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평화봉사단 아시아를 품다](상)

[제주평화봉사단 아시아를 품다](상)
오지 '로뚜뚜 마을' 찾아 봉사활동… 아이들과 꿈·희망 나눠
  • 입력 : 2013. 07.11(목)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1991년 동티모르 독립운동 과정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이 묻혀있는 산타크루즈 묘지를 찾은 제주평화봉사단원들이 묵념하고 있다. 김명선기자 nonamewind@ihalla.com

제주도 '아시아협력 프로젝트' 8회째 동티모르 방문
초등생 음악·미술 교육… 문화체험·일손돕기도 진행

○…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005년 정부로부터 '제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후 다음해인 2006년에 전국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유일하게 평화봉사단을 조직, 2007년부터 올해까지 7회에 걸쳐 아시아협력 프로젝트를 운영중이다. 올해는 세계평화의섬 범도민실천협의회 평화봉사분과위원회 위원들이 참여해 아시아의 최빈국중 한 곳인 동티모르 사메시 로뚜뚜 마을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고 돌아왔다. 본보는 2회에 걸쳐 제주평화봉사단의 활동상은 물론 제주자치도가 국제개발협력에 동참하기 위한 발전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

▶제주평화봉사단은=제주자치도는 2005년 1월 27일 '제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선포됐다. 이에 따라 제주자치도는 활발한 후속조치를 벌이게 되었는데, 우선 남과 북으로 분단된 한반도를 넘어 세계의 평화를 추진하기 위해 '제주 세계평화의 섬 범도민 실천협의회'를 구성했다. 그 밑으로 5개의 분과위원회를 두어 활동해 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평화봉사분과위원회 소속 제주평화봉사단이다.

제주평화봉사단은 매년 제주를 대표할 수 있는 봉사단원을 선발하고, 이들을 해외에 파견해 현지 주민들에게 삶의 의욕을 고취시키고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앞서 진행됐던 몽골, 캄보디아, 필리핀 등지에서 보여준 단원들의 살신성인의 정신은 제주가 평화의 섬으로 나아가는데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동티모르=동남아시아의 작은 섬나라 동티모르. 동티모르는 유럽 식민지 개발에 따라 19세기초까지 450년간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아오다 1975년 독립선언했다. 그러나 9일만에 인도네시아에 점령당했고, 24년간 독립항쟁을 펼치는 과정에서 다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는 아픈 역사를 가진 나라이다.

무력으로 동티모르를 점령한 인도네시아가 차별과 탄압 학살을 자행하자 동티모르인들은 저항 분리독립운동으로 맞섰다. 지난 1991년 동티모르의 수도 딜리에서 독립운동을 벌이던 세바스티앙 고메스 학생이 인도네시아군에 의해 무참히 살해됐고, 이 소식을 전해들은 딜리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독립을 외쳤는데 인도네시아군은 200여명을 무차별 학살했다. 이는 외신을 통해 동티모르의 비극이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고, 1994년 '동티모르 문제 아시아태평양 국제회의'에서 인도네시아의 철수와 국제적 감시기구 설립을 촉구하는 성명서가 채택되면서 유엔이 동티모르 문제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2002년 마침내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을 쟁취했지만 그 과정에서 전체 인구의 10%가 목숨을 잃었다.

특히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호세 라모스 호르타 동티모르 전 대통령은 망명정부 외무장관 시절인 1998년 제주4·3 50주년 위령제 참석하기 위해 제주를 방문했었고, 또한 2001년에는 제주평화포럼(현 제주포럼)에 참석해 기조 연설하는 등 제주와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제주평화봉사단원들.

▶"오부리가두(고맙습니다) 제주평화봉사단, 오브리가두 동티모르"=지난달 30일 봉사지역인 동티모르 로뚜뚜 마을로 장도에 오른 제주평화봉사단. 제주→서울→인천→인도네시아(발리)→동티모르→마우벳시→사매시→로뚜뚜마을에 도착하는데만 이틀이 넘게 걸렸다.

동티모르는 강원도와 면적이 비슷한 섬나라이다. 지형 또한 강원도와 비슷해 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다. 이마저도 인도네시아가 식민지 지배 시절에 만들었던 터라 도로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보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로뚜뚜 마을로 통하는 길은 차량이 다닐 수 없는 곳으로 사매시에서 걸어서 4시간이 걸리고, 4륜구동을 장착한 차량이 갈 수 있는 곳까지 이동한 후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을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힘든 여정끝에 로뚜뚜 마을에 도착한 제주평화봉사단은 현지에서 초등학생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미술 및 음악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학교환경정비·천연염색·태권무·전통음식 만들기 등 제주와 동티모르 문화 체험과 커피농장에서 일손을 거들었다.

로뚜뚜 마을이 생긴 이래 19명의 해외봉사단이 찾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봉사단이 가는 곳마다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고, 교육환경이 열악한 초등학생과 청소년들에게 3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봉사단이 준비한 교육프로그램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오향균 주한 동티모르 대사는 "동티모르 수도 딜리에서 로뚜뚜 마을이 위치한 사매시로 가는 길이 워낙 험하다. 비가 오면 낙석사고의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정부 관리 조차도 오고가는 길에 허리가 부러질지도 모른다는 농담을 건네는 곳"이라며 "봉사단이 이곳에서 4일간 안전하게 봉사활동 임무를 수행하면서 마을주민들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온 것이 봉사단에게 큰 보람이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명선기자

/김명선기자 nonamewind@ihalla.com

[전문가 의견/김성준 제주대 교수, 평화봉사분과위원장]
동티모르, 평화의 섬 꿈꾸는 제주의 동반자


자원봉사는 21세기의 윤리규범으로서, 인류의 미래 활동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해주는 것이 자원봉사인데, 이 개념은 자발성, 무보수성, 공익성 그리고 상호호혜성이란 주요 가치들을 포함하고 있다.

제주자치도는 2005년 1월 27일 정부로부터 '제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선포되면서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추진하기 위해 '제주 세계평화의 섬 범도민 실천협의회'를 구성하고, 그 밑에 5개의 분과위원회를 두어 활동해 오고 있다.

그 중 하나인 평화봉사분과위원회는 2006년 제주평화봉사단을 발족해 2007년부터 몽골 3회, 캄보디아 2회, 필리핀 1회, 그리고 올해 동티모르 봉사 등 총 7회에 걸쳐 4개국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펼쳐왔다.

이번 동티모르 봉사활동은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다녀왔다. 하나는 그동안 제주평화봉사단 활동을 성찰하고 향후 바람직한 방향을 구상하는데 있다. 다른 하나는 제주자치도가 2012년을 '국제개발협력 원년의 해'로 지정하여 동티모르에 공적개발원조 사업을 하게 되면서부터, 향후 공적개발사업과 연계된 제주평화봉사단의 참여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어서 미래 자원봉사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동티모르는 2002년 5월 20일에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 12살 정도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강원도 규모의 나라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가지고 있긴 하나, 한마디로 말해 '있는 것 보다 없는 것이 더 많은' 나라이다. 즉 어디서부터 무엇을 시작해야 할지, 해 줄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제7기 제주평화봉사단은 먼 여정의 길을 다녀왔다. 주동티모르대사관 방문, 로뚜뚜 마을 학교에서의 현지봉사활동 체험과 YMCA의 지역개발 우수사례의 참관, KOICA 동티모르의 현지 정책에 대한 설명청취와 질의, 제주를 사랑하는 동티모르 사람들의 모임인 관중심의 인사로 구성된 제사모 발대식 참여, 한국산업인력공단 동티모르 양황일 센터장의 제주와 동티모르간 미래발전을 향한 산파적 역할과 그 열정, 그리고 동티모르 국립대 최창원 교수의 제주사랑과 비전 등을 보고 돌아왔다. 이것은 향후 제주평화봉사단의 미래 정책을 구상하는데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변화무쌍한 카블라키산 주변의 날씨, 밤하늘의 맑고 밝게 빛나는 무수한 별들은 제주자치도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한 번에 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는 우선순위와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제주자치도가 가지고 있는 비교우위의 강점과 경험, 그리고 전문적 재능을 겸허히 함께 나누는 자세로, 평화와 발전을 꿈꾸는 제주자치도와 동티모르는 미래 동반자로서 상생 발전의 길을 긴 호흡으로 차분하게 열어나가야 할 것이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9800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