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성산읍 오조리에 정착한 한민경씨

[제주愛 빠지다]성산읍 오조리에 정착한 한민경씨
"'제주에 살어리랏다' 주문처럼 됐어요"
  • 입력 : 2013. 04.12(금)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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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트립의 카페 안에는 여행자의 안전은 물론 보안요원 역할을 하는 '케닉'이라는 인형이 있다. 케닉과 함께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한 한민경씨.

느림 여행 주창하는 게스트하우스 차려
한 분야 마니아들과 디자인사업 하고파

초행길 낯선 여행자의 안식처인 게스트 하우스가 가진 이국적인 느낌에 빠져 제주에 정착한 한민경(35)씨.

2006년 제주섬을 처음 접한 민경씨에게 제주는 다른 곳과 비슷한 관광지였다. 그러나 2년 후 제주를 다시 찾았을 때는 섬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당시 여행에서 특1급을 자랑하는 신라호텔에서 머물렀지만, 그녀에게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주었던 곳은 게스트 하우스였다. 외국 여행길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느낌의 게스트 하우스가 제주에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때부터 그녀는 매일같이 주문처럼 "나는 제주에서 살어리랏다"고 마음속에서 외치기 시작했다.

한씨는 "2008년에는 여유로운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신라호텔에 방을 잡았다. 여행 마지막 날은 새로운 경험을 하고픈 심정에 게스트 하우스에서 지냈는데, 예전 호주를 여행했던 느낌과 비슷했다"며 "이후 제주에 꼭 살아보자는 마음을 갖게 됐고, 이 느낌을 하루라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주문처럼 계속해서 '제주에 살고싶다'라는 말을 내뱉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제주에 살어리랏다는 마음은 결국 실행으로 옮겨졌고, 서울에서 10년간의 카피라이터 생활을 청산하고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에 슬로우트립(Slow Trip)이라는 게스트 하우스를 오픈했다.

슬로우트립에는 한번에 16명이 머물 수 있는 숙소와 이들이 한데 모여 담소를 나누고, 주린 배를 채울 수 있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카페가 있다.

여느 게스트하우스와 달리 슬로우트립은 마을 중심에 위치해 있다. 대개 제주에 들어서는 게스트 하우스는 바닷가의 풍광이 좋은 곳이나 중산간 시골마을의 한적한 곳에 들어서는게 이치인데 슬로우트립은 그렇지 않다.

한씨는 "우선 게스트 하우스를 지을 입지를 선택하기 위해 제주섬 곳곳을 누볐다. 다녀봤던 마을 중에 오조리가 가장 아름다웠다"며 "여행자의 안전을 생각해 외진 장소보다는 마을 안쪽에 위치한 주택을 구입했는데 그러다 보니 슬로우트립이 들어선 곳은 이사무소와 불과 10m 남짓 떨어진 곳"이라고 말했다.

그녀에게는 오타쿠(만화나 애니메이션과 같은 한 분야에 마니아 이상으로 심취한 사람) 기질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어릴때부터 장난감 피규어 수집이 취미이다. 카페의 창가에서 그녀가 수집한 피규어가 아기자기하게 놓여있다. 여행자의 숙소 곳곳에도 그녀의 손때가 묻어있는 다양한 피규어가 전시되어 있다.

특히 숙소 내부에 다락방을 만들어 슬로우트립을 찾는 누구나가 잉여짓을 할 수 있는 쉼터로 제공하고 있다.

한씨는 "앞으로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과 함께 디자인 사업을 하고 싶다"며 "슬로우트립을 오덕내(오타쿠의 기질이 너무 심해서 냄새가 날 정도라는 뜻)가 나는 공간으로 가꿔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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