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경제 성장으로 20대 경제 강국의 반열에 들어섰지만 한국 국민은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부의 양극화로 계층 간 갈등은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하다. 바로 지금도 4·11 총선 공천 후유증, 제주해군기지 건설, 한미 FTA, 탈북자 북송 문제 등을 둘러싸고 불거진 갈등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모두 논의와 양보를 통해 합의로 풀어야 할 문제이지만 과격한 표현만 난무하며 격렬한 대립 속에 갈등의 골만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이처럼 사회 구성원 간에 양보와 타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이 서로 믿지 못하는데다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에게 사회적 자본이 부족하다는 증거이고, 바로 지금 우리가 사회적 자본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GDP가 성장한다고 국민이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그리 새롭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제 물어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그렇다면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책은 국민의 행복은 GDP로 드러나지 않는 '국가의 숨겨진 부', 즉 사회적 자본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경제 성장률이라는 지표 하나에 휘둘리는 정책 논의에서 벗어나 국민의 진정한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눈을 돌리라고 강조한다. 사회적 자본을 강화하고 활용하는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책이 주장하는 정책 방향의 핵심은 사회 불평등을 완화하고 시민 간 연대의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전통적 우파의 자유방임식 접근이나 전통적 좌파가 선호하는 베버식의 합리적 복지국가 모델 모두 현실적·정치적 한계를 지닌다고 주장하며, 제3의 대안으로 '연대적 복지'를 제안한다.
사람들은 하루의 상당 부분을 GDP에 포함되지 않는 '돌봄' 활동에 쓰며, 그러한 활동이 이뤄지는 영역이 화폐 경제 못지 않게 중요한 '배려의 경제'다. 이 배려의 경제를 확대하는 것이 곧 상호성에 입각한 복지국가의 새로운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책의 메시지는 경제성장만능주의를 좇아온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은 불행을 토로하고,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사회적 갈등은 늘 분쟁으로 지닫고 정치집단에 대한 신뢰를 바닥을 긴다. 책이 다루는 여러 주제는 국가의 숨겨진 부를 키우고 활용하는 통찰력과 대담함, 다음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다. 데이비드 핼펀 지음·제현주 옮김. 북돋움.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