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떵살암수과]스승의 날 앞둔 김순찬 교사

[어떵살암수과]스승의 날 앞둔 김순찬 교사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설계합니다"
영어 가르치다 진로진학상담교사 맡아
  • 입력 : 2012. 05.12(토)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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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찬 진로진학상담교사가 교정에서 각 반 진로부장을 맡은 1학년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9월 제주컨벤션에서 진로·직업박람회
"지금은 평생직장 아닌 평생직업 시대
부모의 눈으로 진로 강요하지 말아야"

운동장에서 응원가를 외치는 아이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스승의 날 교내 체육대회를 앞두고 연습이 한창이었다. 웃고 뛰노는 아이들을 보며 학교 컴퓨터실로 향했다. 김순찬 교사(55·신성여고 진로진학상담교사)를 만나기 위해서다.

김 교사는 스포츠에이전트를 꿈꾸는 1학년 학생과 상담중이었다. 다른 형제들처럼 안정된 직업을 가질 수 있는 학과 진학을 원하는 부모때문에 고민중인 아이였다. 김 교사는 주저없이 학생의 손을 들어줬다고 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아이들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상담실 문을 두드린 그 학생은 일찌감치 자신의 꿈을 구체적으로 그려왔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학생이 원하는 길이 분명히 있는 만큼 부모님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진로진학상담교사가 배치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2011년 1498명에 이어 올해는 1529명이 전국 중·고교에 배치됐다. 제주에도 현재 중학교 18개교, 고등학교 23개교에 진로진학상담교사가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부장이나 기숙사 사감까지 맡기는 등 진로진학상담교사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지만 진로교육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1984년 교직에 첫발을 디딘 김 교사는 영어 과목을 가르쳤다. 고 3 진학상담을 오래도록 해온 그는 시험 점수에 맞춰 대학을 선택하고 학과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정말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선택할 때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걸 여러차례 경험했다. 부전공 자격 연수를 거쳐 시행 첫 해에 진로진학상담교사로 새롭게 교단에 섰다.

상담실 입구에는 진로진학 상담을 받기 위해 사전 예약을 신청한 아이들의 이름이 빼곡했다. 책상 한켠에는 신문 이곳저곳에서 오려낸 기사들이 쌓여있었다. 진로진학상담교사들은 시대의 흐름이나 직업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역량을 개발해야 하는 만큼 신문에서 필요한 정보가 나올 때마다 오려뒀다가 수업 시간에 활용하거나 상담 활동에 쓴다.

지금은 '평생 직장'이 아니라 '평생 직업'의 시대라는 그는 "미래 직업의 트렌드를 읽지 못한 채 식탁에서 자녀들에게 부모의 눈으로 특정 직업만을 강요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아이들 스스로 흥미가 있고 적성에 맞는 일을 꿈꿀 때 공부에 집중하고 열정을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제주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김 교사는 지난해 서귀포시교육발전기금과 손을 잡고 제1회 서귀포시진로·직업박람회를 치렀다. 올해도 제주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기획으로 9월쯤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두번째 박람회를 열 예정이다. 진로진학상담교사들은 입시 위주의 공교육 체제에서 진로탐색을 미뤄온 청소년들에게 이번 행사가 다양한 정보와 자극을 제공했으면 하는 기대가 크다.

오는 15일은 제31회 스승의 날. 김 교사는 "그날 하루만이라도 아이들이 스승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담담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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