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4월 영국 내 최대 온라인 소매점인 아마존 영국 법인이 지난 3년간 76억파운드(한화 약 8조56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법인의 본사가 룩셈부르크에 있다는 이유로 매출에 대한 세금이 룩셈부르크 당국에 납부된 것이다. 아마존은 종업원 수가 134명인 룩셈부르크 법인이 65억파운드의 매출을 올린 반면 2265명이 일하는 영국 법인은 총 매출이 1억400만파운드에 그친 것으로 신고했다. 만약 영국에서 세금을 냈다면 그 액수는 1억파운드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사례가 비단 해외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2012년 4월 국세청은 삼성전자에 4700억원 안팎의 세금 추징을 통보했다. 국세청은 해당 기업이 국외 특수 관계 법인과의 이전 거래를 통한 가격 조작으로 탈세를 했다는 입장이었고, 해당 기업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불복 움직임을 보였다. 기업 외에도 '선박왕', '구리왕', '완구왕' 등 개인 부호들의 역외 탈세 혐의 소식 또한 뉴스에 오르내린다.
1997년 우연히 계획했던 가봉 취재 여행에서 엘프 사건과 맞닥뜨린 저자는 조세 피난처라는 역외 세계의 거대한 비밀주의를 깨닫게 된다. 엘프 사건은 프랑스 석유회사 엘프 아키텐과 프랑스 정계 고위층, 가봉의 통치자 오마르 봉고를 연결하는 거대한 부패 시스템이 드러난 것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프랑스 검사들은 서류상 흔적을 쫓다가 가봉, 스윗, 리히텐슈타인, 저지 등의 조세 피난처를 만날 때마다 사건의 실마리를 놓치게 된다.
2005년이 돼서야 실마리를 잡은 저자는 미국 정부가 해외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면세 혜태과 비밀주의를 제공해 자금을 유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듣게 된다. 이는 미국 정부의 글로벌 전략의 핵심이었으며, 바로 이와같은 인센티브상의 조그마한 변화를 좇아 금융 자본이 전 세계를 흘러 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아프리카에서 빠져나온 자본은 은행가와 변호사, 회계사 집단과 조세 피난처의 활약으로 유럽과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었지만 다들 아프리카의 문제로만 볼 뿐 이를 가능하게 하는 그 이면의 시스템은 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책은 조세 피난처를 중심으로 역외 체제의 지난 100년을 되짚어 보면서 이 체제가 전 세계에 걸쳐 끼친 해악을 드러낸다. 이는 곧 현대 금융자본의 추악한 100년간의 이면사를 의미하기도 한다. 니컬러스 색슨 지음, 이유영 옮김. 부키. 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