, 10m, 15m의 수중생태계 모습. /사진= 강경민기자

감태군락 사이로 소라 등이 관찰이 됐고 거품돌산호(A. japonica)와 빛단풍돌산호(M. trabeculata)가 군데군데 자라고 있었으며 분홍멍게(H. momus)나 해면류는 전 수심대에 걸쳐 간간히 관찰됐다.

이러한 마을어장의 환경은 소라, 전복이나 오분자기와 같은 수산생물에 큰 도움을 주고 있어 수산생물 방류해역으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신천 마을어장=양식장이 밀집된 신천마을어장은 갯녹음 현상으로 일반 해조류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1~15m 전해역에 걸쳐 갯녹음 현상이 진행된 암반 사이 사이에는 속이 빈 성게와 바퀴고동, 먹이를 찾아 이동하고 있는 소라의 모습이 관찰됐으나 갯녹음 현상은 서부해역의 애월 마을어장보다 훨씬 심각했다.

모든 수심에서 석회조류인 둥근띠게발(A. ephedraea), 넓은게발(A. anceps), 작은구슬산호말(C. pilulifera) 등이 우점해 있었으며 10m와 15m에서는 몽우리청각(C. contractum)이나 누운청각(C. coactum)이 높은 구성비를 보이고 있었다.

▲신천리 마을어장은 갯녹음 현상으로 일반 해조류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 위부터 해조류가 없는 수심 5m에 서식하는 소라의 모습, 10m에 있는 양식장 배관, 갯녹음이 진행된 수심 15m의 암반 지역.

감태(E. cava)와 함께 부착기질에서 공간경쟁을 하는 부착생물인 거품돌산호(A. japonica)를 포함한 산호류는 11~15m 전후의 수심에서 가장 많이 관찰됐다. 또 최근 제주 연안에서 증가하고 있는 분홍멍게(H. momus)는 10m 이내의 수심에서 가장 많이 관측이 됐으며 조식성 복족류인 바퀴고둥(A. haematragum)은 신천리 어장의 모든 수심대에서 높은 개체수를 보였다.

신천리 어장은 다른 도내 해역과 비교해 볼 때 서부해역의 애월리 어장과 더불어 매우 낮은 감태 피도를 나타내는 반면에 산호류, 해면류 그리고 분홍멍게(H. momus) 등의 저서동물은 비교적 높은 밀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에 따라 양식장 배출수가 직·간접적으로 감태등 해조류의 서식과 갯녹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갯녹음현상이란
절석회조류로 암반 백화


갯녹음 현상은 연안 암반 지역에서 해조류가 사라지고 흰색의 무절석회조류(無節石灰藻類)가 달라붙어 암반지역이 흰색으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탄산칼슘이 주성분인 무절석회조류는 수산생물에게는 먹이가치가 별로 없기 때문에 갯녹음이 생기면 해조류를 먹는 어패류도 사라져 버려 어장이 황폐화 된다. 백화현상의 원인은 이상기온에 따른 수온상승과 육지의 오염물질 유입 등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 연근해에서 1970년대 말 처음 발견됐으며 90년대 들어 동해안까지 확산됐다. 우리말로는 '갯녹음 현상'이라 하는데, 갯녹음이란 바다물이 흐르는 곳을 의미하는 '갯'자와 '녹다'의 명사형인 '녹음'의 합성어로 이루어진 순우리말이다. 국제적으로는 'Whitening' 또는 'Whiting event'로 통용된다.

제주바다에서 갯녹음이 나타난 것은 1985년. 서귀포 법환 마을어장에 나타난 갯녹음현상은 1990년대 남부지역으로 확산이 됐고 이어 2000년대 접어들면서 서부지역으로 확산됐고 최근에는 제주도 전 연안어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갯녹음으로 해양생태계가 파괴되면서 해조류, 소라, 전복, 해삼, 성게 등의 수확량이 매년 급감해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 취재는 제주대학교 제주지역환경기술개발센터의 지원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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