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투어버스(사진) 여행은 창밖으로 내다 보이는 제주풍광을 만끽하는 그것만으로도 색다른 멋을 풍긴다. /사진=한라일보 DB
출발 30분만에 또다른 세계가…코스엔 볼거리 16곳이 포함돼5천원으로 자유로이 버스 이용…버스 창문밖 모든것이 새로워
대입수능일인 지난 10일, 가을비가 부슬거린다. 기대반 우려반으로 시티투어버스에 올랐다. 오전 10시 제주시 시외버스터미널을 출발한 버스는 제주시청을 거쳐 곧장 별빛누리공원으로 향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가을을 담은 한폭의 수채화와 같다.
버스 승객들은 한라생태숲과 사려니숲길에서 많이 내렸다. 가을이라 단풍구경을 갈 참으로 나선듯 했다.
▲시티버스를 이용한 제주시 투어는 저렴한 비용으로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만끽할수 있는 더할나위 없는 프로그램이다. 성인기준 5000원의 비용이 들며 하루 동안 언제든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시티투어버스 코스에는 사려니숲길을 비롯해 별빛누리공원 등 제주시권 자연경관지 및 관광지가 들어서 있다. 사진은 코스에 포함된 곳으로 위로부터 사려니숲길, 노루생태공원, 별빛누리공원. /사진=한라일보 DB
출발한지 30분만에 사려니 숲길 입구에서 하차했다. 삼나무 사이로 희미하게 드리운 안개며 빗방울을 머금은 나뭇잎들이 도심의 공기와는 달리 청량감을 한껏 더한다. 숲길은 가을빛으로 완연하다. 당단풍은 물론 졸참나무, 서어나무, 이나무, 너도참나무 등이 제옷을 벗어던지며 나목(裸木)으로 길고긴 겨울나기를 준비하고 있다. 작은 물웅덩이와 계곡물에도 가을빛이 물든다. 서걱거리지 않는 낙엽을 밟으며 걷는 숲길은 사색하기에 좋다. 그래서 가을이면 사람은 시인(詩人)이렸다.
깊섶에는 한참 독오른 천남성 열매가 붉다. 어릴적 따먹던 볼래(보리수)가 발갛게 익었고 연분홍빛으로 빛나는 새비도 이채롭다. 빨간 씨앗을 품은 화살이며 언제나 청청한 얼룩조릿대는 빗물에 젖어 바람에 날선 가을바람의 노래를 대신한다. 이 모두가 가을을 풍족하게 채우고 있다.
앞만보고 달려왔던 우리네 아이들. 어깨를 도닥여줄 때다. 사람으로서, 혹은 자연으로서 그들로부터 위로를 받을 존재다. 숲길을 걸으면서 그동안 고마웠던 마음, 서운했던 마음 모두 털어내고 가족의 소중함을 확인하기엔 숲길만한 곳도 없다. 한참을 걷다보면 세상의 근심도, 삶의 긴장도 모두 내려놓고 편안하게 세상을 본다. 특히 수험생에겐 숲이 주는 맑은 공기와 대지에서 스며나는 좋은 기운들이 그동안 쌓였던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어주는데 그만이다.
▲코스중 한곳인 동문시장에 내려 먹거리를 찾는것도 여행의 한 즐거움이다.
숲길을 걸었다면 다시 시티투어버스에 올라 돌문화공원이나 노루생태관찰원, 4·3평화공원, 별빛누리공원 등도 곁들이면 좋다. 버스가 재래시장을 경유하고 있어 출출한 배를 채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종일 차표한장 손에 들고 제주시내권 유명한 관광지를 한꺼번에 둘러보면서 느끼는 가을의 여유와 충만함. 그 속에서 아이들에게 삶의 소중한 가치와 자연이 주는 풍요를 누리는 방법을 배워줘야 한다.
어쩌면, 주말 단풍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숲속 곳곳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단풍의 조용한 울부짖음이 가을숲을 물들인다. 상록수 틈에 끼어 미처 보여주지 못한 서러움을 가슴에 담았다가 가을, 제빛을 탐한다. 그래, 가을이다.
Tip= 시티투어버스란
가족이나 친구끼리 버스를 타고 떠나는 가을여행. 시티투어버스가 제격이다. 성인은 5000원, 학생은 3000원이면 16곳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버스노선은 제주시시외버스터미널-제주시청-별빛누리공원-한라생태숲-사려니숲길-돌문화공원-절물자연휴양림-노루생태관찰원-4·3평화공원-국제부두-연안부두-동문시장-관덕정-서문시장-용두암-공항을 경유, 다시 터미널로 복귀한다.
제주시가 지난 10월1일부터 운영중인 시티투어버스는 승차권 1매 구입시 당일에 한해 여러 회에 걸쳐 무료 탑승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첫차는 오전 9시, 막차는 오후 6시다. 전구간에 걸쳐 소요시간은 1시간30분이다. 버스여행시 반드시 시간을 체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길게는 1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관람이나 탐방시간을 적절하게 배정해야 한다. 문의 728-3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