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건강보고서 메디컬센터](21)잘 들리지 않는데…

[제주건강보고서 메디컬센터](21)잘 들리지 않는데…
세상과 다시 소통하려면 충분한 인내심 필요
  • 입력 : 2014. 05.30(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난청은 정도에 따라 경도, 중등도, 심도, 고도 난청으로 나눌 수 있으며, 난청에 대한 치료방법으로 보청기의 사용이 권장돼 왔다. 제주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송찬일 교수가 난청과 관련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제주대학교병원 제공

난청 정도·개인 특성 고려해 착용여부 결정
감염 원인시 착용후 귀질환 더 악화될 수도
번거롭더라도 전문가와 협력 보청기 착용을


주변을 둘러보면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안경 낀 사람을 '안경잡이'라며 놀렸던 시절이 있었다는데, 이제는 안경을 패션 아이템으로 사용할 정도로 우리 생활에서 친숙한 보장구다. 반면 보청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보청기를 쓰게 되면 불편하고 다른 사람들이 보았을 때 심한 장애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보청기는 난청을 가진 사람들에게 타인과의 원활한 소통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난청이 있는 사람들에서 보청기를 착용한 경우가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은 난청 환자들에 비해서 치매 발생률이 낮았다는 보고도 있다. 이에 따라 난청을 가진 사람들이 보청기를 통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제주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송찬일 교수의 자문을 통해 자세히 알아본다.

▶난청과 보청기

난청은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상태를 일컫는다. 정도에 따라 경도, 중등도, 심도, 고도 난청으로 나눌 수 있으며, 원인에 따라 내과적, 외과적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그러나 난청의 원인을 해결할 수 없거나 해결한 이후에도 난청이 남아 있는 경우가 흔하며 그에 대한 치료 방법으로 보청기의 사용이 권장돼 왔다. 근래에는 사회, 경제 및 기술의 발달로 인해 보청기 뿐만 아니라 골고정 이식형 보청기, 중이 이식, 인공와우 이식, 청성 뇌간 이식 등 다양한 종류의 이식기기가 난청 환자의 청각 재활을 위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가장 안전하면서도 비용면에서 효율성이 높은 방법은 무엇보다도 보청기 착용이다.

최근들어 보청기의 기술도 많이 발전했다. 2000년 이후 디지털 보청기가 보급되면서 아날로그 보청기가 갖고 있던 전통적인 문제점이 대부분 해결되기 시작했다. 즉 과거의 아날로그 보청기를 착용했을 때는 '삑삑' 거리는 소리가 나거나 소리가 울려서 들리는 현상이 심각해 도저히 보청기를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한 경우를 볼 수 있었는데, 최근에 사용되는 디지털 보청기는 이러한 문제점들이 거의 해결돼 가고 있다. 또 개방형 보청기가 개발되면서 귀를 막아서 생기는 불편감과 저음의 증폭에 의해서 발생하는 귀가 꽉 막힌 듯한 느낌도 많이 해소됐다.

보청기는 감각신경성 난청을 가진 대부분의 환자와 일부 전음성 난청을 가진 환자들에 대한 최선의 치료법으로서, 기본적으로 청력장애가 증명된 사람이면 누구든지 대상이 될 수 있다. 청력검사를 통해 확인한 환자의 난청 정도와 개인의 특성을 고려, 어떤 형태의 보청기를 선택할지, 한쪽에만 쓸 것인지 아니면 양쪽 보청기를 착용할지 여부, 그리고 한쪽에만 사용한다면 어느 쪽에 착용할지를 결정한다.

▶보청기 착용의 주의점

난청은 매우 다양한 원인과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치료 방법의 결정은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하다. 난청 환자 중에서 일부는 약물이나 수술을 통해 호전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보청기를 사용해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 감염이 원인이 돼 난청이 발생한 경우에는 보청기를 착용함으로써 귀 질환이 더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난청이 있다고 무조건 보청기를 사용하기 보다는 전문의의 진료를 받고 보청기가 본인에게 적절한 청력 재활 방법인지를 확인한 후 처방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송찬일 교수는 조언했다.

첨단 기술이 적용된 보청기라 할지라도 근본적으로 인간의 달팽이관 속에 있는 감각세포와 청신경의 이상이 있는 상태에서는 보청기를 통해 들리는 소리가 정상적인 청력을 갖고 있을 때와 같은 수준으로 명확할 수는 없다. 더욱이 달팽이관 속의 감각세포나 청신경의 이상의 정도가 개인마다 다양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청력 패턴을 반영하는 순음청력검사 뿐만 아니라, 단어를 구별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어음청력검사 등의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 개개인에 적절한 보청기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 이비인후과 진료를 통해 개인의 다양한 난청의 상태에 적합한 보청기를 처방받지 않고 단순히 전자 제품을 사듯 구입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경우 개인의 청력 상태에 적합하지 않은 보청기를 구매하게 돼 많은 비용을 지불했음에도 청력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소리를 듣는 기능이 떨어진 상태의 귀가 보청기라는 청각 재활 기계에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보청기는 사용을 하면서 소리의 크기 조절과 불편한 점을 개선하기 위한 조절 과정이 필요한데, 첫 착용 후 수 차례의 미세조절 과정을 거쳐 약 3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보청기 조절이 완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보청기를 처방받음으로써 난청이 완전히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보청기 처방 후에도 여러 차례의 진료와 미세 조절 과정을 거쳐야 내 몸에 맞는 보청기를 착용하게 되는 것이기에 환자 입장에서는 다소간의 인내심이 필요한 기계장치이다.

송찬일 교수는 "보청기는 우리 신체의 감각 기관의 기능이 저하됐을 때, 이를 보조해 줌으로써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유용한 기기이다. 다만 안경보다는 훨씬 복잡한 구조를 가지기에 적절한 보청기를 처방받기 위해서는 좀 더 복잡한 절차와 짧지 않은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난청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에 장애를 받을 때 다소 번거롭더라도 전문가와의 협력을 통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보청기를 착용하게 된다면 세상과 다시 소통하는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4657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