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59)제주시 선흘1리 '도구리家'

[당찬 맛집을 찾아서](59)제주시 선흘1리 '도구리家'
전통방식 된장·청국장으로 소박한 밥상
  • 입력 : 2013. 10.11(금)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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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흘리 '도구리가'는 전통방식 된장과 청국장으로 소박한 밥상을 차려낸다. 강경민기자

청국장찌개와 보리비빔밥
담백하고 자연을 닮은 맛

'동백동산습지'로 유명한 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 그 마을 안에 전통과 자연의 맛을 고집하는 음식점 '도구리家'가 있다. 널따란 식당 마당으로 들어서면 수 백개의 항아리가 먼저 눈에 띈다. 주인장에게 항아리의 정체(?)를 물었더니 6만여㎡의 밭에서 직접 콩농사를 짓고, 그 콩으로 담근 된장과 간장, 그리고 고추장이 항아리에서 맛나게 익어가고 있다"는 답이 돌아온다.

도구리가의 김은옥(58) 대표. 선흘과 송당 주민 등 5명이 만든 도구리영농조합법인의 대표인 그녀는 직접 농사지은 콩으로 전통장류의 맥을 잇고, 고추장과 쌈장 만들기 체험장을 운영하다 지난해 슬로푸드 음식점까지 냈다. 영농조합에서 만든 된장과 간장은 전통식품으로 품질인증까지 받았다.

전통장을 만드는 그녀가 자신있게 추천하는 음식은 청국장찌개와 보리비빔밥이다. 청국장은 특유의 퀴퀴한 냄새로 좋고 싫음이 분명하게 갈리는 음식으로 꼽히지만 참살이 음식에 관심많은 이들은 일부러 찾아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김은옥 대표.

냄새가 강하지 않고 맛있는 청국장찌개는 콩을 띄우는 과정이 생명이라고 할만큼 중요하다. "직접 재배한 질좋은 콩을 물에 불려뒀다 6시간쯤 뭉개질 정도로 푹 삶은후 아랫목에 볏짚을 깔고 이불을 덮어서 띄우는 옛날 방식으로 여름엔 이틀, 겨울엔 사흘이면 맛깔스럽게 발효된다."

그녀는 손님이 청국장찌개를 주문하면 빨리 내기 위해 직접 담가 숙성시킨 묵은김치와 돼지고기를 갈아넣어 하루분량만큼의 육수를 만들어 쓴다. 찌개는 육수를 뚝배기에 적당량 붓고 청국장 적당량과 호박, 두부를 넣고 센 불에 재빨리 한소큼 끓인 후 썬 대파와 고추를 얹어내면 완성이다.

뜨끈한 청국장 국물을 한 수저 뜨자 뭉글뭉글하게 씹히는 청국장의 구수함과 감칠맛이 입안에서 감돈다. 찌개와 함께 밥상에는 보리밥과 가지무침, 나물무침, 열무김치, 무말랭이, 호박무침, 갖은 쌈채소가 한 상 차려진다. 그녀가 직접 텃밭에서 키운 야채들로 강한 양념없이 만든 반찬들이 자극적이지 않고 삼삼하다. 밥상에 올라온 된장이 거무스름했는데, 3년동안 숙성시킨 것을 쓴단다. 옛날 방식으로 띄우고 끓여낸 청국장찌개와 자극적이지 않은 반찬들이 중·장년층에겐 고향을, 그리고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맛'이다. 1인분에 7000원.

보리비빔밥은 커다란 사발에 고사리, 애호박, 표고버섯, 콩나물, 상추와 계란프라이를 올리고 참기름과 메밀쌀 볶은 것을 뿌려낸다. 여기에 보리밥을 양껏 넣고 청국장가루, 조청, 소금을 넣어 만든 고추장을 쓱쓱 비벼먹으면 된다. 청국장찌개를 함께 주문했다면 찌개를 몇 숟갈 얹어 비벼먹어도 그만이다. 1인분에 6000원.

도구리가 식당 벽에는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다'는 문구가 나붙어 있다. 그래서 화학조미료 맛에 익숙해진 손님들 중엔 음식맛이 2%쯤 부족하다는 이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할머니, 어머니가 된장을 넣어 해주시던 음식이 최고의 건강밥상이라는 생각이고, 음식의 원재료의 맛을 살리려면 화학조미료는 쓸 수 없다"는 그녀다.

식당은 매주 월요일은 쉰다. 영업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의 782-8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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