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프리랜서 작곡가 오진화씨

[제주愛 빠지다]프리랜서 작곡가 오진화씨
"찌든 서울 떠나 하고싶은 음악을 해요"
  • 입력 : 2013. 03.01(금) 00:00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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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례허식에 찌든 서울생활애서 벗어나 제주에 둥지를 튼 오진화씨는 하고싶은 음악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강경민기자

지난해 제주여행 후 매력에 흠뻑
석달만에 일사천리로 시골에 둥지
제주 대표 뮤직페스티벌 여는게 꿈


30대 중반. 남들보다 조금 이른 나이에 그는 '귀촌'을 선택했다. 아무런 미련없이 서울에서의 삶을 훌훌 털고 왔지만 자신의 재능과 꿈은 품어왔다. 제주에서 그는 여전히 유일한 재능인 음악을 만들며 장미빛 미래를 오선지 안에 그려가고 있다. 언젠가 제주를 대표하는 뮤직페스티벌을 개최할 꿈을 꾸면서 말이다.

제주시 애월읍 금성리에 둥지를 튼지 이제 갓 5개월째인 오진화(35)씨의 직업은 프리랜서 작곡가. 오씨는 영화·드라마의 배경음악을 작곡·편곡하는 일을 하고 있다.

26살이던 10여년전 영화 '…홍반장' 음악팀에 참여하면서 영상 음악을 시작한 오씨는 이후 '제니, 주노'·'댄서의 순정'·'홀리데이'·'바람의 전설'·'못말리는 결혼'·'브라보 마이 라이프' 등 8편의 영화 음악과 '대왕세종'·'다함께 차차차'·'바람불어 좋은 날' 등 드라마의 음악 작업을 도맡아왔다. 제주에 내려온 후에도 외주로 드라마 '백년의 유산' 배경음악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오씨는 오래전부터 귀촌을 꿈꿔왔다. 산과 전국을 돌며 마음 한구석에 늘 자연이 있는 시골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저 생각에 머물렀던 귀촌 계획은 지난해 6월 3일간의 제주여행을 빌미로 구체화됐다.

"결혼전 맨 처음 제주에 왔을 때는 실망을 많이 했어요. 박물관 등 관광지 위주로 돌아다닌 것이 문제였는데 이럴거면 제주에 뭐하러 오나 생각했죠. 하지만 결혼 후 두번째로 찾은 제주여행에서 제주에 홀딱 빠져버렸어요. 홀로 배낭매고 성산, 외돌개, 한라산, 마라도 등을 돌고나서야 제주의 매력을 알게 된거죠."

오씨는 6월 여행을 끝낸 뒤 7월 아내와 논의를 거쳐 8월 제주에 집을 얻고 9월 이사를 온다. 3개월만에 일사천리로 이뤄진 제주 귀촌은 아내 김윤실(36)씨의 제주사랑도 한 몫했다.

김씨는 "남편을 만나기 10년 전 제주에 살고 싶어 집을 알아본 적이 있었는데 어린 나이에 살길이 막막해 접은 적이 있다"며 "결혼후 이런 얘기를 한번도 남편에게 한 적 없었는데 지난해 남편이 갑자기 얘기를 꺼내 깜짝 놀랐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30여년의 세월을 서울에서 보냈지만 5살만 되면 아이를 학원으로 내몰고 계약때마다 상승하는 전셋값 걱정 등 내심 각박한 서울생활에서 탈출을 꿈꿀때이기도 했다. 김씨는 현재 집 밖거리를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해 도시생활에 지친 여행객들에게 쉴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5개월의 짧은 제주 생활은 오씨에게 많은 변화를 안겨줬다. 김씨는 "남편이 제주에 오고나서 말투, 행동, 성격이 굉장히 부드러워졌다"고 했다. 특히 "서울에서 돈을 쫓는 음악을 했다면 이곳에서는 자유롭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보여주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강남에 작업실을 구해야 하고 때문에 늘어나는 작업실 월세, 집 전셋값 부담 등 의미없는 허례허식에 찌든 서울생활의 스트레스가 제주에서 조금씩 씻겨나가고 있는 것이다.

제주만의 음악을 만들고 제대로된 뮤직페스티벌을 개최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가진 오씨. 그의 음악적 영감을 얻기 위한 본격적인 제주여행이 이제 곧 시작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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