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중심주의와 탈식민주의의 뿌리

서구 중심주의와 탈식민주의의 뿌리
아프리카와 흑인에 관한 짧은 이야기 '니그로'
  • 입력 : 2013. 09.06(금) 00:00
  • /표성준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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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아프리카는 '에티오피아(흑인의 땅)'이었고, 현대 유럽인들에게는 '미개한 어둠의 땅'이었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인류가 처음 등장한 대륙일 뿐만 아니라 이집트와 카르타고, 말리제국, 송가이제국의 땅이었다. 나일과 콩고, 나이저, 잠베지 4대강을 중심으로 수많은 종족 집단이 다양한 문화를 이루고 살아온 거대한 땅이었다. 유럽인들이 탐험하고 식민지를 개척하고 본격적으로 노예와 자원을 수탈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 뒤로 이 거대한 대륙은 국제 교역에서 노예시장과 상아, 흑단나무, 고무, 금, 다이아몬드의 산지였다.

그러나 아프리카와 흑인은 오랫동안 문명사회에서 무시되고 세계사의 서술에서도 제외됐다. 이 생소한 아프리카는 여전히 이해나 연구보다는 관찰과 탐험의 대상이 돼왔다. 아프리카는 유럽보다 세 배나 크지만 해안선 길이는 유럽의 1/5밖에 되지 않는다. 유럽처럼 아프리카도 아시아와 닿아 있지만 인도양 주변에서 남서쪽으로 굽어지고 동해안에는 만과 내포, 곶, 섬들이 거의 없다. 강이 높고 평평한 중앙부에서 좁은 해안 지대와 바다로 급속히 떨어져 큰 폭포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런 지리적 고립에 더해 서양의 침략과 노예무역, 수탈과 인위적 분할이 아프리카를 20세기 문명에서 소외시킨 것이다.

이 책은 인종 분리가 극에 달해 있던 10년 전 미국에서 출간돼 흑인해방운동과 범아프리카주의의 이론적 토대를 구축했다. 오늘날까지도 탈식민주의 이론가들이나 일반인들에게 흑인과 아프리카 이해의 출발점을 제공하는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흑인 최초로 하버드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W. E. B 듀보이스는 무엇보다 미국 시민들에게 흑인에 관해 올바르게 설명해 주고 싶었고 그런 생각을 담담하게 써 내려갔다. 황혜성 옮김. 삼천리.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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