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과 자연이 만들어낸 풍경에 시름은 저멀리…

하얀 눈과 자연이 만들어낸 풍경에 시름은 저멀리…
[길 路 떠나다]제주시 '노꼬메오름'
  • 입력 : 2013. 01.18(금)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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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문미숙 기자 ms@ihalla.com

우리네 삶처럼 때론 완만하고 때론 급경사
정상에서 마주하는 한라산·오름 풍광 일품
눈날씨에는 아이젠 등 안전장비 꼭 챙겨야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라지만 유난히 매서운 올 겨울 추위에 다들 아우성이다. 모처럼 햇살이 동장군을 밀어낸 주말,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노꼬메오름'을 오르기로 했다. 노꼬메오름은 제주 서부지역을 대표하는 오름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제주시에서 1100도로를 타고 어리목 방향으로 차를 운전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펼쳐지는 풍경에 날을 잘못 잡았나 싶었다. 제설작업으로 도로만 뚫렸을 뿐, 중산간의 드넓은 목장지대는 온통 하얀 눈세상이다. '과연 오름을 오를 수나 있을까?' 걱정하면서도 일단 가보자 작정하고 차를 몰았다.

천왕사 입구를 바로 지나 나오는 갈림길에서 산록도로로 우회전하자마자 얼마 없어 갑자기 도로에 차량들이 북적거린다. 웬일인가 싶었는데 천아오름 눈썰매장이다. 도심과 불과 20여분쯤 떨어진 이곳은 전혀 딴세상을 연출하면서 아이들은 겨울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 곳에서 9㎞쯤 더 가면 노꼬메오름 입구임을 알리는 표지석을 만나게 된다. 좌회전해 들어가면 바로 오름 주차장이다. 모처럼 햇살좋은 주말을 맞아 오름 등반에 나선 인파로 주차장은 북적인다.

노꼬메오름은 떨어진 두 개의 오름인데, 높고 큰 오름을 '큰노꼬메', 좀 낮고 작은 오름이 '족은노꼬메'다. 주차장에서 눈쌓인 정상이 바라다보이는 오름이 남북으로 가파른 두 개의 봉우리를 품고 있는 큰노꼬메다. 오름 정상까지 길이가 2.3㎞다.

주차장에서 500m쯤 걸어들어가면 오름 입구다. 빽빽한 초록의 소나무숲과 하얀 눈이 이렇게 잘 어울렸었나 싶게 겨울 한복판에서나 만나는 흔치 않는 풍경이 반갑다. 한 둘이 같이 걷기에 딱인 좁다란 탐방로를 따라 걸으며 겨울 추억을 주워담는 탐방객들의 소곤거림 속에 간간이 끼어드는 새소리도 정겹다.

완만한 탐방로를 따라 10분쯤 걸었을까? 1.3㎞ 지점이라는 안내판과 함께 하얀 눈을 뒤집어쓴 평상이 놓여있다. 눈길인데도 가볍게 절반을 올랐다는 안도감에 물 한 모금을 들이킨다. 한 쪽에선 짙푸른 소나무 가지마다 만발했던 눈꽃들이 가벼운 바람에도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눈폭탄처럼 순식간에 '후두두둑' 쏟아져 내린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런데 완만하게 이어지던 숲길의 경사가 갑자기 가파라지면서 가장 난이도가 높다는 탐방로의 제모습을 보여준다. 눈에 파묻힌 돌계단길을 따라 얼마 오르지 않았는데 숨이 차오고, 땀방울이 이마와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그렇게 가파른 탐방로는 제2쉼터를 지나 약 1.8㎞ 지점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숲길을 벗어나면 가렸던 시야가 확 뚫리면서 완만한 오름능선길이다. 해발 833m의 오름 정상이 코앞이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눈덮인 한라산 서남쪽 능선과 봉긋한 오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면서 잠시 가던 길을 절로 멈춰서게 된다.

한참을 주변 풍경을 감상하던 관광객이 "한라산이 맞느냐?"고 물어온다. "한라산은 어디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다르다"면서.

노꼬메오름 정상 전망대에선 사방의 풍광을 품어안을 수 있다. 날씨가 좋아 다래오름, 바리메오름, 노로오름, 한대오름 등 제주시 서부지역의 오름 군상들과 비양도, 제주시내까지 선명하다.

왕복 5㎞가 채 안돼 2시간 정도면 충분한 노꼬메오름은 탐방로 안에서 가파른 경사로, 잠깐의 휴식을 권하는 쉼터, 그리고 힘겨운 코스를 지나서 다시 마주하는 완만한 능선 등 다양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래서 마치 우리네 삶의 풍경을 빼닮아있는 듯하다. 때론 아프고, 때론 행복한 시간들처럼 말이다.

눈과 자연이 만들어낸 노꼬메오름 탐방이 즐거우려면 등산화 바닥에 부착해 미끄러움을 방지하는 아이젠, 등산화 속으로 눈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는 스패츠 정도는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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