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떵살암수과]고문환 전 도농업기술원장

[어떵살암수과]고문환 전 도농업기술원장
"재능기부 통한 후학양성 보람 있어"
  • 입력 : 2012. 04.27(금) 22:00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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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환 전 원장은 끊임없이 배우는 농업인이 있어 제주농업의 미래는 밝다고 말한다. /사진=강경민기자

"개방시대 기술개발 · 혁신뿐
제주농업도 이겨낼 수 있어"

어색할뻔 한 첫 대면 자리가 양복을 말쑥이 차려입은 장난기 가득한 중년신사의 미소에 금새 푸근해졌다. 지팡이를 손에 쥔 채 약간 다리를 절며 걸었지만 건강한 모습에 우선 안도가 됐다. 인터뷰가 있기 전 지인을 통해 "많이 아프시다"는 말을 듣고 내심 걱정하고 있던 차였기 때문이다.

"지난 태풍 나리때 피해지역을 다니다 발이 미끄러지면서 다쳐 수술한 적이 있어요. 지난해 좀 악화돼서 병원에 갔더니 뇌경색 일종이라고는 하는데 전문분야가 아니니 잘은 모르겠고. 왼쪽 다리에 마비증상이 왔는데 핑계로 지금 홈새부리는 중이랍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아픈 다리를 어루만지던 그는 오히려 "빨리 못걸어 미안하다"며 기자를 배려했다.

고문환 전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7일 제주농업 마이스터 대학 강의가 열린 농어업인회관에서 이뤄졌다. 통원치료를 위해 서울에서 지내는 날이 많다보니 모처럼 수업이 있는 날에 맞춰 이뤄진 만남이었다.

고 전 원장은 지난 2009년 명예퇴임과 함께 토양학 전공을 살려 제주대학교 대학원과 그해 설립된 제주농업마이스터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후학양성에 힘을 쏟아 왔다. 예전엔 일주일에 두세번 있던 마이스터대학 강의가 지금은 한달에 한번 정도로 많이 줄었지만 꾸준히 후학을 위해 교육할 수 있음에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30여년간의 공직생활을 끝낸 뒤라 실컷 여유를 즐길법도 한데 굳이 강의를 고집한 이유를 물었더니 "집에서 놀면 뭐하나"라는 통쾌한 답이 돌아왔다.

"집에만 갇혀있으면 머리가 점점 노화·퇴화돼 가요. 1시간 수업을 위해 나는 그보다 더 많은 공부를 해야하니까 머리가 쉴 날이 없죠."

제주에 똘똘한 토양학 후배를 양성하고 싶은 그의 학문적 바람도 한 이유다.

"속된 말로 '천장 건드린 사람'이 자꾸 기웃거린다고 할지 모르지만 농업의 기본(토양학)은 해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도내 많지 않은 토양학자 중에 내가 포함되니까 후배들이 더 클때까지 내 지식과 재능을 나눠주고 싶은 거죠."

최근 FTA 위기에 대응해 농학자의 눈으로 제주농업이 가야할 길에 대한 조언도 구했다.

"기술개발로 고품질을 생산하면 승산있다 하잖아요. 하지만 단기적 타계책밖에 안돼요. 그런데 문제는 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고 전 원장은 기술개발과 혁신이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개방에 맞서 제주농업이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기술개발과 혁신뿐이라며 명답을 내 줄 수 없음을 답답해했다.

하지만 저가의 소비재에 대응해 도나 농협이 버릴건 과감히 버리는 작목 조정과 소비자 입맛에 맞는 가격 조정 등 생산지 관리를 해 나간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마이스터 대학에서 끊임없이 배우는 농업인들이 있어 제주농업의 미래가 밝다고 했다.

고 전 원장은 "솔직히 토양학 빼고 나보다 다 전문가들"이라며 마이스터대학 교육생들의 배움의 열정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일종의 2년 코스니까 인스턴트 전문가들인데 농식품부가 만들어놓고 학위를 안 줘서 불만이 많다"며 안타까운 마음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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