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56)제주시 선흘리 '샤라의 정원'

[당찬 맛집을 찾아서](56)제주시 선흘리 '샤라의 정원'
맛만큼이나 건강을 생각한 이색 슬로푸드
  • 입력 : 2013. 08.16(금)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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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라의 정원이 추천하는 흑돼지 스테이크와 오곡밥, 채소가 곁들여진 '모다들엉' 강경민기자

조미료는 일체 사용하지 않고
효소·와인·허브로만 맛 살려
야채도 텃밭에서 친환경재배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으로 잘 알려진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자리잡은 음식점 '샤라의 정원'. 초록색 잔디마당 울타리를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난 키작은 보라색과 분홍색 안젤로니아가 먼저 시선을 붙드는 집은 문패가 없었다면 정원이 예쁜 가정집으로 착각할 뻔 했다.

식당문을 열고 들어서자 주인장 신영씨가 반긴다. "먹을거리는 맛이 있으면서도 건강에도 이로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음식을 만든다"는 그녀는 식당에선 이름 대신 '요정(요리하는 정원사)'으로 통한다.

식당 내부도 예사롭지가 않다. 친구끼리 맛난 음식과 효소차를 앞에 두고 수다를 떨 수 있는 자리서부터, 길다란 나무탁자와 의자가 놓인 공간까지 여느 식당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함이 가득하다.

그녀가 추천하는 음식 '모다들엉'은 이름부터가 생소하다. 오디효소와 유기농 치즈가 어우러진 흑돼지 스테이크와 오곡밥, 친환경 계절스프와 샐러드가 커다란 접시를 화려하게 한가득 채우는 요리다.

스테이크는 제주산 흑돼지와 쇠고기를 갈아서 와인과 허브에 하루 이상 재워뒀다 요리할 때 다진 양파와 고추, 들기름을 섞어 둥그렇게 모양을 만들어 프라이팬에서 익힌다. 다 익어갈 즈음 유기농치즈를 뿌린후 직접 담근 오디효소와 열매, 버섯, 양파로 만든 소스를 끼얹는다. 커다란 접시에 완성한 스테이크와 오곡밥을 주먹밥 모양으로 만들어 올리고 상추와 수박으로 곁들여 낸다.

▲닭고기와 와인, 토마토소스로 만든 '미친닭'

▲건강에 좋은 음식을 고집하는 신영씨.

'모다들엉'에는 단호박스프와 감귤효소 소스를 뿌린 샐러드가 함께 나온다. 달콤한 단호박 스프부터 비워내고 나서 포크만으로도 쉽게 잘라지는 스테이크를 한 입 넣었더니 담백하면서도 부드럽고, 오디소스가 참 별맛이다.

샤라의 정원이 선보이는 '미친닭'도 한 번 맛보면 또 생각나는 음식이다. 우리가 평소 즐겨먹는 닭고기를 와인과 각종 허브에 하루 이상 재워뒀다 물에 넣고 어느정도 익혀 스파게티 면과 가래떡, 토마토소스를 넣어 조린후 치즈를 뿌려낸다.

그녀가 만드는 음식엔 고집스러울 정도의 철학이 깃들어 있다. 조미료는 전혀 쓰지 않고 대신 허브와 효소로 맛을 내고, 재료도 가능한 친환경과 유기농을 고집하는 철저한 자연식단이다.

4년 전 식당을 꾸리게 된 이유도 "분주한 삶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현대병이 많아지는 요즘, 자연의 맛을 최대한 살려 우리몸에 좋은 슬로푸드를 널리 퍼트리고픈 마음"에서라고 했다. 실제로 영어교사였던 그녀는 뚜렷한 병이 없는데도 몸이 좋지 않아 고생하던 차에 효소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고, 해마다 6월이면 부안산 친환경오디를 구입해 항아리에 설탕과 함께 섞어 오디효소를 담가먹고 있다. 혈당을 낮추고 비타민·칼슘이 풍부하기로 알려진 오디로 만든 효소는 3년 이상 숙성시킨 것을 음식에 두루 활용하고, 차로도 선보인다. 그녀가 효소를 담그는 재료는 오디 외에도 귤, 쑥, 구지뽕 등 여러가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음식에 들어가는 야채 대부분은 식당 옆에 있는 텃밭에서 직접 친환경 재배해서 쓴다. 상추며 오이, 고추, 깻잎, 가지, 허브, 바질 등을 매일매일 쓸 만큼만 뜯어다 샐러드와 오이피클을 만든다.

손님들에게 그녀는 음식이 입맛에 맞았냐고 묻곤 한다. "조미료맛에 익숙해진 입맛에는 우리집 음식이 2% 부족하다 싶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건강을 위해 조금은 싱겁게, 그리고 제철 친환경재료로 정성껏 만든 음식을 손님들이 맛있다며 접시를 싹 비워낼 때가 가장 행복해요."

2명이 먹을 수 있는 '모다들엉'과 '미친닭'은 각각 3만원, 효소차는 한 잔에 5000원이다. 영업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주 화요일은 쉰다. 문의 070-7773-9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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