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문화예술축전 무등이왓 해원상생굿을 가다

4·3문화예술축전 무등이왓 해원상생굿을 가다
[한라유랑단]무등이왓에 울려퍼진 잊지 못할 4·3의 아픔
  • 입력 : 2013. 04.19(금)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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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이왓 마을은 4·3 당시 불에 타 없어졌다. 20명의 주민은 살아있는 상태에서 화장을 당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최근 2013 제20회 4·3문화예술축전의 일환으로 무등이왓 해원상생굿이 진행됐다.

이어 이어 이어도 가래 / 살리어줍서 살리어줍서 / 삭삭 비는 할망 / 모감지 심엉 마당질해노앙 / 도새기 터럭 기시리듯 / 보리낭 더껀 불지더부난 / 아이고 아이고 악독한 놈덜 / 게거품 물멍 와들랑 와들랑 / 살려도렌 허는 할망신디 / 아이고 아이고 그 악독한 놈덜 / 입바우에 총 들이대연 / 들락키믄 죽여부켄 허난 / 갈중이 적삼에 불이 올라도 / 어떵 해보지도 못허고 / 동무릎으로 허벅지로 불이 올란 / 열두 고망에 / 열두 신뼈에 / 와다닥 와다닥 악독한 놈덜 / 가랑 무시것헙니까마는 / 이 년이 이 년이 죽일 년이우다 / 살려도라 살려도라 / 할망 소리 들으멍도 / 하올락 하올락 숨 넘어가는 걸 보멍도 / 돗통시에 곱안 가만히 이서났수다 / 하도 겁난 하도 겁이 난 / 울어지지도 아니헙디다 /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가래 / 그 악독한 놈덜 / 재미난 깔깔대는 걸 / 두 눈으로 번쩍 보멍도 / 입 막앙 가만히 이서났수다 / 이 나야덜 놈의 새끼덜 허멍 / 나사고 싶어도 / 할망가치 죽어나지카부덴 / 와들와들 털멍 이서수다 / 돗통시에 곱안 보기만 했수다 / 이 년이 이 년이 죽일 년이우다 / 아이고 아이고 악독헌 놈덜 / 이어 이어 이어도 가래.

김수열 시인의 '가래 가는 소리-생화장'의 내용이다. 시가 무등이왓에 울려퍼지는 내내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시인 김수열씨가 대정고등학교에 근무할 당시 4·3 당시 살아남았던 주민의 이야기를 시로 옮겨 놓았고, 2013 제20회 4·3문화예술축전의 일환으로 열린 무등이왓 해원상생굿 현장에서 이를 공개했다.

제주섬은 4월이 되면 어디서든 4·3의 이야기가 나온다.

올해는 독립영화 '지슬'의 흥행으로 제주 4·3 문제가 새로운 발을 내딛는 계기가 되고 있다. 영화 지슬의 배경이 되었던 큰넓궤에는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주민이 대다수였다. 이 중에는 무등이왓 마을주민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춤을 추는 어린이를 닮았다'라는 데서 이름 지어진 무등이왓 마을은 4·3 당시 불에 타 없어졌다. 20여명 마을 주민은 살아있는 상태에서 화장을 당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처럼 제주섬에서는 4·3으로 잃어버린 마을, 학살터 등이 부지기수로 생겨났다. 피해자 대부분이 왜 자신들이 죽어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갔다. 60여년이란 시간이 흘러도 도민에게 4·3은 검은 장막으로 가려진 것처럼 느껴지고 있다.

원미나 이주여성(베트남) 시민기자는 "예술이 원초적인 인간의 영혼을 치유할 수 없으리라는 어떠한 예감, 그 한계에 대한 나름의 처방전으로 해원상생굿이 열린다고 한다"며 "전쟁으로 수백만명의 목숨 잃어야 했고, 그 피해·후유증이 여전한 고향 베트남에서도 이러한 굿을 통해 해원의 의미를 되새기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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