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와 오키나와는 한국과 일본의 남쪽 끝자락에 있다. 대륙적 관점에서 본다면 끝 지점이지만 해양적 관점에서 본다면 시작 지점이어서 지정학적 측면에서 중요하다. 특히 세계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제주와 오키나와는 유라시아대륙과 태평양의 접경으로 주변 강대국이나 중앙정부가 호시탐탐 노리던 수탈의 대상이었다. 이 때문에 이 지역 사람들은 역사적 비운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소와 재일제주인센터가 '제주와 오키나와: 동아시아 지역간 이동과 교류'를 펴냈다. 이 책은 본래 류큐대학의 쓰하 다카시(津波高志) 교수가 기획했다. 연구차 30여 년간 제주를 방문한 그는 2011년 7월 오키나와에서 열린 '동아시아 間地方交流의 과거와 현재-제주와 오키나와를 중심으로' 심포지엄에서 이 책의 바탕이 된 자료를 발표했다. 당시 발표된 자료들은 쓰하 교수의 정년퇴임에 맞춰 일본 도쿄에서 '동아시아 間地方交流의 과거와 현재 : 제주와 오키나와·아마미를 중심으로'라는 책으로 나왔다.
탐라문화연구소와 재일제주인센터가 이번에 발간한 책은 일본에서 발간된 책을 단순히 번역하지 않고 우리 실정에 맞게 제목을 바꾸고 순서를 달리해 편집했다. 5부로 이뤄진 일본어판을 4부로 재편하고, 실린 글의 순서도 그에 맞춰 변경했으며, 제목도 바꿨다.
책은 1부 사람의 이동과 2부 제주문화의 모습, 3부 관서의 재일제주인, 4부 류큐호의 간지방 교류사로 구성됐다. 쓰하 교수의 '사쓰마(薩摩) 침공과 아마미(庵美)의 문화변용', 전경수 서울대 교수의 '디아스포라와 글로벌리즘의 민류학', 이토 아비토(伊藤亞人) 와세다대 교수의 '한국인의 이동을 둘러싼 상황론과 문화적 요인', 윤용택 제주대 교수의 '제주도의 전통문화', 이지치 노리코(伊地知紀子) 오사카시립대 교수의 '재일제주인의 이동과 생활', 정광중 교수의 '2000년 이후 제주도 인구이동의 실태와 특징', 이케다 요시후미(池田榮史) 류큐대 법문학부 교수의 '류큐열도와 한반도' 등 한일 학자 22명이 필자로 참여했다.
윤용택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장은 발간사에서 "제주와 오키나와는 지정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동병상련이어서 그런지 멀지만 가까운 지역으로 느껴진다. 이 책이 한국과 일본, 그리고 제주와 오키나와를 이해하고 좀 더 좋은 관계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고사. 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