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달리 남쪽 바닷가에는 파호에호에 용암류가 바다 속까지 길게 분포돼 있고, 용암류의상부를 신양리층이 일부 덮고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수온 낮고 조류 빨라 갯녹음현상 없어 어패·해조류 풍부하도 철새도래지 하부, 각종 개발 영향 부작용 '몸살' 심해구멍갈파래 이상 번식, 道 주1회 해안 생태계 복원 추진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약 40km 지점에 위치한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국내에서 유일한 문주란 자생지인 '토끼섬'과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환해장성, 제주동부해안의 방어를 담당했던 별방진, 그리고 수십종의 철새가 사시사철 날아드는 철새도래지로 유명하다.
하도리에는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육상양식장이 없고 매년 집중 호우시 대량의 토사와 담수를 바다로 유입시키고 있는 하천이 없는, 도내 유일한 지역이다.
특히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이 도내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크지 않기 때문에 해조류의 부착과 성장에 양호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며, 수온이 낮고 조류가 빨라 감태 등 해조류에 산소 공급이 잘 이뤄지고 있다.
이런 환경으로 인해 제주연안 해역에서 유일하게 갯녹음 현상이 확산되지 않고 있으며 각종 해조류와 어패류 자원이 풍부하다.
하지만 하도리에 있는 철새도래지 하부지역은 개발로 인한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탐사대는 지난 달 7일 이곳을 찾았다.
지난 여름 조간대를 뒤덮었던 구멍갈파래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해녀상이 있는 동동포구에는 감태말리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하도리 앞바다 수심 15m에는 감태가 군락을 형성하고 있었다.
지난 8월 제주를 강타한 제15호 태풍 '볼라벤'과 9월 중순 제16호 '산바'로 영향으로 수중 암반에 부착해 자라던 감태가 떨어져 나와 파도에 의해 해안으로 떠밀려온 감태를 어민들이 수거한 것이다.
임백연 하도어촌계장은 "올해는 2번의 태풍으로 감태 50톤 정도를 수거했다"면서 "말린 감태 60㎏당 11만원 이상을 받아 어민소득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중탐사를 진행했던 동동포구 인근 조하대에는 도내 최초로 인공이식한 '잘피'가 양호한 상태로 성장하고 있었다. 잘피는 주로 파도의 영향이 심하지 않은 사니질 해안에 분포하며 다른 해조류와 달리 뿌리로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수중에서 꽃을 피워 번식하는 해산현화식물이다. 잘피군락이 발달한 해역은 다양한 해양생물의 산란장이나 어린 물고기나 해산무척추동물의 먹이를 공급하며 천적으로부터 은신할 수 있는 생육장으로 이용되고 있어 최근 전국적으로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중요한 수산자원이다.
문주란 자생지인 '토끼섬' 앞 조하대에는 암반에서 떨어져 나온 감태가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감태 사이로 어렝놀래기를 비롯한 다양한 놀래기류와 벵에돔 무리가 관찰됐다.
반면 하도리 조간대를 가로지르는 다리형 해안도로 안쪽 하도 철새도래지 해안에는 구멍갈파래가 가득했다. 다리형 해안도로 끝 지점에 해수소통을 위해 갑문을 설치했으나 원활한 해수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구멍갈파래가 이상번식을 한 것이다.
제주자치도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내년 9월까지 유용미생물 활성액을 주1회에 각 2톤씩 정기적으로 방류하는 방식으로 해안수생태계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탐사를 통행한 강순석 자문위원(제주지질연구소장)은 "철새도래지인 하도리 창흥동 양어장은 지미봉을 중심에 두고 휘돌아가는 기수역의 바닷가에 만들어진 시설이다. 해안선을 가로 지르며 갑문을 설치해 바닷물이 드나들 수 있도록 건설했는데 갑문 방파제가 해안에 건설된 후에 그 앞의 해안에는 점차 모래가 쌓여 나중에 해수욕장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강 위원은 이어 "시흥리와 종달리 일대에는 내륙에까지 깊숙이 만입(灣入)된 갈대숲의 염습지가 잘 발달돼 있고 종달리의 남쪽 바닷가에는 파호에호에 용암류가 바다 속까지 길게 분포되어 있고 용암류의상부를 신양리층이 일부 덮고 있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고대로기자 bigroad@ihalla.com
저어새 최북단 월동지, 이동경로 연구 핵심
수중 암반에 은신한 넙치신양리층에서 발견된 전복제주 동부의 하도리~종달리~시흥리~성산리에 이르는 해안 조간대는 물새들의 먹이 공급원과 휴식처로서 최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어 이동 철새들의 주요 월동지 및 중간 기착지로서 중요한 공간이다.
특히 하도리 창흥동 해안습지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철새도래지로 매년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홍머리오리 등의 오리류를 비롯해 백로류, 아비류, 논병아리류, 가마우지류, 물떼새류, 도요류, 갈매기류, 맹금류 등 50여종 3000~5000마리가 찾아온다. 또 이곳에는 저어새를 비롯해 노랑부리저어새, 흑기러기, 큰기러기, 참매, 물수리 등 희귀 조류가 찾는다. 저어새는 매년 20여 개체가 찾아와 월동하는데 하도리 철새도래지는 저어새의 최북단 월동지로서 저어새의 이동경로와 월동생태를 연구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곳이다.
최근 제주의 해안조간대는 경관적, 생태적, 역사적, 문화적, 교육적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면서 지역주민들의 생업 공간과 생태관광지로서 보전가치가 아주 높게 평가되고 있다.
더구나 제주 동부의 조간대는 철새도래지, 문주란 자생지, 별방진과 돌담, 갯벌 체험지, 용천수와 원담, 세계자연유산 일출봉, 해녀와 향토 음식점 등 풍부한 자원을 지니고 있어 이들 생태문화적 자원에 대한 통합적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
<김완병 자문위원(제주자연사박물관 조류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