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제주인](9)북한이탈주민 김순교씨

[우리도 제주인](9)북한이탈주민 김순교씨
  • 입력 : 2012. 06.13(수)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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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 김순교씨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탈북자를 편견없이 바라봐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우여곡절 끝에 제주에 정착
임금 제대로 못 받는 차별도
봉사로 사회 일원 거듭날 것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넘어왔다." 한국 땅을 밟기까지의 곡절을 되짚는 김순교씨의 말투는 격앙돼 있었다. 굶주린 현실에서 도망치듯 나와 중국 연길, 심양을 떠돌아야만 했던 시간이었다. 한곳에 정착하는 데 꼬박 10년이 걸렸다.

함경도가 고향인 김씨는 2009년 2월 한국에 왔다. 탈북자 정착지원 시설 하나원을 거쳐 그 해 6월 제주에 왔으니 올해로 3년째다. "중국에 있을 때 TV로 제주의 모습을 봤습니다. 번잡한 대도시와 달리 여유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죠. 50대인 제가 살기엔 좋겠다 싶었습니다."

제주에 짐을 풀었지만 설 자리는 마땅치 않았다.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구해야 했지만 주어지는 일은 대게 일용직이었다. 선택의 여지없이 건설 현장, 재활용품 처리장, 감귤 밭 등을 다니며 품을 팔았다. 북에서 건너와 일이 서툴다며 임금을 절반 밖에 주지 않는 곳도 있었다.

그럴수록 더 바지런을 떨었다. 힘을 쓰는 일은 오래 할 수 없을 것 같아 새 일자리를 알아봤다. "그때 요양, 간병 등 사회서비스 분야에 대해 알게 됐어요. 일을 그만두고 요양학원에 등록해 자격증을 따고 간병 일을 했습니다."

김씨는 지난해부터 도내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다.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에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 벌이가 끊겨 살림이 빠듯하지만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최근 하나적십자봉사회 회장을 맡은 것도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다. 북한이탈주민 19명으로 구성된 봉사회는 지난 2월부터 독거노인 2가구와 결연하고 가사 돌봄 등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김씨는 "회원 모두가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지역 사회와 관계를 맺어 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들을 향한 주변의 관심도 커졌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탈북자 대부분이 언어·문화적 차이로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사회 구성원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편견 없이 바라본다면 탈북자도 진정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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