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따라 여행길따라]오라 올레

[올레길따라 여행길따라]오라 올레
한천을 낀 숲길 걸으며 일상을 탈출하라
  • 입력 : 2012. 02.25(토)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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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올레길을 아시나요'

'오라올레길을 아시나요'

▲제주시 오라동에 있는 '오라 올레'는 제주시보건소 남쪽에서 출발해 방선문까지 한천을 바로 옆에 끼고 이어지는 4.7㎞ 길이의 숲길이다.

제주보건소 남쪽서 연북로~한북교~방선문까지 4.7㎞
설문대할망 전설의 '족감석'·'방선문' 등 명소 많아

제주에 '제주 올레'가 있다면 제주시 오라동엔 '오라 올레'가 있다. 제주보건소 남쪽 고지교에서 방선문까지 이어지는 오라 올레는 한라산에서 발원해 탐라계곡, 방선문, 용연을 지나 바다에 이르는 한천을 끼고 만들어진 숲길이다.

도심 인근에 이런 숲길이 있나 싶을 정도로 딴 세상을 보여주는 오라올레는 2009년 고지교~연북로까지 1㎞ 구간을 선보인데 이어 2단계로 2010년 연북로~한북교간 2㎞, 3단계로 지난해 한북교~방선문을 잇는 1.7㎞가 조성되면서 총 4.7㎞의 숲길이 마무리됐다.

딱 한 사람이 걸을 정도의 좁다른 길은 푹신한 흙길로 탐방객을 맞는다. 도심속 딱딱한 아스팔트와 시멘트길에 길들여져 점차 흙냄새를 잊어가는 우리네 발길이지만 흙길의 편안함과 이내 교감하며 머릿속부터 발끝까지 긴장이 확 풀린다. 어디 그 뿐이랴. 울창한 소나무가 맞아주는 구간이 많아 산림욕까지 즐길 수 있다. 예덕나무, 말오줌때, 광나무 등 수종도 다양하다.

오라올레를 걷다 보면 아기자기한 숲길도 일품이지만 걷는 중간중간 만날 수 있는 한천의 명소를 빼놓을 수 없다.

맨 처음 만나는 명소는 올레 출발점인 고지교 다리 바로 남쪽 하천에 있는 '족감석(族感石)'이다. 족감석은 제주의 창조신화인 설문대할망이 쓰던 돌 족도리였다는 전설이 전해내려오는 오라동의 명물 바위다. 100톤이 넘는 이 바위는 2007년 9월 제주를 강타한 태풍 '나리' 때 거대한 물살에 휩쓸려 수십미터를 떠밀려 갔는데, 오라동 주민들이 제주시에 간절히 요청하면서 2008년 이틀동안의 대작업 끝에 원래 자리를 찾았다.

▲오라 올레를 끼고 있는 한천의 '애기소'

▲설문대할망이 쓰던 돌 족도리였다는 전설속 '족감석'.

항아리 형태로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항소'는 오라동 주민들의 어릴 적 추억이 깃든 곳이다. 여름철이면 동네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며 항소 밑바닥까지 숨을 참고 들어가 돌맹이를 건져올리는 내기를 했다고 전해진다. 또 동굴형태를 이뤄 '다람쥐굴'로 불리는 바위 궤와 지역주민들이 식수와 말에게 물을 먹였던 곳으로 알려진 '판관소'가 올레꾼들의 눈과 귀를 잠시 붙든다.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오라올레의 명소는 올레의 종착점인 '방선문(訪仙門)'과 '마애명'이다. 신선이 방문하는 문이라는 방선문은 영주10경의 하나인 영구춘화(瀛丘春花)로 잘 알려진 곳이다. 봄철이면 암벽 사이로 붉게 핀 철쭉이 맑은 계곡물에 비쳐 절경을 이루는데, 제주에 부임한 목사와 선인들이 이 곳에서 주연을 베풀며 풍류를 즐겼다. 방선문 곳곳엔 이 곳을 다녀간 시인 묵객들이 절경에 대한 느낌을 편편한 바위에 글자로 새긴 마애명이 50여개 남아있다. '訪仙門', '登瀛丘'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렇듯 오라 올레에선 저마다의 속도로 걷다 한천이 풀어놓는 기암괴석 등 절경과 마주할 수 있어 단조롭지가 않다.

교량 아래지점을 지날 즈음 간간이 들리는 차량소리를 제외하곤 사방이 조용해 자신이 내딛는 발자국 소리뿐인 숲길. 그 좁다란 길에도 때론 오르막이 있고, 때론 내리막이다. 물론 평탄한 평지도 있다.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우리네 삶도 이렇듯 자연을 빼닮아 있으니, 자연에서 변화무쌍한 삶을 받아들이는 지혜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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