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건강보고서](20)노년기 우울증

[제주건강보고서](20)노년기 우울증
삶의 질 저하… 신체·정신 건강에 악영향
  • 입력 : 2014. 05.23(금) 00:00
  • 조상윤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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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 우울증은 병의 원인으로 생물학적 요인, 심리사회적 요인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노인이 되면 신체적 기능저하, 만성병의 증가, 약물복용의 증가 등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돼 우울증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연합뉴스

2020년에는 장애유발 질환순위 두번째 예상
7.6%만 항우울증 처방 등 치료율 매우 낮아

5월 가정의 달은 가장 화목하고 행복이 충만한 시기다. 그러나 이외로 그늘진 곳과 어렵게 지내는 계층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기도 한다. 노인들의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그 중 노인들의 질병은 가장 중요한 노인문제의 핵심이기도 하다. 제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준혁 교수의 도움으로 노인 질병 중 노년기 우울증에 대해 알아본다.

노년기 우울증은 매우 흔하지만 의학, 사회, 경제적으로 중대한 건강 문제로, 환자에게 고통과 심각한 기능상실을 일으킨다. 2020년에는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의 순위에서 우울증이 두 번째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급속하게 노령화되는 우리나라에서 노년기 우울증은 가장 심각한 공공건강 문제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노년기 우울증의 유병률은 주요 우울장애가 5.4%, 가벼운 우울장애까지 포함할 경우는 27.8%로, 서양 뿐만 아니라 같은 동양권에서도 높은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핵가족화를 비롯해 개인화, 급속한 경제성장, 빠른 고령화 등 많은 변화를 겪고 있고, 2012년도 현재 OECD 국가 중 자살률은 1위로 공공의료분야에서 노년기 우울증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점이다. 특히 그 원인, 예방, 치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우울증은 일반적으로 치료 가능한 상태라고 여겨지지만, 노년기 우울증은 가벼운 우울증상의 특징과 동반된 여러 가지 원인들로 인해 덜 진단되고, 실제로 치료 받는 비율도 낮다. 의사들도 노년기 우울증을 신체적인 질환, 사회적,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한 일시적인 정상 심리반응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또 노년기 우울증은 우울증상 자체보다는 여러 가지 신체적인 호소, 수면과 식욕의 변화, 전반적인 의욕 저하 등의 주 증상으로 나타나 마치 다른 신체적인 것처럼 문제로 오인돼 진단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노년기 우울증의 이러한 특징을 가면성 우울(masked depression)이라고 한다. 노인은 감정을 느낀 것과 표현하는 것의 차이가 크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우울감을 잘 표현하지 않는 문화적 특성과 노인들 자체가 우울증을 정신질환으로 부끄럽게 생각을 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노년기 주요 우울장애 환자의 7.6%만이 항우울제 처방을 받았고, 5.7%는 불면증에 대한 치료를 받고 있어 우울장애에 대한 치료율이 매우 낮다. 미국에서 대대적인 캠페인으로 일반 인구에서 우울증을 치료 받는 비율을 1987년에서 1997년까지 10년 동안 3배까지 높인 결과도 있듯이 우리나라도 정신과 의사 뿐 만 아니라 일반의도 우울증 치료에 지속적 관심을 가져야 하고 국가도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과 홍보를 통해 우울증의 치료비율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고 박준혁 교수는 설명했다.

노년기 우울증의 연관된 위험인자로는 여성, 낮은 경제수준, 이전의 주요 우울장애 과거력, 뇌졸중, 치매 등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또 고령, 낮은 교육수준, 이혼·별거·사별, 미혼, 낮은 사회적 지지체계, 만성질환, 흡연도 우울증의 위험인자로 보고되고 있다.

우울증은 사회적 기능수행과 삶의 질을 저하하고, 신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 상태에 악영향을 끼쳐 신체질환이나 사망률이 증가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인지적 측면에서도 노인의 인지저하 및 치매위험 증가와 높은 연관성을 보인다. 이와 함께 우울증의 질병 행동에도 영향을 미쳐 노인들의 내과 및 정신과 건강서비스 사용을 증가시켜 국가적으로 의료비 증가에도 영향을 준다. 이러한 우울증의 부정적인 영향은 주요 우울장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경도 우울장애나 우울증상군 또한 심각한 기능저하를 유발한다. 자살과 우울증의 연관성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로서 우리나라의 연구에서도 주요 우울장애가 있는 군이 자살사고가 42.2배 높았고, 국내 자살사고 노인의 68.8%가 주요 우울장애 또는 경도 우울장애와 연관이 있었다. 세계 최고로 자살률이 높은 나라의 오명을 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는 의학적으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우울증 환자 특히 노년기 우울증 환자의 발견, 치료, 지속적 관리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례 1

72세 남자 농부 A씨는 2~3개월 전부터 무력감이 느껴지고, 최근 새벽에 깨면 잠이 오지 않았다. 매사 걱정이 많고, 이전에는 혼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도 할 엄두를 못 내고 자신감이 없었다. 평생을 농사일을 하고 있는데도 앞으로 그 일을 할 자신감을 잃어버렸다. 식욕도 많이 떨어지고 최근 한달 사이 몸무게도 3kg정도 빠지고 쉽게 피곤함을 느꼈다. 요즘은 점점 약간의 조바심을 느끼는 것 같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치매가 아닌가 걱정이 들기도 하고, 삶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많아져 요즘 들어서는 사는 것이 힘이 든다는 생각이 많다.

▷해설=이 환자는 전형적인 노년기 우울증 환자로 의욕저하, 무기력감, 불면증이 주 증상이다. 환자는 우울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표현했는데, 이는 흔히 노년기 우울증 환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자신의 감정상태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표현불능증(alexithymia) 상태로 평가된다. 주관적인 기억력저하를 보이기는 했으나 객관적인 인지기능검사에서는 정상소견을 보였다. 상담치료와 약물치료를 시작했고, 약물 투여 후 즉시 불면증상은 호전됐다. 2주후부터 식욕저하, 의욕저하증상은 호전됐다. 약물치료 한 달후부터는 부정적인 사고, 인지, 주관적인 기억력 저하소견도 좋아졌다. 비록 현재는 전반적인 우울장애 증상은 호전된 상태이나 재발 방지를 위해서 6개월~1년의 약물유지 요법이 필요하다.

▶사례 2

75세 여자 B씨는 20여년전부터 고혈압을 앓고 있었고, 10년전에 좌측중뇌동맥의 뇌경색으로 우측 편마비, 5년전에 좌측 대퇴부 경부골절, 4년전 황반 변성으로 오른쪽 눈이 실명했다. 3년 전 남편 또한 대퇴부 경부 골절 수술 받으면서 거동할 수 없게 되자, 남편의 병수발을 모두 들었다고 한다. 이후 전신 통증을 호소하며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고, 병이 낫지 않고 증상이 지속될 것 같은 비관적 생각을 자주 이야기했다. 가끔 몸이 너무 아파서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기는 했으나 특별한 정신과적 치료를 받지는 않았다. 어느 날 아들이 퇴근 후에 집에 와보니 환자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고, 옆에는 한달 치 빈 약봉지가 발견됐다.

▷해설=이 환자는 고혈압, 뇌졸중, 대퇴경부골절, 시력상실, 조호부담증가 등의 다양한 생물학적 요인, 심리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우울증이 발병했다. 이렇게 다양한 생물학적 요인을 갖는 환자들의 우울증 치료는 생물학적 위험인자들의 조절과 병행돼야 하고, 또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환자의 심리사회적 요인도 평가하고 조절해줘야 한다. 이 환자는 항우울제 투여와 지지적인 상담을 시행하면서, 환자 기존 질환에 대한 치료를 더 적극적으로 시행했고, 남편에 대한 조호 부담을 줄여주었다. 치료 1개월 후 우울감, 부정적인 사고, 다양한 신체적인 통증도 감소해 전반적인 우울장애 증상이 호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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