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합니다](64)영화감독 안나 쥬글러의 추천-제주해녀

[추천합니다](64)영화감독 안나 쥬글러의 추천-제주해녀
"해녀의 악착스럼 영상에 담고 싶어요"
  • 입력 : 2011. 11.22(화)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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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출신의 영화감독 안나 쥬글러가 제주해녀에 관한 다큐픽션을 제작하기 위해 우도에서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있다. 해녀의 삶에 매혹된 그는 해녀들과 함께 물질하며 해녀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

○… 바다·바람·여인의 이야기
○… 물질하며 시나리오 작업
○… 2013년 해외영화제 참가

어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에서부터 누대에 걸쳐 삶을 이어온 해녀는 강인한 제주여인의 상징으로 표현된다. 거친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인간한계에 도전하며 가정경제를 이끌어온 해녀는 제주경제의 큰 축을 형성하기도 했다. 그런 해녀의 삶에 매혹된 한 프랑스 여인이 우도 바다에 자신의 몸을 던졌다.

영화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인 안나 쥬글러(Anna Jougla·35). 지난해 중국 장밍 감독의 '그림자'에서 주연을 맡은 그는 30여 편의 영화에 배우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이색적인 그의 프로필에는 스쿠버다이버라는 직업이 하나 더 따라붙는다. 평생 바다에서 사는 것을 꿈꿔온 그가 제주를 찾았다.

파리에서 태어난 그는 열다섯 살에 집을 떠나 세계를 떠돌았다. 미국과 대만, 중국, 호주, 동티모르를 누비다 보니 외국에서 산 날이 더 많다. 그런 그가 지금 제주에 머물며 해녀에 관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물질을 하고 있다.

"바다를 좋아하는데다 골수 스쿠버다이버이다 보니 스쿠버다이빙의 선구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마침 인터넷으로 자료를 검색하던 중에 제주해녀에 관한 글을 접하게 됐는데 바로 빠져들었어요. 이 엄청난 여자들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졌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해보이기도 해서 해녀들을 직접 만나 같이 잠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는 중국 베이징필름아카데미에서 석사(영화감독)과정을 밟을 때 많은 한국인 친구를 만났다. 덕분에 바로 한국에서 영화 작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할 수 있었다. 지난 9월 제주를 처음 찾아 해녀물질체험과 관련 자료를 조사한 그는 이달 초 다시 제주를 찾아 현재 우도에 머물며 시나리오를 집필 중이다.

▲안나 쥬글러

그가 구상하고 있는 영화는 다큐멘터리픽션(다큐픽션·허구와 상상을 토대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으로'제주도 인어들(The Mermaids of Jeju Island)'이라는 제목의 바다와 바람과 여인에 관한 이야기다. "꿈과 현실을 오가며 잠수하고, 우도와 우도사람들에게 흠뻑 빠져들어 그 삶 속으로 빠져드는 나의 이야기지요. 놀랄 만한 제주와 우도의 비경을 보여주고, 해녀에 관한 개인적인 바다 이야기를 기록하게 될 겁니다. 세상과 나누고 싶어 하는 노래와 이야기일 수도 있지요."

그가 해녀 영화를 통해 세상에 알리고 싶은 것은 어머니의 위대함이 아닐까? 가족을 위해 목숨을 내놓다시피 한 채 평생을 헌신하는 제주해녀들에게 그는 찬사를 보낸다.

다큐픽션 제작 사전작업의 일부로 읽고, 인터뷰하고, 사진을 찍고, 해녀노래를 듣는 그가 해녀들과 함께 직접 잠수까지 하는 이유다. 2013년 초 로테르담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 월드프리미어 참가를 목표로 제작 중인 그의 영화가 기대되는 것은 그가 해녀의 삶 속으로 직접 들어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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