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카페 소리' 주인장 강신원·최선아 부부

[제주愛 빠지다]'카페 소리' 주인장 강신원·최선아 부부
즉흥적이지만 가볍지 않게 녹아든 삶
  • 입력 : 2014. 01.24(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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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생활을 접고 2010년 제주에 정착해 카페를 운영하는 강신원·최선아씨 부부는 온화하면서도 유쾌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표성준기자 sjpyo@ihalla.com

제주에 정착한 노래패 출신 남편과 풍물패 출신 아내
지난해부터 카페 운영… 매월 보름달 뜰 때는 공연도

'카페 소리' 뒷마당에 살던 수오리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 암오리는 온 세상을 잃은 것만 같았다. 사고지점을 맴돌던 암오리는 급기야 시름시름 앓더니 곧 수오리를 따라갈 기세였다. 이때 암오리가 삶의 희망을 지피도록 짝을 찾아 주고 노래까지 지어 불러준 이가 있었으니 바로 카페 소리 주인장 강신원·최선아 부부다.

남편 강씨가 운동권에 발을 디딘 것은 대학 1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교 도서관에서 4·3 관련 전시회를 접한 뒤 운동권적 사고로 사회를 달리 보고 숨겨진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역사상 3·1운동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시민이 군사독재정권의 장기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참여했던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난 해였다.

노래패 활동하던 많은 이들이 그랬듯이 제적당한 그는 끝내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그렇게 진보단체 운동가로 살아가던 중 같은 단체 간부였던 지금의 아내 최선아씨를 만났다. 아내 역시 열혈 운동권으로 인식되던 풍물패 출신이었다.

강씨는 대한민국 41개 청년단체가 지난 2001년 모여 만든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을 지냈다. 한청으로 불리던 이 단체는 출범 당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돼 2007년 연말 확정 판결을 받아 이후 공식 해산됐다. 먹고사는 일로 고민하던 강씨 부부는 먼저 내려와 있던 아내 친구부부의 권유로 2010년 11월 제주에 정착했다.

"나이는 먹을대로 먹고, 단체생활 말고는 내세울 경력도 없어 무얼할지 고민하다 배수진을 치고 제주에 내려왔어요. 노래와 커피와 사람을 좋아해서 카페를 해보기로 결심했지요. 해본 적은 없지만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지난해 6월부터는 지인의 소개로 한경면 저지리의 '카페 소리'를 임대해 운영하고 있다.

이주민으로 불리는 이들이 늘면서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해 제주사회와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일이 흔하다. 어느 누구의 탓이라고 쉽게 단정할 순 없지만 제주도의 텃새와 궨당문화에서 그 원인을 찾는 이도 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지역주민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일찌감치 4·3 때문에 제주를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얻었어요. 침략과 수탈의 역사가 외지인을 경계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니 텃새가 자연스럽고 궨당문화에 대한 거부감도 덜했지요. 이주민들끼리 집단화하는 것은 반대해요. 제주에 정착하고 뿌리내리려면 제주사회에 녹아드는 게 우선이니까."

카페에는 관광객과 제주시나 서귀포시에서 오는 손님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자주 찾는다. 노래패 실력으로 노래하고 풍물패 실력으로 연주하다 보니 공연에 동참하는 이들도 늘어 'MOON JE'라는 이름의 밴드를 결성해 매월 보름달이 뜰 때면 정기공연을 열고 있다.

이번 설연휴에는 아내의 아이디어로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을 위한 공연 '베뛸락'도 준비 중이다. 밴드의 이름을 '하얀 거, 차가운 거'로 하자던 아내가 정겨운 제주어로 공연의 명칭을 정했더니 주민들이 "줄넘기할거냐?"고 묻는 게 문제이긴 하다.

서울 토박이였던 아내는 서울에 올라갈 일이 있으면 탁한 공기에 적응 못하고 다음날이면 내려가자고 할 만큼 제주사람이 다 됐다. 남편은 제주에 오자마자 제주사와 제주설화집 등을 구입해 공부할 만큼 제주의 삶에 적극적이다. 이들 부부의 삶이 무겁지만 어둡지 않고, 즉흥적이지만 가볍지 않은 것은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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