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도지사에게 전달하고 싶은 호소문

[편집국 25시]도지사에게 전달하고 싶은 호소문
  • 입력 : 2012. 04.26(목) 00:00
  • 표성준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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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기공연 'Soul of Jeju Ⅱ'로 관객들의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낸 제주도립무용단 안무자가 최근 알 수 없는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도립예술단 조례'는 무용단 안무자에 대해 임기 만료 3개월 전 위촉기간의 실적을 평가한 뒤 재위촉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그에게는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확인 결과 제주도는 이 안무자에게 한 달 전에야 임기 만료 사실을 통보하면서 재위촉 여부에 대해서는 이도 저도 아닌 아리송한 말로 당사자와 무용단원은 물론 담당 공무원까지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껏 재위촉하지 않은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후임 안무자 채용 과정도 공개하지 않아 '낙하산 인사' 등 여러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임기 만료 시점이 다가오자 당사자보다 더 속이 타들어간 것은 무용단원들이었다. 투명한 공채 과정을 거쳐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안무자가 임기 중 거둔 성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로만 가르치던 여느 안무자나 예술감독과 달리 단원들과 함께 춤을 추며 무대에도 올랐던 '실력파'임은 단원들뿐만 아니라 관계 부서 공무원들도 인정하고 있는 터였다.

그래서 평소 '소심'하기로 소문난 단원들이 용기를 내 '단체행동'에 나서기로 결정하고, 호소문을 작성해 도지사에게 전달하려고 했지만 그 길은 멀고도 험했다. 제주도문예진흥원장을 찾아가 호소문을 건넸으나 답변이 없었으며, 도지사 부속실을 방문했을 때는 면박만 받고 돌아왔다. 급기야 여성단원들이 도지사 부인을 만나겠다며 도지사 관사에 찾아갔지만 부재 중이라는 말을 듣고 청원경찰에게 "꼭 전해주십시오"라는 부탁만 하고 돌아와야 했다.

그 호소문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무용이라는 것은 지도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떠난 안무자는 무용단을 더욱 활성화시킬 복안을 제시할 수 있다며 재임 중 도지사를 만나보고 싶어 했지만 기회는 없었다. 듣자하니 도지사는 무용단 활성화 명목으로 안무자를 교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데 무용단의 활성화 여부는 관객 반응과 각 기관·단체의 공연 '러브콜' 횟수만 봐도 파악할 수 있다. 전문가들의 노력을 막지만 않아도 제주예술은 발전한다. <표성준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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