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복지, 제주를 키워가는 힘](5)외국인근로자 실태

[튼튼한 복지, 제주를 키워가는 힘](5)외국인근로자 실태
코리안 드림 안고 묵묵히 일하는 민간외교사절
  • 입력 : 2013. 06.27(목)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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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출신의 외국인근로자 이맘씨가 제주시 회천동 소재 콘크리트 생산업체에서 4년째 일하며 '코리안 드림'을 이뤄나가고 있다. 김명선기자

3100명이 일하지만 문화차이와 근무여건 열악
이들을 위한 쉼터·고충 상담할 지원센터 절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연구모임인 제주복지공동체포럼과 본지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세계평화의 섬', '국제자유도시'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고, 또 우리사회가 급격하게 다문화사회로 변모하고 있는 가운데 1~2차 산업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면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 실태를 살펴본다. 또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제주의 민간외교사절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살펴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도내 장기체류 등록 외국인 현황=법무부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의 지난 2월말 현재 도내 장기 체류등록외국인현황을 살펴보면 55개국가에 외국인 9615명이 체류하고 있다. 주요 체류자격을 살펴보면 외국인근로자가 3144명(32.7%)으로 가장 많고 국민배우자 1596명(16.59%), 유학생 711명(7.24%), 영주 546명(5.68%), 기타 순이다.

이 중에 외국인근로자를 세분화해서 살펴보면 비전문취업(E-9(고용허가제 외국인))이 1980명이고, 선원취업(E-10(20톤 이상 선적 근무 어선원외국인))이 1164명으로 주를 이루고 있다.

국가별로는 중국 출신이 3514명, 베트남 출신 1728명, 인도네시아 출신 868명, 미국 620명, 기타 2885명 순이다.

외국인 증가추세를 분석해 보면 2005~2008년에는 외국인근로자와 결혼이민자, 외국인유학생의 증가가 주를 이뤘지만 2010년 이후에는 외국인근로자와 국제학교, 전문직 종사자, 부동산투자 이민자가 꾸준히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주자치도의 인구가 지난 10년동안 55만 2297명에서 58만 3713명으로 5.3%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이에 비해 등록외국인의 수는 600% 이상 늘어났다.

▶외국인근로자 실태=제주시 회천동 소재 동성콘크리트(대표이사 김형찬)에서 일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출신 외국인 근로자 이맘(35)씨. 이맘씨가 이 회사에서 일한 지는 4년이 지났다. 현재 동성콘크리트에는 12명의 인도네시아 출신 근로자가 모든 콘크리트 제품 생산과정에서 성실히 일하고 있다. 이제는 이들이 없어서는 공장 가동이 힘들 정도다.

이맘씨는 "고향에 3명의 아들과 아내가 살고 있다. 이 곳에서 일한 돈을 모아 고향에 새로운 집을 지었는데, 주변에서 부러움이 크다"며 "일이 힘들기도 하지만 가족을 먹여살릴 수 있도록 일자리를 준 한국에 고마운 마음이 크다. 기회가 되면 또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맘씨는 제주에서 일하는 4년동안 '코리안 드림'을 성취했다. 현재 외국인근로자는 3년간 일한뒤 또 1년 10개월을 연장해 근무할 수 있다. 성실히 근무한 근로자 중에 한해서 한 차례 더 한국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 이맘씨는제주에서 받는 월급이 인도네시아에서 일할 때와 비교할 때 7배 이상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외국인근로자에게 한국은 '코리안 드림'을 가슴에 품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이맘씨가 일하는 곳은 회사 대표에서부터 외국인근로자에게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도움을 주는 모범사업장이다.

▲제주자치도의회 의원연구모임인 제주복지공동체포럼이 최근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도내 기업체를 찾아 간담회를 가졌다.

그러나 도내 대부분의 외국인근로자는 언어·문화차이뿐만 아니라, 안전사고 등에 노출돼 있다.

실제 현충일이었던 지난 6일 제주시 김녕항 북동쪽 15㎞ 해상에서 조업을 하던 어선에서 스리랑카 출신 선원 A(23)씨가 바다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한국에서 일한지 3개월만에 당한 사고였는데, 해경 조사 결과 A씨는 수영을 할줄 모르는 상태에서 아무런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일을 하다가 그물에 끌려 바다로 추락해 숨진 것이었다.

지난 2005년 2월 어선에서 조업중 사망한 중국인 선원은 죽기전 제주이주민센터에서 임금체불과 관련 상담을 했는데, 그 내용이 외국인 근로자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숨진 중국인 선원은 "나는 중국에서 1500만원을 주고 한국에 왔다. 나는 선주가 시키는대로 하루 4시간 자고, 많은 욕까지 들어가면서 일했다"며 "그런데 10개월 동안 월급을 받지 못했다. 도와달라. 나는 노예가 아니다. 중국에 돈도 보내서 빚도 갚아야 하고 우리집 살림도 살아야 한다. 도와달라. 죽고 싶다"고 말했다.

▶외국인근로자 지원 대책 절실=현재 제주자치도가 도내 유일한 외국인근로자 지원 단체인 제주이주민센터에 외국인근로자상담과 외국인근로자쉼터를 위탁운영하는데 지원하는 예산은 2600만원이 고작이다. 2000여명의 도내 결혼이민자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한해 16억여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것과는 대조된다. 외국인근로자들은 지역경제의 가장 어둡고 힘든 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음에도 예산이나 지원에서 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외국인근로자 쉼터와 상담센터가 절실하다. 또한 한국어 교육도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이 일부 근로자에 한해서만 이뤄지고 있다. 이마저도 봉사자들이 자비를 들여 한국어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외국인근로자들은 한국 직원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눈빛으로만 의견을 교환한다고 한다.

박주희 제주자치도의회 의원은 "세계평화의 섬, 국제자유도시 제주에 걸맞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종합적인 정책과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고용주의 의견만 반영된 정책에서 탈피해 외국인근로자의 고충을 듣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이를 위해 지자체와 도의회, 시민단체, 기업체 등이 함께 논의의 장을 만들고 애로사항을 청취한후 맞춤형 정책을 발굴 시행해야 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예산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김희현 제주도의회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 위원장
"희망주는 사회 분위기 조성을"


경제성장만큼이나 빠르게 우리나라가 다문화사회로 이행되고 있는 분위기다. 다문화열풍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이 늘어나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들어온 근로자들 또한 매년 증가 추세다.

제주자치도 고용센터에 따르면 지난해말 도내 761개 사업장에 1710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종사하고 있다. 이는 2년 전 531개 사업장, 1051명과 비교해 230개소, 668명이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는 그 동안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고 이해했던 여러 가지 사고와 행동패턴을 달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적 요인이 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우리가 3D 업종이라 하여 어느 순간부터 기피하고 있는 단순노무직 등에 종사하며 경제주역의 일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들의 생산유발효과는 2011년도 9조916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중소기업체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공장가동이 힘들다고 할 정도이다.

이처럼 외국인 근로자들이 우리나라 경제나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그들에 대한 처우는 아직 미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본 의원이 찾은 도내 콘크리트 제조회사 역시 나름대로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현실적인 여건 등으로 체감할 수 있는 사업은 여전히 추진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작업에 대한 이해 없이 노동에 투입된다고 한다. 3개월 전 발생한 외국인 선원의 익사사고 또한 이러한 연유에 기인한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 그리고 고용업체 차원에서 나름대로 외국인 근로자의 기본적인 근로환경 개선과 복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임을 감안할 때, 이들을 위한 근로복지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야간근무나 휴일근무에 대한 고려, 각종 보험 가입, 여가문화공간 마련, 권익과 휴식을 담보하기 위한 외국인근로자 지원센터 마련 등이 제기되는 이유다.

돈을 벌기 위해 찾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지금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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