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이레숲' 지기 화가 박소영씨

[제주愛 빠지다]'이레숲' 지기 화가 박소영씨
"제2고향 제주에 문화예술 꽃 피울 것"
제주대 입학후 18년째 머물러…허름한 창고서 아기자기한 카페로
  • 입력 : 2014. 02.07(금) 00:00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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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 미술학과에 입학한 이후 18년째 줄곧 제주에 살고 있는 박소영씨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경민기자


"미술관·자연미술 교육장으로 변모"

적잖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곳 중의 하나가 프랑스 프로방스 마을이다. 예술가의 고장이라고도 불리는 프로방스는 느림과 휴식이 지배하는 이국적인 낭만의 대명사로 알려져있다. 이 곳을 닮은 문화예술공간을 제주에 꾸리려 하는 한 여성 화가가 있다. '이레숲' 지기 박소영(37)씨다.

서양화가인 박씨는 전라도가 고향이다. 20살, 제주대학교 미술학과에 입학한 이후 벌써 18년째 제주에 머물고 있다. 이제는 고향이 돼버린 제주에서 박씨는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이 상업적 관광에 머무르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며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와 브랜드 가치를 살릴 수 있는 예술공간 조성을 꿈꾸고 있다.

박씨에게 제주는 가능성이 있는 땅이다. 편안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자연의 자원이 있는 곳. 현재 박씨는 그 자원을 활용해 서귀포시 안덕면 덕수리에 문화예술공간의 초석이 될 '이레숲'을 다지고 있다.

호텔조리과에 들어간 남편 몫으로 나중에 식당이라도 차리라고 시부모님이 미리 잘 지어놓은 건물(창고)을 리모델링한 '이레숲'은 성경의 '하나님의 산에서 준비되리라'는 뜻을 지닌 '여호와 이레'에서 이름을 땄다. 여기엔 하나님이 미리 예비하신 산처럼 지친 사람들이 와서 안식하고 회복되고 편안한 공간이 되길 바라는 박씨의 마음이 담겨있다.

화가의 남다른 예술적 안목은 '이레숲'을 허름한 창고에서 전원 속 아기자기한 카페로 변모시켰다. 목작업부터 전기 설비, 인테리어까지 모두 박씨의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남편 송용혁(36)씨와 함께 운영하는 '이레숲'은 지금은 농산물 직판매장·체험농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엄연한 농촌교육농장이다. 아직 미술교육장이 완공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덕수초 학생들과 전국 교사들을 대상으로 생태미술체험·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박씨는 "현재 제게 주어진 자원이 귤 밭이라 직판매장과 귤따기 체험 농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 미술관 겸 자연미술 교육장으로 변모해나갈 것"이라며 "지금은 귤이 차지하고 있는 이 마을에 '이레숲'을 시작으로 하나하나 문화예술공간이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힘든 여정이 될 것임을 알고 있지만 그녀는 자신만만했다. 이미 바닥 생활을 겪어본 박씨에게 새로운 도전과 실패는 그리 두려운 일도 아니다. 소위 돈이 많이 드는 미술 전공을 반대하는 가족들을 뒤로 하고 홀로 제주에 오면서 스스로 학비를 벌기 위해 휴학을 반복하며 갖은 아르바이트를 섭렵한 그다. 전셋값도 아까워 대학 작업실에서 생활하면서도 그림에 대한 열정에 힘든 줄도 몰랐단다.

그러다 결혼과 육아로 자신의 꿈을 잠시 접어둬야 했다는 박씨는 '일단 시작해보자'는 생각에 2011년부터 '이레숲' 짓기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열린 여성작가 6인전에 초청 작가로 참여하면서 화가로서의 열정도 다시 지폈다.

박씨는 "벚꽃이 피고 유채꽃이 피면 설레고 너무 좋아했었는데 지난 3~4년간 '이레숲' 공사만 하면서 그런 감흥들이 사라져버렸음을 느끼게 되면서 스스로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전시회를 하면서 가슴이 뛰고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엄마, 아내의 역할에서 화가, 예술가로서의 화려한 인생 2막을 올리고 있는 박씨는 그동안 접어뒀던 자신의 꿈을 펴기 위한 힘찬 기지개를 켜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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