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귀신을 물리칠 수 있을까?

그림으로 귀신을 물리칠 수 있을까?
까치 호랑이에서 책거리까지 '…민화 미술관'
  • 입력 : 2012. 09.07(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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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호랑이, 해치, 개 그림과 닭 그림, 운룡도와 용호도, 봉황도와 신구도, 장생도와 화접장생도, 십장생도, 모란도, 어해도의 공통점은? 바로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개성 넘치는 민화라는 점이다. 민화는 주로 집안을 장식하거나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힘이 있다고 여겨 실용적인 목적으로 그려진 그림이다. 정식으로 그림 공부를 하지 않은 떠돌이 화가들이 그렸기 때문에 정통 회화에 비해 자유분방하고 익살스러우며 소박하다. 미술이 어렵고 따분하다는 사람도 접하면 생각이 달라질 정도다. 누구나 쉽게 감상하고 공감할 수 있는 민중의 그림이라는 점은 민화의 우수성을 나타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민화는 우리 것이긴 했지만 오래 전에 내다버린 고물 같은 이미지로만 인식돼 왔다. 서양화나 정통회화에 비해 민화를 접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다.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생활의 일부였던 민화보다 '모나리자'나 '최후의 만찬' 같은 서양의 명화들을 이제는 더 친숙하게 느끼는 것이다. 우리 것은 잊어버린 채 남의 것만을 보며 감탄하고 있는 현상은 한국적 정서로 인식된 지 오래다. 미술 교양서도 사정은 비슷해서 수백 권의 미술서 가운데 민화를 다룬 책은 한 손에 꼽힐 정도다.

민화가 소홀히 다뤄지기는 어린이책 시장도 마찬가지다. 민화 박물관을 견학하거나 민화를 직접 그려보는 등 체험학습과 맞물려 민화에 대한 관심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도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는 민화 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책은 이런 독자들의 갈증을 풀어 줄 본격적인 민화 해설서라 할 수 있다. 121컷에 달하는 풍부한 도판, 옛 이야기와 그림 속 상징을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해설, 술술 읽히는 쉬운 문장까지 어린이를 위한 민화 입문서로서의 덕목을 모두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어린이 책으로 분류했지만 어른이 '공부'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책은 회화의 전통적인 분류 방식에 따라 주제별로 각 장을 구성해 주제별로 어떤 상징을 주로 다루는지 한 흐름으로 알 수 있다. 동물, 꽃과 나무, 산수, 민간 신앙, 글자 그림 등 우리나라 민화의 모든 장르를 살펴볼 수 있다. '그림으로 귀신을 물리칠 수 있을까?' 등 민화에 그려진 소재에 숨어 있는 다양한 상징과 관련된 옛 이야기들도 흥미진진하게 풀어놓았다. 민화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빠져들며 민화에 대한 관심을 키울 수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에 소장된 그림까지 작품성 높은 민화 121점을 엄선해 수록했다. 장세현 글. 사계절. 1만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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