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되돌린 그때 그 추억](17)김희숙 제주 춤 아카데미 대표

[사진으로 되돌린 그때 그 추억](17)김희숙 제주 춤 아카데미 대표
"제주춤 일구는 작업 마지막 과제"
  • 입력 : 2012. 06.07(목) 00:00
  • 문기혁 기자 ghmo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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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현 한국민속예술축제) 출품에 앞서 제주종합경기장에서 시연 공연을 펼치고 있는 김희숙씨.

80·90년대 시립·도립예술단원 활동
암투병생활 이겨내며 다시 무대위에

"제 추억 속에 춤이 있어, 그리고 그 추억을 꺼내 볼 수 있는 사진이 있어 행복하네요."

'사진으로 되돌린 그 때 그 추억' 17번째 주인공 김희숙(제주 춤 아카데미 대표·58)씨가 옛 사진을 보며 추억에 잠긴 얼굴로 이야기를 꺼냈다. 김씨가 가져온 여러장의 사진들. 사진 속의 김씨는 모두 정지된 상태의 피사체였지만 제주민속춤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살아 숨쉬고 있었다.

▲김희숙 대표

김희숙씨는 1986년 제주시립예술단을 시작으로 1990년 도립예술단으로 확대된 이후, 2000년 예술단을 떠나기까지 제주민속춤을 위해 헌신한 춤꾼이다. '해녀춤'과 '허벅춤'으로 대표되는 제주 전통 춤을 재해석하고 다양한 형태로 무대화하며 그 끈을 이어가고 있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사진을 보며 추억을 더듬어가던 김씨의 시계는 어느덧 무용을 시작하던 그 시절로 되돌려 있었다. 김씨는 무용가 김우숙씨와 인연으로 1960년 제주시 중앙극장에서 열린 '김우숙 무용발표회' 무대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무용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김씨는 제주 전통춤의 토대를 마련한 송근우 선생과의 인연을 계기로 제주여중 무용특기생으로 진학하며 무용을 계속했다. 학창시절 얘기가 나오자 김씨는 그 시절의 소녀처럼 들뜬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 때는 합숙까지 하면서 무용연습에 매진했어요. 춤추러 다니는 걸 마치 바람난 것처럼 생각할 정도로 인식도 지원도 열악하던 시절이었지만 춤 추는 게 행복하고 즐거웠어요."

어린시절의 어렵고 열악한 환경과 고된 훈련도 다 견뎌냈던 그녀지만 춤을 출 수 없었던 지난 1년은 견디길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한다. "병원에서 암을 진단받고 약 1년간 투병생활을 거듭했죠. 그 땐 다시 무대에 설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너무 힘들었어요."

1년간의 투병생활 끝에 다시 건강을 회복한 그녀에게 무용과 무대는 절실함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한 번이라도 더 무대에 서보겠다는 그녀의 의지는 지난달 30일 문예회관에서 열렸던 '김희숙의 제주 춤 일구기 작업Ⅰ'로 이어졌다.

일평생을 춤에 헌신한 그녀는 지난 공연의 타이틀처럼 '제주 춤을 일구는 작업'을 마지막 과제라 말한다.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이 소홀해지고, 전통 춤에 대한 정신이 결여된 작금의 현실이 안타까워요. 제주 춤은 제주 선인들의 삶이 깃든 원초적인 몸짓입니다. 오키나와에서 교류공연을 할 때 80세의 무용가가 역사를 지키기 위해 무대에 서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죠. 제주만의 전통 정신과 생활상이 깃든 춤을 가꾸고 전수하는 것이 제 마지막 과제인 것 같아요."

흑백사진 속의 젊은 그녀는 어느새 이순을 눈 앞에 뒀지만 춤에 대한 열정 만큼은 사진 속의 그 시절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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