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결혼이민자가 2013년 7월말 현재 15만 명에 이르고, 이미 한국인이 된 귀화자를 합치면 22만 명을 넘고 있다. 여기에 18만여 명에 이르는 2세들까지 합치면 다문화가정 인구는 40만 명에 달한다. 이주노동자 등 각계각층 외국인까지 합치면 국내 거주 외국인 수는 150만 명을 넘어서 우리나라 거주민 100명 가운데 외국인은 3명이나 된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다문화 세계는 외면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됐지만 우리 사회에는 아직 다문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사회 일각에서 다문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이주민을 바라보는 시선도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이주민을 '우리와 다른 사람'으로 보는 이기심과 편견 때문이기도 하고, 대체로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낮춰보거나 우리말이 서툴고 우리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배척하기 때문이다.
다문화, 다인종 사회로 진입했지만 여전한 편견과 따돌림이 횡횡한 이 낯선 땅에서 자신의 출신국 언어와 문화에 긍지를 갖고 삶을 개척하는 이들이 있다. 한편으로 그들은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이웃으로 뿌리를 내리고 살아 가면서 우리가 이미 다문화, 다인종 사회에 접어들었음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이 책은 다문화가족 19명의 목소리로 한국 다문화의 현주소를 진솔하게 들려준다.
다문화 1호 정치인인 경기도의회 이라(몽골) 도의원은 "초등학교까지는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지원이 많지만 중학교,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거의 없어 교육하기 어렵다"며 "학원비 등 부담으로 마음껏 교육을 시킬 수 없어 일반 자녀와 다문화 자녀 간 학력격차가 벌어지고, 이 때문에 다문화가정 자녀가 사회 부적응자로 내몰리고 사회와 점점 멀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연구하는 임마뉴엘(미국) 교수는 "한국의 선비 정신은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조화를 이루려 하는 것"이라고 예찬하면서도 "한국은 한의학, 전통음악, 한옥, 음식, 사상 등 정말 대단한 전통을 가졌지만 현대화가 잘 되지 않아 전통과 현대 사이의 심각한 문화단절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다문화는 우리 사회에 다양성을 심어주고, 세계를 향해 더 넓은 시야를 갖출 수 있게 해주는 힘을 길러준다. 한국인들에게는 삶의 폭과 깊이를 더해주고, 이주민들에게는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정신을 북돋아주기 위해 기획된 책이다. 연합뉴스 한민족센터 다문화부 지음. 연합북스.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