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는 대선을 치르게 된다. 그러나 선거 때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놓고 훗날에야 후회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영국 계몽주의 시대 철학자인 장 자크 루소가 한 말을 잊어선 안된다. "사람들은 투표장에 들어갈 때는 주인이 되지만 투표 후에는 또다시 노예가 된다." '미국의 양심'이라 불리는 노엄 촘스키가 민중이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 나왔다.
지난해 가을,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점령하라' 운동은 미국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민중 운동이었다. 세계 제일의 강대국이며 선진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는 미국에서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주요 의제로 내걸고 민중들이 거리로 나온 사건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이미 촛불시위를 경험했던 우리나라에서도 비중 있는 뉴스로 다뤘다. 시위가 벌어진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운동의 불길은 꺼지지 않았다. 지난달 17일에는 뉴욕 곳곳에서 운동 1주년을 기념하는 시위와 거리 행진이 벌어져 월스트리트의 뉴욕 증권거래소로 향한 시위대 150여 명이 체포됐다. '점령하라' 시위는 새로운 세상을 원하는 민중의 목소리였으며, 세계 곳곳의 99%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은 '점령하라' 운동에 대한 촘스키 교수의 강연과 대담을 엮은 것이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려는 거대 기업들에 맞설 수 있는 것은 시민의 각성뿐이라고 강조하는 촘스키는 이 운동이야말로 지난 30년간 이어진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민중의 지속적 반응이라고 정의한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도입되면서 부가 극소수의 사람들에게 급격히 집중되었고, 동시에 사회·경제·정치 질서에서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점령하라' 운동에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본 촘스키는 앞으로 민중이 참여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소통하며 공감대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촘스키는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의 소통 없는 일방적 연설 관행도 비판한다. 사람들이 먼저 토론을 벌이고 후보자에게 개선해야 할 문제를 제안하면 후보자는 그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대답하며 소통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후보자는 그런 과정 없이 홍보 전문가를 동원해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지 않습니까. 여러분을 위해 이런 걸 해드리겠습니다"라면서 공약만 늘어놓는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한 문제는 사람들이 그 말을 믿지 않으면서도 그 후보에게 투표를 하거나 기권해버리는 것이라고 뼈아픈 지적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수이북스. 9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