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기 전에 막아야 할 약육강식 세상

늦기 전에 막아야 할 약육강식 세상
송기호의 '경제민주화를 위한 한미FTA 재협상…'
  • 입력 : 2012. 12.28(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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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멕시코는 스페인 회사 텍메드에게 550만 달러를 보상하라는 국제중재부의 판결을 받았다. 텍메드의 유해폐기물 매립장 가동허가 갱신 신청을 멕시코 정부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텍메드가 가동허가 조건을 위반해 생물학적 전염병 폐기물을 매립장에 반입하고, 구역 외에 폐기물을 매립하고, 심지어 다른 곳에서 처리할 유해물질까지 임시 보관했다는 사실은 판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지난 11월 '론스타'는 예고했던 대로 한국을 국제중재에 회부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한국이 패소할 경우 보상해야 할 금액은 수조 원에 이른다. 한국 땅에서 사업활동을 해 막대한 돈을 벌고도 한국에 세금 한푼을 내기는커녕 '큰 이윤을 낼 수 있었는데 한국정부가 훼방해 이익을 놓쳤으니 그걸 보상하라'는 이 미국회사의 요구에 한국인들은 공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세부내용을 따지기 전에 어떻게 일개 회사가 한 나라를 국제중재에 회부하는 게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답은 한미FTA에 있다.

한미FTA의 본질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글로벌 금융자본에게 국경을 넘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주는 것이다. 투자자는 국내에서 사업활동을 하면서도, 국내법과 국내 법원의 판결에 구속을 받지 않는다. 개인의 재산권을 최우선시하는 문화, 국가의 공공정책이라는 최소한의 울타리도 없이 저마다 각개약진해야 하는 사회, 1%의 파이를 더 키우기 위해 필연적으로 99%는 더욱 작아진 파이를 두고 사투를 벌여야 하는 미래가 바로 지금 한국인들 앞에 놓여 있다.

FTA 찬성론자들은 한미FTA가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투자자에게도 유리한 협정이라고 반론하지만 한국기업들의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맞지 않는 논리다. 한국기업들은 이미 외국계 글로벌 자본에 의해 커다란 부분이 장악돼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미FTA 체제 하에서는 외국계 사모펀드와 글로벌 자본에 의한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및 소유권에 대한 투자가 아무런 장애 없이 가능하게 돼 한국경제의 불건전한 구조는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자는 IMF 이후 한국 땅에서 성장하고 강화된 신자유주의 세력이 이제 한미FTA를 통해 노골적으로 우리사회에 강고히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 책에 나오는 풍부한 사례들이 앞으로 닥칠 약육강식의 세상을 실감하게 해준다. 그리고 저자는 개인의 욕망과 공공성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를 위해 더 늦기 전에 한미FTA를 바로잡자고 주장한다. 녹색평론사.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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