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를 풀어내며 꿈꾸는 공간

물음표를 풀어내며 꿈꾸는 공간
느티나무도서관장 박영숙의 '꿈꿀 권리'
  • 입력 : 2014. 06.20(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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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가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하는 열쇠라면, 그 꿈을 이뤄내는 힘은 공공성과 자발성의 화학적 결합으로 생겨난다. 도서관은 그 화학작용이 일어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다."

1999년, 지방의 어느 도시 지하 공간에 자그마한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15년이 흐른 지금 이 도서관은 지역사회의 커뮤니티 공간이자 열린 정보센터로 자리잡았다. 나아가 한국 도서관의 좋은 모범으로 뿌리내렸다. 바로 경기도 용인에 있는 느티나무도서관이다.

이 도서관 서비스 헌장에 이런 게 있다. "우리는 도서관을 찾아오는 모든 사람을 환대하겠습니다. 아직 도서관을 모르는 잠재이용자, 책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도 도서관의 자료와 만남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열심히 말을 걸겠습니다. 나이, 성별, 장애, 국적, 언어, 학력, 경제력, 그 무엇도 이용자의 자격으로 삼지 않을 것이며 보이지 않는 문턱도 생기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피겠습니다."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장이 쓴 '꿈꿀 권리'는 '느티나무'라는 민간사립 공공도서관이 걸어온 이야기를 담고 있다. 15년간 도서관을 운영하며 자신이 그동안 보고 듣고 겪고 생각한 것들을 작지만 깊고 넓은 목소리로 전한다.

지은이에게 도서관의 존재 이유를 가르쳐 준 사람은 전문가가 아니었다. 간신히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도서관 방문자 중 최고 말썽꾼으로 이름난 이제 막 청년이 된 아이의 한 마디였다. "어떻게 나한테 책을 주냐고, 그니까 어떻게 나 같은 놈이 책을 볼 거라는 생각을 하냐고요, 응?"

그는 밥을 얻어먹거나 돈이 될 물건을 훔치거나 하룻밤 잠자리로 삼기 위해 도서관을 드나들던 청년이었다. 졸업장도, 돈도, 집도 심지어 가족도 없는 그 청년과 같은 '도서관 아이들'과 쌓아온 신뢰가 인간의 존엄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느티나무'가 도서관운동을 이어가는 힘이 됐다.

박 관장은 역사상 수많은 권력자들이 도서관을 불태웠던 것은 물음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음표는 통제할 수 없는 정신적 성장을 낳고 결국 자유를 갈망하게 되기 때문이다. '느티나무'는 물음표로 가득한 도서관을 꿈꾼다. 가르치려 드는 대신 스스로 배우는 힘을 믿고 평가나 경쟁 대신 지적 호기심으로 배움의 동기를 찾도록 북돋우는 일이 도서관의 역할이라고 했다. 알마. 1만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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