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문화공동체 '서귀포사람들' 안광희 대표

[제주愛 빠지다]문화공동체 '서귀포사람들' 안광희 대표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삶, 들어볼래요"
  • 입력 : 2013. 06.21(금) 00:00
  • 강봄 기자 spri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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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들의 삶을 표현하는 최적의 방법으로 그림 그리는 해녀 사업을 기획한 '문화공동체 서귀포사람들'의 안광희 대표가 잠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봄기자

제주에 정착한 귀농·귀촌자로 지난해 구성
'그림 그리는 해녀 삶' 그린 다큐영화 제작중

"제주의 바다와 함께 자신들이 봤던 아니, 자신들의 평생(?) 직업이 아니였다면 볼 수 없었던 세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당신들만이 알고 있는 바다와 더불어 지금껏 살아 온 전설과 보석같은 이야기를 꺼내 함께 웃고자 합니다."

'왜' 우리 제주해녀의 역사와 문화가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남겨져야 하는지 '우리'에게 그 이유에 대한 답을 전하고, 또 그 소중함을 일깨워주려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들이 있다. '문화공동체 서귀포사람들(이하 서귀포사람들)'.

'그림 그리는 해녀' 사업을 기획한 서귀포사람들은 지난해 9월에 창립, 10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귀농·귀촌자 모임이다. 이 중 일부는 서울 등지에서 제주에 정착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안광희(42) 대표는 서울 토박이로, 영화와 광고 분야에서 활동하다 2년 전 아예 제주로 건너왔다. 그는 제주에 정착하기 전 미국 뉴욕에서 11년간 지내면서 한미해외동포연구소 사무국장을 맡을 당시 한인사회의 행사를 기획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생활을 마치고 귀국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도시에서 살아야 하나. 새로운 환경에서 지내보자'라는 고민에 빠졌다. 이후 안씨는 강원·충청지역 등을 돌아보다 어렸을 때 제주를 찾은 기억이 있어 서귀포시 모슬포부터 성산포에 이르기까지 해안마을 30곳을 7개월 동안 찾아다녔다.

결국 최종 결정된 곳이 서귀포시 남원읍. "이곳의 생태와 역사, 환경 등의 여건이 지역문화 콘텐츠로 이어가기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안 대표는 이주 이후 지역주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찾다 해녀를 주목했다. 집과 가까워 매일 바닷가에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들고 나가 해녀들과 친해지면서 제주해녀가 인류의 문화유산으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본 안 대표는 이를 기록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글을 모르는 해녀들이 있어 자신의 삶을 표현하는 최적의 방법이 '그림'이라 생각한 그는 '그림 그리는 해녀' 사업을 구상, 지난 3월부터 해녀들에 대한 미술수업 과정과 이들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 중에 있다.

현재 영화는 수중촬영을 제외하고 거의 마친 상태며, 국내외 영화제에 출품할 계획 하에 13개국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도 함께 준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현우범 의원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고 안 대표는 귀뜸했다.

어느 날 안 대표는 해녀들에게 각자의 손을 그려보라고 했더니 한 분은 자신의 손이 '자랑스런 손'이라고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그 손으로 자식들을 잘 키웠다는 것. 그러나 다른 한 분은 '가장 슬픈 손'이라고 말했단다. 자식 둘을 묻은 손이라고.

"그림은 가장 솔직하고 단순하면서도 강한 메시지를 갖고 있고, 그분들이 그린 그림 하나하나는 삶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이자 소통의 수단"이라고 안 대표는 말했다.

안 대표는 "생물학적으로 봤을 때 10년~15년 후면 제주에서 해녀 대부분이 사라지게 될 것이고, 이는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으로 다가오지 않을까'라고 생각된다"며 "이제는 우리 모두가 '해녀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붙잡아 놔둘까' 하는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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