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인간과 자연의 共存]1.노루(1)프롤로그

[신년특집/인간과 자연의 共存]1.노루(1)프롤로그
유해조수 전락 위기… 제주의 상징 노루를 말하다
  • 입력 : 2013. 01.01(화)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중산간 들녘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는 노루 떼. 사진=한라일보 DB

동그랗고 커다란 눈망울 가진 노루, 인기척이 감지되면 숲 속으로 몸을 숨기는 겁 많고 순진한 동물. 오래전 육지부 사슴과 함께 인위적으로 한라산에 방사한 노루는 일부 몰지각한 사냥꾼의 포획과 기능성 약재로 활용되면서 한때 개체수가 감소해 멸종위기에 처했으나 지난 1980년대 후반부터 이뤄진 노루보호 운동으로 개체수가 증가해 지금은 1만7000여 마리에서 2만5000여 마리가 제주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노루와 함께 살던 사슴은 1920년 전에 멸종했다. 비싸게 거래된 뿔(녹용) 때문이다. 이에 반해 노루뿔은 약용가치가 없어 멸종위기까지 가지 않았다.

하지만 한라산 중산간 개발로 인해 이들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줄어들면서 노루들이 농작물 등에 피해를 주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골프장으로 내려와 그린을 훼손하는 일도 다반사다. 이에 따라 이해 당사자들의 요청으로 제주동물의 상징인 노루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는 조례까지 입법 예고했다.

본보는 올해 유해야생동물 지정여부를 놓고 찬반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노루를 포함한 제주야생동물들과 공존하는 방향을 모색해 본다.

▶노루는 어떤 동물인가=제주노루생태관찰원에 따르면 노루는 사슴과에 속하는 동물로 몸길이는 135㎝, 뒷다리의 길이는 36.5㎝, 귀의 길이는 12.7㎝이다. 여름털은 황갈색 또는 적갈색을 띠고 겨울털은 점토색을 나타내는데, 겨울털에는 엉덩이의 백색 반점이 크다. 윗입술의 자반은 없고, 아랫입술에는 지극히 작은 암색 반점이 있다.

노루는 고산·야산을 막론하고 우리나라 전역의 산림지대에 서식하는데 다른 동물과 다른 습성은 겨울철에도 바람만 심하지 않으면 양지보다 음지를 선택해 서식한다는 것이다.

먹이는 주로 작은 쌍떡잎 초본의 잎, 나무 및 관목의 잎과 새싹 등으로 먹이 중 52.2%가 목초, 풀잎과 활엽 초본이고 나무와 관목 중들은 24.5%로 두 번째로 중요한 먹이 식물을 이룬다. 먹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은 기후 요소, 먹이의 양과 이용성, 그리고 계절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더운 여름에 먹이를 먹는 횟수는 서늘한 날보다 줄어들고, 단일 기간 지속되는 여름보다 겨울에 더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활동의 정도는 동물들이 이동하는 기간과 풀을 뜯어먹는 행동, 그리고 휴식과 반추를 하는 기간 사이에 하루에 주기적으로 변한다. 활동 시간이 가장 긴 기간은 땅거미 질 때와 동틀 녘으로 특히 동틀 녘에 가장 뚜렷하다.

노루는 위의 용량이 작고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화능력은 뛰어나 체중 당 에너지 요구가 크기 때문에 하루에 5~11번씩 자주 먹이를 섭취하고 흡수된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쉽게 소화되는 식물을 골라 먹는 선택적인 채식 행동을 보인다. 이렇게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노루는 섭식~휴식~섭식행동을 반복해 먹이를 먹은 직후에는 먹던 장소에 누워 쉬면서 새김질을 하기 시작한다.

노루의 뿔은 3개의 가지를 가지는데 1년생은 한가지, 2년생은 3가지, 3년생은 3가지로 나이가 들어도 더 이상 갈라지지는 않는다. 노루의 뿔은 수컷에게만 있는데 이것은 좋은 서식지 확보 및 번식기 암노루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의 수단이 된다.

성숙한 암노루는 5~6월경, 늦게는 7월 초에 보통 1~2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갓 태어난 새끼는 등에 흰 반점이 있는데 이는 사슴과 동물의 특징으로 생후 3개월이 지나면 사라진다. 새끼는 태어나서 1시간이면 걸을 수 있고 3~4일이 되면 어른보다 더 빨리 뛸 수도 있다. 어미는 수풀 속에 새끼를 숨겨놓고 하루에 4~5회 정도 찾아와 수유하거나 몸 손질을 해준다. 어미와 새끼와의 의사소통은 멀리 있을 때 소리로써 '삐익, 삐익'하고 신호를 보내면 어미는 다가와 냄새로 자신의 새끼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새끼는 태어난지 5~10일 후면 식물의 가장 부드러운 부분을 선택해 섭취하기 시작하며, 생후 3개월 정도 되면 식성이 어미와 같아진다.

노루의 임신기간은 290일로 사슴과 중에서 가장 길다. 교미가 이뤄진 후 수정란은 2~3개월 반 동안 발육하지 않은 채 자궁안에 머무는 지연 착상을 보여 실제 임신기간은 140일 정도이다.

5월과 6월이 되면 암노루는 가족단위로 생활하다 새끼를 낳기 3~4일 전쯤에 무리를 떠나 새끼 낳기 좋은 장소에 영역을 확보해 이곳에서 1~2마리, 많게는 3마리의 새끼를 낳기도 한다.

9~10월 수컷노루 한 마리가 여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는 일부다처제이며 번식기간은 8월말부터 10월말까지다. 이때 수컷노루들의 싸움이 가장 심하게 일어난다. 싸움과정에서 다치는 경우도 있고 심할 때에는 죽는 경우도 있다.

▲제주시 노루생태관찰원을 찾은 어린이집 원아들이 노루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

▲차에 치여 죽은 노루가 까마귀 떼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

▶옛 문헌에 자주 등장…친숙한 동물=조선왕조실록이나 옛 문헌에 자주 등장한다. 특히 임금의 사냥 행사 때 사냥 빈도가 높은 동물이 노루다. 노루가 그만큼 흔했고 사냥 가치가 있었다는 뜻이다.

디지털제주시문화대전에 보면 제주목사 이건의 제주풍토기에는 '산에는 곰, 호랑이, 승냥이, 이리 등 악수가 없으므로 우마가 출장하며 미록도 이 까닭에 번식하고 있다. 미록의 떼가 어디에나 있으니 사람들이 그것을 잡아다가 먹는다'고 기록하고 있어 제주민들은 사냥을 고기 확보의 중요한 수단으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민가뿐만 아니라 관에서도 진상을 목적으로 군민을 대량 동원해 사냥에 나섰다. 김상헌의 '남사록'에는 '서울 무역의 폐이니 본주는 해마다 늦가을에서 초겨울 사이에 한 고을 군인과 장정을 다 동원해 짐승을 포위해 잡는데, 잡힌 것은 노루와 사슴이 가장 많다. 그 가죽을 다루어 진상 공물에 충용하는 외에 따로 여러 가지 응구물을 만들고 또 그 사유고가 뼈를 묶은 것을 낭하에 달아두면 다음해 여름을 지난 뒤에는 다만 백골만 있게 된다'는 내용이 있다. 이형상의 탐라순력도의 '교래대렵에는 당시 진상을 위한 대대적인 사냥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조선시대에는 제주의 진상품 중에 노루가죽이 인기가 좋아, 겨울에는 노루 사냥을 대대적으로 행하곤 했다'고 전한다.

▲주위를 경계하며 무를 뜯어먹는 노루 무리

▲농가가 야생동물 침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그물에 걸린 수노루

▶유해야생동물 지정 신중해야=노루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는 조례가 제정되면 앞으로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노루를 총기류 등 포획기구를 이용해 포획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도내 동물보호 관련 단체들은 피해방지 예산의 확대 우선을 주장하면서 조례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김완병 박사는 "노루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기 전에 노루가 왜 인간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며 "노루세 도입 등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44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