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된 해양생태계와 생선의 종말

파괴된 해양생태계와 생선의 종말
바다의 황폐화 다룬 해양논픽션 '텅빈 바다'
  • 입력 : 2013. 09.27(금) 00:00
  • /표성준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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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 바다 한가운데에 떠있는 제주도에 사는 우리에게 해양생태계와 바다식량은 생존 그 자체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바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몰랐다. 바다와 어업에 대한 정보는 소수 전문가만이 알고 있었고, 그들이 쓰는 용어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저 별 생각 없이 마트에서 냉동생선과 참치캔을 골라 찬거리로 이용하기만 했다.

이 책은 20여 년 동안 영국에서 환경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온 전 '데일리 텔레그래프' 기자가 전 세계 바다에서 벌어지는 수산물 남획의 실태와 남획이 불러온 해양생태계 파괴의 실상을 치밀한 취재와 조사를 통해 정면으로 드러낸 심층르포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저자는 10여 년 동안 미국과 캐나다, 영국, 에스파냐, 아이슬란드, 덴마크, 일본 등 수많은 지역과 바다를 샅샅이 취재하고, 수많은 연구자들의 자료를 꼼꼼히 검토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그동안 지구 온난화 같은 다른 환경의제에 비하면 해양생태계 문제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다. 다뤄졌다 해도 산업시설의 독성물질과 핵폐기물 무단방출에 따른 해양오염 문제는 어느 정도 부각됐지만 남획과 해양생태계 문제가 함께 논의된 적은 거의 없다. 저자는 현대의 첨단기술로 무장한 기업형 어업이 해양생태계 파괴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이 문제는 인류 최후의 자연식량으로 여겨지는 생선의 종말로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로 이제는 우리 모두가 이 문제를 직시해야 할 때라고 경고한다.

책은 수산물 남획의 실태를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세계 곳곳에서 마주한 다양한 대안적 실험을 소개하며 그 성과와 한계까지 짚어낸다. 공유지 관리의 혁명적 발상으로 평가되는 아이슬란드의 개인 소유권 제도, 뉴질랜드의 해양보호구역 사례, 국제비영리기관인 해양관리협의회의 친환경 수산물 인증제도 등이 그렇다.

책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전문 영역을 다루면서도 바다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 그런 일들을 만들어내는 보이지 않는 힘,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안들을 쉽고도 박진감 넘치는 문체로 써 내려갔다. 해양논픽션 중에서도 걸작으로 꼽힐 만한 이 책을 쓴 저자는 '음식평론가조합'에서 탐사보도 기자에게 수여하는 '데릭쿠퍼 상'을 받았다. 찰스 클로버 지음, 이민아 옮김. 펜타그램.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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