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애, 그가 남긴 수많은 궁금증

짧은 생애, 그가 남긴 수많은 궁금증
실존과 구원의 글쓰기 '카프카 평전'
  • 입력 : 2012. 03.03(토) 00:00
  • 문기혁 기자 ghmo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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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11개월이라는 짧은 생을 마치고 세상을 떠난 독일계 유대인 작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

그는 비록 그렇게 떠났지만 그가 세상에 남긴 작품들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았다. 짧은 생을 살다간 그지만 작품의 흔적은 오래도록 남아 많은 문학 평론가들의 연구 대상이 됐다.

카프카가 살았던 시대는 유럽의 세기전환기로 다양한 사상과 양식이 공존·교차해 있던 시대였다. 특히 일생의 대부분을 보낸 프라하 지방은 다양한 민족과 언어, 종교가 공존했지만 소수의 독일인이 다수의 체코인을 지배하는 모순적이면서도 독특한 공간이었다.

이처럼 모순적이고 부조리한 현실 세계에서 카프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글쓰기였다. 부정적인 현실 세계에 거리를 두고 관찰하면서 그 세계의 진실을 밝히고, 나아가 자신의 주체성을 되찾는 길은 오로지 자유로운 사고와 상상이 가능한 글쓰기뿐이었다고 스스로 믿었던 것이다.

자유롭고 주체적이며 창조적인 작가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했던 카프카의 처절한 문학적인 삶과 사상은 작품으로 남겨졌다. 이렇게 남겨진 그의 작품들은 수수께끼 같은 문자로만 남겨지게 됐고 죽은 자는 침묵했다.

이처럼 카프카는 많은 이들에 의해 수없이 해석·연구 됐지만 여전히 안개에 싸여 있다. 지금까지 카프카 연구서는 수많은 모순에 가득 찬 해석으로 카프카의 작품을, 그리고 그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혼란만 가중시켰다.

카프카 연구를 위해 수십년이 넘는 시간을 바친 이주동 서강대학교 명예교수가 책 '카프카 평전'을 통해 카프카의 문학을, 그의 일생을 다시 이야기한다.

국내 카프카 연구의 대가로 잘 알려진 이 교수는 자유롭고 창조적인 작가로서 살아가려고 했던 카프카의 처절한 문학적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

그래서 저자는 카프카의 자전적 작품인 일기와 편지, 완성된 작품과 미완성된 유고와 단편, 그리고 '노동자재해보험공사'의 공무 증명 기록 등 실제적인 그의 글들을 바탕으로 그를 분석했다.

또한 삶의 체험과 문학적 창작 과정을 연대기적 순서로 탐색해 카프카의 진솔한 삶과 문학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관찰하고 조망했다. 더불어 종교관이나 사상, 자손 유무 등 그를 둘러싼 갖가지 논란들도 자전적 증거와 논증을 통해 분석함으로써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짧은 생애 동안 카프카가 남긴 수많은 물음들은 보편적인 인간의 실존적 물음이자 부조리하고 절망적인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앞에 놓인 숙제였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 우리는 그의 작품을, 그리고 인간 카프카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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